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이곳저곳에서 생산되는 음식물 쓰레기가 여전히 골칫덩이다. 학생들이 한 끼를 때우는 식사는 물론 동아리 회식, 시험기간 간식까지 배달 음식으로 해결하면서부터 음식물 쓰레기 문제는 극성스러운 고질병이 됐다. 최근에는 주말마다 운동장이나 테니스장을 찾는 외부인과 자취방의 음식물 쓰레기를 학교로 가져오는 일부 학생들 때문에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우리 대학은 이미 춘천시로부터 두 번의 경고를 받아 음식물 쓰레기 문제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하지만 학생들의 의식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속히 대책 방안을 내야하는 학교 측도 감감무소식이다.

학생들을 통해 다양한 경로로 만들어진 음식물 쓰레기는 분리수거 없이 일반 쓰레기와 함께 섞여 버려진다. 그대로 남겨진 국물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터져버린 비닐봉지나 음식물이 그대로 담은 채 탑을 쌓은 플라스틱 그릇들이 보는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다. 더군다나 악취까지 일으키니 불쾌감마저 들게 한다. 그렇다고 해서 학생들만 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음식물 쓰레기를 일부러 학교로 가져와 버리는 소수의 몰지각한 학생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분리수거를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학생들의 사정이기 때문이다. 배달 음식을 포함해 심지어 편의점에서 산 컵라면 하나에서도 음식물 쓰레기가 나오는데, 그 쓰레기들을 버릴 마땅한 곳이 없다.

하지만 학교 측도 더 이상 손 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총무팀은 음식물 쓰레기의 무분별한 배출이 계속될 경우 배달 음식을 금지시키겠다는 초강수를 띄웠다. 실제로 서울대를 포함한 전국 몇몇 대학은 학내 곳곳에 방치돼 있는 배달 음식의 흔적을 문제로 삼아 학내 일부 건물의 음식 배달을 금지시켰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실현되기 힘들뿐만 아니라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미 학생들에게는 학교 식당에서의 식사보다 외부 음식으로 차려진 식사가 더 일상화됐기 때문이다.

어느 한 쪽도 시원하게 해결해 낼 수 없는 음식물 쓰레기 문제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음식물 쓰레기 배출을 줄이기 위해 음식 배달을 아예　금지시켜버릴 수도 없고, 각 건물마다 음식물 쓰레기처리장을 마련해 경관을 해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럴 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학교와 학생이 발맞춰 나아가려는 의지다.

먼저 학생들의 인식 개선을 위해 총학생회가 필두로 직접 나서야한다. 2010년 총학생회 ‘한림의 정석’은 학내 쓰레기 인식 고취를 취지로 삼아, 한국그린캠퍼스 협의회의 일환으로 ‘그린존 캠퍼스 캠페인’을 실시한 바 있다. 많은 학생들이 이용하는 장소를 적극 보호해 깨끗한 학교를 유지하기 위해 실시됐던 바로 이 캠페인이 지금의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활동이 아닌가 싶다. 또 학생들은 스스로가 그렇게 강조하던 ‘주인 의식’을 기억해야한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다. 내 것을 아끼려는 마음처럼 학교의 위생과 환경을 위해 노력해야한다.

학교도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 방안을 강구해야한다. 음식물 쓰레기가 상대적으로 많이 배출되는 학내 각 부서와 동아리부터 시작, 음식물 종량제봉투를 지원해 학생들의 인식 변화의 보조바퀴 역할을 해줘야한다. 또 학생식당과 중앙 동아리방이 위치한 학생복지관 주변에 음식물 쓰레기통을 추가 설치하는 방안을 고려해야한다. 그 후 명확한 안내와 홍보가 이어져 학교와 학생이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