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기미 작가, ‘SNL 코리아’의 유병재와 같이 연예인보다 더 연예인 같은 방송작가들이 화제다. 최근 방송작가는 아이템도 구상하고 자신의 프로그램에 카메오로도 출연 하며 방송 내ㆍ외적으로 활약하고 있다. 방송작가로서 필요한 자질과 마음가짐은 무엇일까. 본지는 지난 1월 입사해 약 8개월 간 ‘CTS 기독교 TV’에서 방송작가로 활동했던 조윤희(국어국문ㆍ09학번) 동문을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방송작가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거창하게 오래전부터 꿈꿔 왔다기보다 졸업을 한 후 취업 준비 과정 중 선택한 직업이다. 주변의 친구들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 유독 방송국에 취업하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특히 방송작가를 희망하는 친구들에게 영향을 받았다. 친구들과 대학 시절 방송뉴스와 관련된 수업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처음 접한 방송 제작 과정이 정말 재밌었다. 조별로 나뉘어 방송을 기획하고 촬영하고 편집하는 게 힘들지만 즐거웠고 보람도 느꼈다. 그때의 경험으로 방송 쪽에 관심을 두게 된 것 같다.

방송작가를 준비하며 느낀 점은

아무래도 처음부터 큰 프로그램을 들어가는 것은 무리다. 작은 규모의 방송국, 프로그램에서 시작해서 꾸준히 경력을 쌓는다면 본사로 가는 길이 훨씬 유리할 것이다. 방송 경력은 중요한 평가 기준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는 막내를 뽑는 곳은 드물다. 또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떤 프로그램을 만드는 곳인지 제대로 알아보지도 못하고 엄한 곳에 들어갔다가 월급도 못 받고 크게 데여 방송작가의 꿈을 포기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무조건 유명한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지원해 들어가기보단 어떤 일을 맡게 되는지, 전체적인 팀 분위기는 어떤지 수소문해 볼 필요가 있다.

방송작가로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일단 보통 직장인들보다 퇴근이 매우 늦다. 녹화가 있는 날은 7시부터, 없는 날은 10시부터 출근해 정해진 업무량이 끝날 때까지 퇴근은 무한 연기된다. 방송국은 예상치 못한 비상상황이 발생할 때가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을 신속히 대처하지 못하면 불상사가 생기기 때문에 아주 늦게까지 야근을 해야만 한다. 가장 최근 겪은 비상상황은 네팔 지진 때였다. 급하게 네팔 지진 특집을 기획해 예정이던 녹화가 밀리는가 하면 그 녹화 날짜에 억지로 촬영 팀을 꾸렸지만, 편집 담당 PD를 구하지 못해 대신 메울 수 있는 아이템을 찾아야만 했다. 결국, 그날 새벽까지 전화 인터뷰를 구해 겨우겨우 끼워 맞출 수 있었다. 방송작가들도 대본을 써야 하므로 적어도 방송 일주일 전에는 아이템이 고정돼 있어야 기획이 수월한데, 그 날은 정말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했다.

필요한 업무 수행 능력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검색하는 능력이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이 있다. 막내 작가부터 메인 작가에 이르기까지 검색하는 능력이 그 작가의 힘이다. 대학교 때는 논문 자료를 찾는 게 아닌 이상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정도인데 이런 식의 성의 없는 검색은 통하지 않는다. 인터넷 검색으로 나온 자료들은 이미 방송에서 소모된 아이템이고 전문성도 떨어진다. 좋은 아이템을 찾기 위해서는 정말 구석구석 파헤쳐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꼼꼼함과 집요함이다. 출퇴근 시간에도 짬짬이 광고와 기사를 보면서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 페이스북 같은 SNS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퇴근해도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에 항상 메모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방송작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텔레비전을 많이 봐라.” 처음에 입사했을 때 같은 팀 PD에게 텔레비전을 많이 안 본다고 혼이 난 적이 있다. 텔레비전을 그냥 넋 놓고 보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의 구성을 파악해보라는 것이다. 방송을 만들고 싶다면 한 시간짜리 방송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관찰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방송을 구성하는 일을 하다 보면 정말 상상 이상으로 고될 것이다. “그래도 네가 꿈꿨던 일이니 무조건 버텨라”, “힘든 것도 꾹 참고 견뎌라”고 말하기보다는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아보라”고 말하고 싶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일 속에서 자기 자신만의 즐거움을 찾는다면 힘든 상황에서도 보람을 느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