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대학 축제의 계절이 돌아왔다. 우리 대학도 ‘들불제’를 매년 개최하며 많은 학우들이 참여하고, 즐기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대다수의 대학축제가 어느 새부터 주점의 홍보축제가 되어 버린 느낌이 든다. 저녁이 되면 각 과의 주점들은 문을 열고 갖가지 방법들로 손님들을 모으느라 바쁘다. 늦은 시간에 각 과의 주점은 길게 늘어선 줄은 기본, 발 디딜 틈도 없이 학생들로 가득 찬다.

얼마 전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오원춘 세트’ 라는 글이 올라왔다. 모 대학의 축제에서 주점을 열었는데 메뉴 이름을 ‘오원춘 세트’라고 내걸며 판매를 하는 내용이었다. 이 외에도 ‘고영욱 세트’ 등 범죄자의 이름을 내건 메뉴들을 팔고 있었는데, 주점을 운영한 학생들은 경각심을 위해 범죄자를 혼내주는 콘셉트로 기획했다고 한다. 오원춘은 지난 2012년 수원의 한 골목을 지나던 20대 여성을 끌고 가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범죄자이다. 그런 범죄자의 이름을 버젓이 메뉴로 걸고 판매하고 있다니 사건 피해자의 가족들의 마음은 헤아리지도 못한 채, 강력 범죄자의 이름을 홍보수단으로 사용하는 행위는 도를 넘었다. 더불어 대학생들의 짧은 생각에 안타까움이 들 뿐이다. 축제에 청춘다운 신선한 아이디어와 재치는 온데간데없고, 지나가는 학생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도 넘은 문구만 넘쳐난다. 이 외에도 주점에 손님을 모으기 위해서 자극적인 문구로 홍보를 하는 일도 있다. 최대의 이윤을 남기고자 차마 이 글에 쓰지 못할 19금(禁) 문구들로 홍보를 하고 있는 것이 현재 대학축제 주점의 현실이다.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 대학생들이 가질 수 있는 특권 중 하나이다. ‘생각의 자유에 무슨 상관이냐’ 라는 반박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학생이라면 그런 홍보문구에 따른 파장도 고려해야 한다. 홍보 혹은 재미를 위해 우리가 가진 지성을 포기할 것인가? 우리부터 옳고 그름을 정확히 판단하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축제는 다함께 크게 어울려 화합하는 학생을 위한 날이다. 눈길을 끄는 자극적인 홍보 보다는 주점을 운영하면서의 추억을, 학교에서의 힘든 일들을,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걱정들을 술 한 잔에 다 털어버리고 선, 후배, 동기들과 이야기꽃을 피우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대학 축제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판단하는 좋은 대학문화가 형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강혁(사회복지ㆍ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