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 막연히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 희생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대학 2년 간 봉사와는 담을 쌓고 지냈다. 그러던 중 취업을 위해 쌓아야 하는 스펙 중 하나가 해외 봉사라는 것을 알게 됐다. 취업의 문턱을 넘기 위해 열심히 정보를 찾고 다니다 ‘월드 프렌즈 IT봉사단’을 알게 됐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주최로 우리나라 청년들이 비용을 국가에서 지원받아 해외 봉사를 나가는 것이다. 4명이 한 팀을 이뤄 각자의 재능을 살려야 했기에, 나와 내 동기는 IT분야로, 국제학부 선배는 통역, 그리고 경영학부 선배는 문화를 담당해 팀을 이뤘다. 서류 심사와 면접에 합격하면서 우리 팀은 아프리카로 떠나게 됐다. 

‘아프리카’하면 먼저 뼈가 앙상한 아이들의 슬픈 눈망울이 떠오른다. 막연히 가난한 지역이라고만 생각해왔지, 내가 그 곳에 가게 될 거란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봉사단으로 파견이 확정 된 후에도 여전히 떨떠름한 느낌이었다. 아프리카로 떠나기 2주 전 쯤 실감이 나기 시작하며,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잠을 설친 날도 있었다.

아프리카 키갈리 공항에 발을 디디자 내가 생각해 왔던 아프리카에 대한 모든 생각이 깨졌다. 먼지가 올라오는 흙바닥을 상상했지만, 깔끔하게 포장 된 도로가 눈에 들어왔다. 옷도 제대로 갖춰 입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사람들은 깔끔하고 예쁜 옷을 입고 있었다. 치안 역시 꽤나 안전한 수준이었다. 인터넷과 데이터 통신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아프리카에 대한 이미지는 그냥 나의 편견이고 무지였다는 것을 느꼈다.

현대적인 겉모습과는 달리 봉사활동을 시작하며 ‘아프리카’에 왔다는 것을 느꼈다. 그들은 배움을 통해 가난을 극복하는 것 보다 여행자들에게 구걸하는 것을 선택했다. 처음엔 동정심에 몇 푼씩 손에 쥐어주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은 고마워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일상이었고, 당연한 것이었다.

구걸하는 아이들이 길거리에 유독 많았다. 아프리카는 초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이라 들었는데 무슨 상황인가 싶어 KOICA단원 분들께 물었다. 아이들에게 외국인들이 돈을 잘 주니까 부모들이 아이들을 길로 내보내는 것이라 했다. 돈 때문에 교육을 포기하는 그들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꼈고, 이것이 아프리카를 개발도상국에 머물게 하는 악순환의 늪이라고 생각됐다.

그래서 더 열심히 교육 봉사에 임했다.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깊이 알려주기 위해. 팀원들 역시 적극적이었다. 이들에게 필요한건 ‘동정’이 아닌 ‘도움’이라는 것을 느꼈다. 우리나라에 있을 때 나는 그냥 취업 걱정에 한숨 쉬는 학생일 뿐이었다. 그러나 이들에게 교육 봉사를 하면서 나는 의미 있는 사람 같았다. 또, 우리나라의 교육열이 감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구걸이 아닌 배움을 가르쳐 준 부모님께도 감사한 시간이었다.

/송정현(컴퓨터 공학ㆍ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