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 길거리, 학교 등 곳곳에서 쉽게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접할 수 있다. 지난달 12일 정부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행정 예고했다. 정부가 집필진을 조직하고, 정부의 손아귀 안에서 입맛대로 만들어지는 한국사 교과서를 현재 역사를 배우는 입장으로서 절대 찬성할 수 없는 결정이다.

국정화의 가장 큰 위험성은 모든 한국사 교과서가 획일화된다는 것이다. 역사란 자유로운 대립을 통해 합당하지 않은 논리를 가려낸 후, 과거를 더 명확히 밝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정화 된 하나의 교과서로 학생들을 일괄 교육한다면, 학생들은 자유로운 집필진의 다양한 해석을 배우지 못한 채 같은 내용을 배우게 될 것이다. 이를테면, 우리가 잊어서 안 되는 인물인 유관순 열사를 중요하지 않은 인물이라 여기고 교과서에서 제외해 버린다고 하자. 그렇다면 미래의 역사를 배우는 학생들은 유관순 열사를 평생 알지 못한 채 살아갈지도 모른다. 이것이 정말 바람직한 역사 교육일까? 또한 국정교과서는 학생들의 자발적인 사고의 확장이나 자신의 지식에 대한 사실적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차단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조지 버나드 쇼의 ‘역사가 되풀이되고 예상치 못한 일이 반복해서 일어난다면 인간은 얼마나 경험에서 배울 줄 모르는 존재인가’라는 말이 있다. 1974년 유신군부독재 정권하의 만들어진 국정교과서는 독재를 미화, 정권을 찬양하는 내용을 교과서에 실었다. 즉, 역사에 대한 다양한 인식을 무시한 채 하나의 역사 해석을 강요하며 폐해를 낳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수많은 사람의 피와 노력으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그런데 현 정부는 이런 폐단을 다시 반복하려 하고, 과거의 선조들이 일궈낸 결과를 물거품으로 만들려 한다. 이것이 진보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일까.

박 대통령은 “현재 정부의 검인정을 통과한 교과서에 많은 사실적 오류와 이념적 편향성으로 인한 논란이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현재 검인정을 주관하는 기관이 교육부 산하 국가기관인 것을 생각한다면, 이는 결코 현명한 대안이 될 수 없다. 여기서 검인정 체제란, 민간이 교과서를 제작하고, 교육부의 검인정 과정을 통과하면 교사들이 자유로이 교과서를 채택하여 사용할 수 있는 제도다. 즉, 새롭고 다양한 교과서들이 계속해서 출판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사용되고 있는 검인증 교과서들에 문제점이 많다고 사료된다면, 새로운 교과서들이 검인증 절차를 걸쳐 그 자리를 대신하면 될 일이다.

정부는 지금 역사를 왜곡하려 한다. 필자는 미래의 내 아이가 유관순 열사를 모르는 것도, 미화된 친일행위를 배우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영화 암살의 대사 “그렇지만 알려줘야지. 우린 계속 싸우고 있다고.”가 생각난다. 앞서가신 분들의 숭고한 희생을 수포로 돌아가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은솔 사학ㆍ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