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번 아웃 증후군’을 호소하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번 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이란 일과 삶에 보람을 느끼고 충실감에 넘쳐 신나게 일하던 사람이 어떤 이유에서건 그 보람을 잃고 돌연히 슬럼프에 빠지게 되는 현상이다.

본지에서는 번 아웃 증후군을 앓고 있는 우리 대학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듣다보면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먼 나라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본문을 읽다보면 어느새 공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번 아웃 호소 사례들과 자신의 상황을 비교도 해보고, ‘번 아웃 증후군 체크 리스트’를 통해 번 아웃 예방도 해보자!

#1 “처음엔 좋아서 시작했는데, 요즘엔 생각하기도 싫어요”

A양은 ‘번 아웃 증후군’을 처음 들어봤다고 했다. 그녀는 기자가 준비해 간 ‘번 아웃 증후군 체크 리스트’가 “자신의 평소 모습을 훔쳐보고 그대로 나열한 것 아니냐”고 놀라워했다. 이어 그녀는 “단순 피로감이나 무기력한 정도라 생각했지 제가 겪고 있던 증상들이 특정한 증후군일 것이라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제 노트북 바탕화면 좀 보실래요?” 그녀는 기자에게 한글과 컴퓨터 문서 파일로 꽉 찬 노트북 바탕화면을 보여줬다. 장르 불문, 일주일에 최소 10편 이상의 글을 쓰는 그녀에게 글쓰기는 더 이상 좋아하는 일이 아니었다. “전공이 전공이다 보니, 글 쓸 일이 정말 잦다”며 “하필 하고 있는 동아리와 대외활동에서도 글을 써야 해서 좋아하던 작문이 가끔 혐오감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요즘 하루가 너무 짧아 진 느낌도 들고 반복되는 글쓰기에 신체적으로 매우 피로하다”며 “스트레스를 풀고 싶은데, 취미 생활을 즐길 시간이 없어 심리적으로도 매우 힘들다”고 밝혔다.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자고 싶다” 그녀가 작문을 할 때마다 떠올리는 생각이다. “매일 점점 더 무기력해지고 있다”는 그녀는 “다 때려치우고 어디론가 훌쩍 여행을 떠나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싶다”면서도 “지금은 그냥 작문에 시달리지 않고 원 없이 자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2 “열심히 할수록 걱정과 회의감이 늘어나요”

지인들에게 ‘밝고 활발한 사람’으로 비춰지고 있는 B군은 최근 주변에서 “한숨을 왜 자꾸 쉬느냐”, “무슨 일 있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하지만 정작 그는 자신이 한숨을 쉰 것도 모른다.

사람만나는 것이 좋아 학생회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무언가를 하고자하는 의욕이 넘쳐서 내 일이 아니더라도 나서서 하게 된다”며 “학생회 활동 중 주로 맡는 업무가 사람을 만나는 일인데 요새 일을 마치고 나면 공허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음에도 그는 “생각했던 것처럼 일이 풀리지 않으면 회의감이 든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대인관계에서 회의감을 느껴 번 아웃 상태에 이른 적이 있다. 그는 “학생회의 임원으로, 졸업을 앞둔 고 학번으로서 후배들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많이 투자했다”고 한다. “유독 폐쇄적인 학과 분위기를 깨고 다른 학과처럼 자유로운 분위기로 바꿔보려 노력했다”는 그는 “교수님들에게는 학과의 전통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제지당했고 후배들은 편의를 계속 봐주다 보니 선을 지키지 못하고 도를 넘는 행위를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무엇이든 열심히 하면 생각대로 될 줄 알았는데 그런 부담감 때문에 무기력해 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열심히 해야 한다는 걱정에 잠도 잘 이루지 못 한다”는 그는 “부담감을 떨쳐버릴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3 “스펙 쌓기 강행군, 결국 몸이 버티질 못 하더군요”

“3년간의 방황 끝에 꿈을 정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소위 말하는 ‘인 서울’ 학생들보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C군은 최근 자신이 겪은 번 아웃 증후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목표를 정하지 못해 방황했던 1학년 때부터 휴학했던 2년을 합쳐 총 3년의 시간을 허비했다”며 “복학한 후, 방황한 시간을 메우고 꿈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그는 “방학 때마다 계절 학기와 토익 캠프를 병행했고, 학기 중에는 토익 강좌, 21학점 수강, 4점대 평점 유지, 스터디 모임, 1시간 자전거 통학 심지어 주말엔 편의점 야간 알바까지 강행했다”며 “그러나 어느 순간 이 모든 것이 부질없고, ‘나의 이십대가 이리 지나가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그는 “모든 일들을 억지로 강행했고 결국 공황장애 의심 판정을 받고 모든 일들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내 몸이 견디지 못해 번 아웃 증후군이 찾아 온 것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지금은 조금씩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는 그는 “1달간 모든 일을 중단하고 병원을 다니며 휴식에 전념했다”며 “스스로 스트레스를 풀 방법을 고민하다 여행이란 취미를 갖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한 달간 치료를 마치고 다녀온 배낭여행을 통해 여유를 갖는 법을 배웠고 열심히 살아갈 원동력을 얻었다”고 밝혔다.
 

#4 “슬럼프에 빠져서 꿈에 대한 열정이 사라지고 있어요”

“현실을 도피하는 제 자신이 한심하게만 느껴졌었는데, 제가 번 아웃 증후군 이었군요” D양은 “차라리 증후군이라서 다행”이라며 운을 뗐다. 그녀는 “낙천적이고 열정적인 성격이라 한 가지 일에 꽂히면 파고드는 스타일”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런 그녀가 “꿈을 향한 마음을 하나, 둘 씩 접고 있다”고 밝혔다.

“뷰티 계열을 공부하고 싶었다”는 그녀는 현재 전혀 다른 전공을 배우고 있다. 그녀는 “친구들이 전공에 점점 적응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일 때 마다 스스로 작아지는 것 같다”며 대학생활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다. “1년 전, 신입생일 때는 지금 보다 시간이 많아 뷰티 공부 및 관련 활동도 했었다”는 그녀는 “뷰티 활동이 나에게는 꿈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취미로 밖에 안보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학년이 올라가니 학점과 취업이 걱정 되더라”며 “전공과 전혀 관련 없는 취미를 계속 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정말 하고 싶은 것과 해야만 하는 것의 공통점을 찾으려고 노력도 많이 했다”는 그녀는 “공통된 부분을 찾아도 제대로 실현할 수 있을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뷰티 계열에서 활동하겠다는 꿈을 포기하기는 싫고 몰두하기도 힘들다”며 “1년간 지속된 고민에 지칠 대로 지쳐 요즘은 걱정을 하는 게 가장 걱정”이라고 밝혔다. 스스로를 “슬럼프”라 정의한 그녀는 “최근 무엇을 해도 무기력하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