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관 사생들의 불만이 또다시 쏟아졌다. 학생생활관 제2관과 8관에서 17일 진행된 주류 검사가 그 발단이다. 생활관 사생준수내규에 따라 생활관 내 음주 행위는 금지돼 있다. 따라서 생활관 내에 주류를 반입시키거나 호실에서 빈병이 적발될 시 10점에 해당하는 벌점을 받게 된다. 물론 생활관 내 음주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관내 질서 유지를 위해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이를 막기 위한 생활관 측의 주류 검사 방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제는 주류 검사가 사전 예고 없이 진행됐다는 점이다. 생활관 제2관에는 주류 검사를 하겠다는 안내도 없이 세 명의 사감들이 호실로 들어섰다. 갑작스레 개인 공간인 사물함과 옷장 등을 검문당한 사생들은 “이곳이 군대냐”며 성난 목소리를 높였다. 생활관의 각 호실은 학생의 개인 공간인데 사전 통보 없이 들어와 점검하는 것은 명백한 사생활 침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사감 측은 “사전 예고를 할 시 사생들이 주류를 숨길 수 있어 불시에 검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시 점검은 사생들의 인권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가벼이 여겨선 안 된다. 그 어떠한 이유라도 인권 위에 설 수는 없으며, 그것이 학생들의 자율에 맡길 수 있는 부분이라면 더욱 그렇다.

인격과 지성의 전당인 대학 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소수의 학생 때문에 마치 통제 불능의 존재인 것처럼 취급되고 있다. 성인으로서 본인의 삶에 대한 책임과 주체성을 가지는 대학생이 필요 이상의 통제를 받을 필요는 없다. 사실 음주 문제의 경우 사생들 스스로가 기본으로 지켜야 할 항목이다. 이러한 사항은 최소한의 규제를 통해 사생 자율에 맡기되, 이를 어겨 질서를 흐리는 학생이 있을 시 엄격히 처벌하는 사후 처벌에 중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생준수내규 제5조에는 ‘점호는 매일 실시함이 원칙이며 필요에 따라서는 수시로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 조항에 따라 이번 점검이 이뤄진 것인데, 과연 관내 질서와 사생의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었는지가 의문이다. 죄 없는 사생들의 사생활까지 침해하며 손해를 끼치는 불시 검문은 공평치 못하다. 생활관은 규정위반사항을 예방 및 신고한 학생에게 1에서 3점의 상점을 부여하고 있다. 관내 음주가 특히 문제가 된다면, 사생들이 상점을 취득할 수 있는 신고제를 확대 운영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규정에 적혀있는 ‘필요’가 사감 측의 주관에 따라서는 안 되며, 뚜렷한 명분을 가져 사생들이 마땅히 납득하도록 해야 한다. 이 부분이 구체적이지 못하며 오히려 사생에게 불편을 주는 규정이라면 삭제되는 편이 낫다.

생활관은 지난 3일 사생준수내규를 변경했다. 특히 사생들의 불만이 많았으며 기존 벌점 20점에 해당하던 ‘지도계몽에 불복한 학생’ 항목이 ‘사감의 정당한 지시에 대응 및 불응한 학생’으로 변경됐다. 그러나 여전히 이 규정에서 뚜렷한 기준과 명확성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이와 같은 규정에는 좀 더 객관적인 세부 항목을 둬 명확성을 띠도록 해야 한다. 또한 생활 규정면에서는 무엇보다 사생의 의견이 필수적이다. 당사자인 그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한 규정을 통해 불만을 없애야 한다.

생활관의 주인은 누구인가. 당연히 마땅한 대가를 지불하고 관내에 거주하는 사생들이다. 그러므로 사생이 납득하지 못하는 규정이 있어서는 안 된다. 생활관 측은 사생들을 위한 규정이 오히려 사생들을 헤치는 양날의 검이 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