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의 필수 스펙이 된지 오래인 토익이 이제는 대학생들의 졸업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일정 수치의 영어점수를 획득하지 못한 자들은 학사모를 쓸 수 없게 되는 ‘영어졸업인증제’가 학생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우리 대학은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해 추진하고 있고, 학생들은 6학기 이수 전에 정해진 점수를 획득해야 졸업이 가능하다. 영어졸업인증제는 1996년 성균관대가 처음 도입한 이후 많은 대학들이 잇따라 시행하며 급격한 확산을 보였다. 이 제도의 도입은 학생들의 졸업 여부가 달린 중대한 사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이 줄지어 ‘위험한 도전’에 발을 들인 것은 학생들의 영어 능력향상 효과라는 긍정적인 취지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영어졸업인증제가 본래의 취지를 잃어가면서 대학 역시 토익학원화 되고 있다.

지난해 4월 광운대는 영어졸업인증제 폐지를 선언했다. 뒤이어 서강대와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도 제도의 현실성을 부정하며 없애버렸다. 영어졸입인증제가 붐을 일으키며 잘나가던 때와 달리 하나, 둘 폐지가 이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대학 안에서의 토익 공부가 가지는 의미가 힘을 잃은 탓이다. 우리 대학을 비롯해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대학들이 밝힌 제도 도입의 기본 취지는 영어 능력 향상이었다. 하지만 학생들이 그 궁극의 목적을 ‘졸업 가능’에 둔지는 꽤 오래된 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토익 공부를 통한 영어 능력 향상이 기대하는 목표는 취업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영어 점수는 사실상 졸업 기준보다 훨씬 높아 큰 의미가 없다. 더군다나 토익 점수는 영속적이지 않고 2년마다 갱신되기 때문에 졸업만을 위한 학생들의 얕은 공부가 계속되고 있다. 마치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수능 영어를 기계처럼 공부하던 중ㆍ고등학생들의 모습과 다를 것이 없다.

또한 비교적 영어가 중요하지 않은 학과 학생들의 불만도 무시할 수 없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영어성적을 필요로 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괜한 부담감과 불필요한 의무감을 부과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계속 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때문에 토익 점수 확보는 개인적인 학습 과정을 통해 이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최근 대학에서 영어를 제외한 제2외국어 과목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우리는 영어의 영향권 아래 있다. 또한 지난 5일 토익 출제기관인 ETS는 시험의 일부 문제 유형을 새로운 형태로 바꿔 내년 5월 29일 정기시험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해 취업의 문을 통과하기 위한 학생들의 초조함이 더해지고 있다. 그만큼 영어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고, 아직까지 건재한 ‘토익 대세’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서는 영어졸업인증제는 충분한 필요성을 가진다. 하지만 제도의 활성화를 진행하기 전에 운영의 골자를 재정비하는 것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토익 공부의 목적전도현상을 파악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매뉴얼이 준비돼야 한다. 영어 능력 향상이라는 원래 목적을 위해서는 스파르타식 집중 교육이 아닌 즐거운 수업이 마련돼야 한다. 문법이나 스킬에만 집중된 것이 아닌 실무적인 회화가 동반된 학습이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또한 토익의 필요성을 느끼게 해주되, 토익의 학습과 점수 취득에 대한 선택권은 학생들에게 주어져야 한다. 똑같은 기준점을 충족하기 위한 강제적인 참여는 학생들에게 절망감과 열등감만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따라서 영어졸업인증제의 순익을 위해서는 대학들은 지금보다 더 유연한 진행과 적절한 ‘플랜 B’가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