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듣는다. 예능을 본다. 누군가 “지금 뭐하는 거예요?”라고 물으면, 그녀는 그저 “일하는 중이에요”라고 대답할 것이다. 대중음악을 종일 듣고, 시집보단 예능을 즐겨 보며 일에 대한 영감을 얻는 그녀. 이쯤 되면 그녀의 정체가 궁금하다. 그녀는 최근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열린 ‘8천만 통일의 노래’ 가사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작사가 박다인(중국ㆍ07학번) 동문이다. 환상에 가려있는 직업이지만, 여느 직업이 그러하듯 생각만큼 예쁜 일만 하는 직업은 아니라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8천만 통일의 노래, 우리는 ‘하나이니까’

‘8천만 통일의 노래’ 가사 국민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하나이니까>는 ‘통일’을 주제로 한 가사다. 그녀는 “통일의 밝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많이 노력했다”며 “이 전에 나왔던 통일 관련 노래들을 들으면서 가사를 생각했고 최대한 쉽게 쓰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 가사는 조영수 작곡가의 작곡을 통해 ‘우리는 하나이니까’라는 노래로 탄생했다. 그리고 지난 8월 14일 MBC ‘광복 70주년 평화통일콘서트’에서 가수 에일리의 목소리를 통해 세상에 전해졌다. 그녀는 방송에서 자신의 노래를 직접 듣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작사가 부분에 제 이름이 나오는 게 너무 신기했다”며 “친척들도 그 장면을 캡처해서 저한테 보내줬다”고 말했다. 또 그녀는 “인기 작곡가인 조영수 선생님과 함께 작업하는 좋은 기회도 얻게 돼 매우 기뻤다”고 덧붙였다.

음악에 대한 끊임없는 갈증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좋아하고, 고등학생 때는 작곡가가 꿈이었던 그녀는 중국학과를 졸업하고 무역업에 종사했다. “입시를 준비할 때 음악 쪽으로 가고 싶었는데, 부모님이 반대하셔서 중국학과에 진학 하게 됐고, 전공을 살려서 직업을 구하게 됐다”는 그녀는 “그런데 일을 하면서도 한편으론 음악에 대한 갈증이 항상 있었다”고 말했다. 퇴근 후 그녀는 집 앞 서점에 자주 들렀다. 그러다 작사노트라는 책을 보고 가사 공모전에 나갔다. 그리고 가사에 대한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 후로 낮에는 일하고, 퇴근 후에는 실용음악학원에서 작사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녀의 이중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그냥 한번 쓰면 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생각보다 가사를 쓰는 게 어려웠다”며 “그래서 작사에 대해 많이 알아보고, 학원에 들어가서 배우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보통 작사가를 떠올리면, 조용한 곳에 앉아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들으며 가사를 쓸 것만 같다. 그러나 박 동문은 작사가가 환상처럼 예쁘지만은 않다고 했다. 노력 끝에 이 길을 걷게 된 그녀에게 작사가는 ‘발로 뛰어야 하는 사람’이다. “이제 막 시작하는 나 같은 작사가들은 스스로 기회를 찾아야 한다”며 “곡 의뢰가 없으면 일거리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한편으론 아주 뻔뻔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런데도 계속 전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중들이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가사를 쓰기 위해서. 그리고 멜로디, 가사, 가수가 모두 한목소리를 내는 노래를 만들기 위해. “그게 최종 목표”라는 그녀는 “요즘 옛날 노래들을 많이 듣는데, 그 노래들처럼 오래 남는 노래를 쓰고 싶다”며 “어른들이 들어도 ‘가사 참 좋다’고 느낄 수 있는 노래”를 쓰고 싶다고 전했다.

그런데 더는 작사가 ‘박다인’의 이름은 만나기가 어려울 것 같다. 다시금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서이래’라는 예명으로 활동할 계획”이라는 그녀는 “얼마 전 작업한 신인 남자 아이돌이 데뷔하면, ‘서이래’라는 이름으로 처음 대중 앞에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저 ‘서태지’라는 이름이 좋아서 성을 ‘서’로, ‘가족끼리 왜 이래’라는 드라마를 보다 ‘이래’라는 이름을 지었다는, 그녀의 예명 뒷이야기를 듣자니, 유쾌한 그녀만의 센스가 느껴졌다.

인터뷰를 마치고 일주일 정도가 흘렀을 때, 반가운 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기다리던 신인 남자 아이돌이 데뷔를 했다는 것. 박 동문이 보내 준 뮤직비디오의 링크를 타고 들어가니, 가사 스토리텔링에 맞춘 강렬한 안무와 ‘위험해’라고 외치는 소년들의 퍼포먼스에 신인그룹의 개성과 열정이 묻어났다. 간단한 소감을 듣기 위해 오고 간 메시지에서 그녀의 긴장감과 설렘이 동시에 느껴졌다. 작사가 ‘서이래’로 처음 나온 노래, 그룹 ‘업텐션(UP10TION)’에게도 데뷔곡이다 보니 의미가 남다르다는 그녀. 그야말로 ‘업텐션’ 한 기운이 느껴지던 그녀가 앞으로 들려줄 이야기가 더욱 기대된다.

/홍아름 (광고홍보·3년) 정계환 (광고홍보·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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