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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가장 위대한 포스터 아티스트 레이먼사비냑의 ‘비주얼 스캔들’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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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9.19  14:5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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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 사비냑(Raymond Savignac)의 원화작품 100여점을 선보이는 전시가 오는 10월 9일부터 11월 15일까지 춘천 KT&G 상상마당 갤러리에서 개최된다. 앞서 전시가 열리고 있는 서울 서교동 KT&G 상상마당 갤러리에서 전시를 먼저 만났다.

원하지 않아도 늘 광고에 노출된다.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 길에 선 가로수에 붙은 광고, 핸드폰으로 매일 보는 수 만장의 광고. 눈이 따갑다. 그래서 사비냑의 작품을 볼 때는 눈이 쉬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예술의 영역에 서 있는 광고인이 그린 포스터는 그런 느낌을 준다. 

S-a-v-i-g-n-a-c. 이름 중간쯤 쉼표가 있는 것 같아 보이는 철자 배열, 미스터 사비냑. 1907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다. 뛰어난 광고 기획자이자 포스터 아티스트라는 수식어가 그의 이름 앞뒤로 붙는다. 그 수식어는 고독하고 심술맞은 예술가를 위한 것 같지만, 정작 그의 작품은 보면 천진하게 귀엽다. 그림 자체는 단순하지만 선이 자유롭게 흐르고, 나타내고자 하는 주제를 프랑스인 특유의 예술적인 감각에 유머를 더한 표현 방식으로 풀어낸다. 그의 작품을 볼 때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비주얼 스캔들(Visual Scandal)’. 이질적 요소의 결합과 기발한 착상, 색상의 배치로 보는 이로 하여금 ‘시각적 충격’을 느끼도록 만들어 눈길을 끄는 광고 기법이자 표현 양식의 하나로 현대 광고업에도 널리 쓰이고 있다고 한다.

전시는 넓디 넓은 그의 활동 영역을 엿볼 수 있는 재미까지 제공한다. 사비냑을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만든 ‘밀크 몽사봉 비누’, 국민볼펜 ‘BIC’, 항공사 ‘에어프랑스’의 귀여운 광고는 물론 식료품, 서적, 영화는 물론, 투표와 국민 캠페인에도 그의 광고가 사용됐다. 이 때가 그의 상업적인 전성기라 할 만하다. 그 순간에도 그는 예술가의 면모와 그만의 독특한 예술 사조를 엿볼 수 있는 작업을 남겼다. 영화 포스터를 그리는 캔버스 위에서 드러난 그의 예술성을 전시에서 여러 점 볼 수 있는데, 로베르 브레송 감독의 영화 포스터 <아마도 악마가, Le Diable Probablement>와 <호수의 랜슬롯, Lancelot Du Lac>가 그렇다.  

그를 ‘아티스트’의 범주에 넣는 데는 그럴 만한 또 다른 이유도 있다. 그가 삶의 고배를 마시는 순간을 어떻게 극복했느냐에 관한 문제다. 사진과 인쇄업의 눈부신 성장은 인해 물감과 붓을 쥔이들을 모두 실업자로 만들었다. 레이먼 사비냑 역시 아주 오래도록, 심지어 몇 해 동안 의뢰 한 건 받지 못한다. 그래도 그는 그림을 그렸다. 자신을 써주지 않은 거대 기업들의 광고를. 혼자서. 사람들이 마침내 다시 사비냑에게 일을 의뢰했을 때, 그는 다만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그 무렵 레이먼 사비냑의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의 표정은 여전히 생동감과 위트가 넘쳤다.

사람들은 1980년대 무렵 다시 레이먼 사비냑을 찾았고, 2015년 한국 사람들도 홍대에 늘어선 줄을 따라 그의 전시장을 찾는다. 단순하고 발랄하지만 핵심을 파고드는 그의 작품을 보고 나오는 길, 여운이 남았다. 어떤 예술작품이 대세인지 살피면 그 시대의 불균형을 이해할 수 있다고들 한다. 분명, 지나치게 문명화된 곳에 유례없이 바쁘게 내가 놓여있다. ‘본다’의 의미를 새롭게 할 때가 온 것이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컨텐츠와 광고들. 자기인식의 누적 없이 뿌려지는 온갖 스토리들. 지겹다.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빛 그 자체라기보다는 그 것이 증명하고 있는 상태가 아닐까. 레이먼 사비냑은 그렇게 아티스트가 됐다.

/박민정(언론·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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