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평화상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프란치스코 교황 등이 유력한 수상자로 점쳐지고 있다. 노벨평화상은 세계평화와 인권에 기여한 단체 및 개인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9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그런데 올해 노벨위원회에 후보로 추천된 200여 단체 및 개인 가운데 <헌법9조를 지키는 일본국민>, <9조의 모임>이라는 명칭의 일본 시민단체들이 후보 명단에 올랐다. 왜 일본인들은 ‘헌법9조’를 지키려하며, 헌법을 지키는 당연한 행동이 왜 노벨평화상 후보에 추천될 수 있는 것일까.

‘헌법9조에 노벨평화상을’이라는 작은 실천은 일본 가나가와(神奈川) 현 자마(座間) 시에 거주하는 다카스 나오미(鷹巣直美)라는 일본 여성에 의해 시작되었다. 2012년 EU의 노벨평화상 수상 소식에 힌트를 얻은 다카스 씨는 2013년 1월 ‘일본헌법9조’에 노벨평화상을 수여해 달라는 메일을 노벨위원회에 보낸다. 그 후 인터넷 상에서 서명운동을 전개하자 국내외에서 호응하는 움직임이 봇물처럼 일어나, 올해로 두 번째 평화상 후보에 ‘일본헌법9조’가 등장하였다. ‘헌법9조에 노벨평화상을’이라는 운동이 뜻하는 바는, 일본헌법9조를 일본인과 세계인들에게 인식시키고 관심을 모으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올해 일본 국회의원 61명을 포함해 84명이 ‘헌법 9조’의 노벨상 후보 추천인으로 나섰고, 지난 5일 기준으로 67만 여명이 찬동 서명을 했다.

패전 직후인 1946년 공포된 현 일본국 헌법은 총 11장 103조로 이루어져 있는데, 제2장 제9조에 ‘전쟁포기(戦争の放棄)’를 규정하여 구체적인 내용을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헌법9조 조문에는 “1. 일본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조로 하는 국제평화를 성실하게 희구하고, 국권이 발동하는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행사 등의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영구히 이를 포기한다. 2. 전 항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육해공군 그 밖의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 국가의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라고 되어 있다. 일본은 전쟁을 위한 어떠한 군사력도 보유하지 않으며 무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즉 ‘전쟁하지 않는 나라’를 헌법에서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평화헌법’이라고 부른다.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다카스 나오미 씨는 내전으로 조국을 떠나야 했던 난민가족과 만난 경험을 계기로 헌법9조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되었다고 한다. 헌법에 담긴 ‘전쟁하지 않는 나라’라는 선언을 지키고 싶었던 것이다. 이러한 다카스 씨의 참신한 행동은 아베 정권의 헌법9조 개정 움직임을 정면에서 도전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 2014년 12월 강원도가 일본의 <‘헌법9조에 노벨평화상을’ 실행위원회>를 ‘DMZ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하기도 하였다. 국제사회의 진정한 평화가 오길 바란다면 일본 내부의 반대 열기가 식지 않도록 적극적인 연대를 모색하고 지지해야한다. 한국의 대학생들도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하여 ‘일본헌법9조’에 노벨평화상을 주자는 서명운동에 동참하면 어떨까.

/ 홍선영(일본학연구소ㆍ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