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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의 인물화, 인물화 속의 역사 - 서양 편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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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1.07  06:5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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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1 :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그림은?
답 1 :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에 있는 들소 벽화입니다. 무려 4만년 전의 작품입니다.

문 2 : 그렇다면 서양 미술사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은?
답 2 :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입니다. 바로 인물화죠.

문 3 : 마지막입니다. 인물화와 관련해 세상에서 가장 많이 그려진 대상은?
답 3 : 동양에서는 부처님, 서양에서는 예수님입니다.

인류가 최초로 그린 대상은 동물이었습니다. 풍요를 기원하며 많이 사냥할 수 있게 해달라는 주술적인 의미에서 동굴 벽에 들소를 그렸던 것이지요. 그런 그림의 대상이 동물에서 사람으로 옮겨오기까지는 약 4만년이 걸렸습니다.

서양에서 인물화는 4세기경에 처음으로 등장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그리기 시작한 초기 기독교 문명에서였죠. 그렇다면 여기에서 드는 궁금증 하나. 서양 문명의 발상지이자 시, 음악, 도자기, 건축 등의 예술이 극도로 발달했던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왜 인물화가 없었을까 하는 점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고대 그리스나 로마에서는 흉상과 조각이 널리 통용됐지만 그림은 천대를 받았습니다. 아니 그리스의 경우에는 그림 자체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이 대단히 컸습니다. 이는 이데아론을 펼친 플라톤이 시와 그림은 쓸데없는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기에 진실에 다가가는데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플라톤의 이 같은 예술론은 이후, 고대는 물론이거니와 기독교 문명 초기까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며 인물화의 등장을 한참동안 지연시킵니다.

참 그러고 보니, 로마에서는 동전에 황제들의 옆모습을 새겨 넣음으로써 나름대로의 인물화를 구현한 적은 있습니다. 하지만 예술 작품으로서 서양에서 가장 먼저 등장한 인물화는 바로 그리스도의 상(像)이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중세 회화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인물화는 제단이나 교회 벽면에 장식했던 벽화였습니다.

서양에서 4세기경부터 시작된 인물화 부문에서의 그리스도 사랑은 무려 1000여년 동안 되풀이되다 중세로 넘어오면서 큰 변화를 겪습니다. 제단화를 교회에 바치기 위해 주문한 주문자와 그 가족들이 그림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지요.

이러한 가운데 15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태동한 르네상스는 서양 미술 전반에 혁명적인 변화를 불러 옵니다. 더불어 변화의 물결은 인물화 부분에서도 큰 파장을 불러일으킵니다. 바야흐로 그리스도를 위시해 성경 속의 주요 인물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지배층이나 부유층이 인물화 속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이러한 시기에 당대의 귀부인을 그림으로써 탄생시킨 불우의 명작이었죠.

재미있는 사실은 인물화의 범위가 비단 상류 계층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화가 자신들에까지 넓혀졌다는 것입니다. 이 시기에 그려진 자화상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으로는 역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초상화가 있습니다. 얼마 전, MBC의 오락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바보 전쟁’ 편에 출제 문제로 나왔던 작품이죠. 당시, 출연했던 ‘무한도전’에 출연했던 연예인들 가운데 모델 출신의 홍진경이 “빛의 화가 렘브란트”라고 틀리게 말했던 화제작이 다빈치의 초상화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인물화를 다루는 이번 주의 칼럼에서는 서양 미술사상 가장 유명한 그림을 그린 이도 다빈치요, 가장 잘 알려진 자화상을 그린 이도 다빈치입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의 천재적 재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고나 할까요?

한편, 이탈리아에서 발흥한 르네상스가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한 북유럽으로 옮겨지면서 인물화를 둘러싼 패권도 재편되기 시작합니다. 피렌체와 베니스, 제노바와 밀라노로 몰려들던 천문학적인 부가 플랑드르 지방을 중심으로 한 북유럽으로 이동하면서 인물화 제작의 노하우도 북유럽이 최고의 경지를 자랑하게 되니까요. 아마,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이 시기의 인물화로는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일 겁니다. 참, ‘무한도전’의 ‘달력 특집’에서 개그맨 정준하가 패러디했던 얀 판 아이크의 ‘아놀피니 결혼식’도 이 시기 북유럽의 인물화 시장을 둘러싼 영화(榮華)를 엿볼 수 있는 대표작입니다. 덧붙이자면, 렘브란트의 작품 ‘야경’도 등장 인물들이 집단으로 도열해서 그렇지 인물화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더불어 개인적으로 제가 대단히 좋아하는 독일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도 자화상을 통해 서양 미술사에 자신의 이름을 영원히 아로 새깁니다.

북유럽 인물화들의 특징은 이탈리아의 인물화와 달리 정밀하고 꼼꼼한 세부 묘사가 압권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인물을 표현하는 색감은 어둡고 무거운데 개인적으로 이러한 ‘선질’과 ‘붓질’은 기후적 요인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입니다. 이탈리아 및 지중해의 아름다운 기후와 달리 안개가 자주 끼고 우중충한 날씨가 대부분인 북유럽에서 화가들은 그림도 어둡게 칠하며 집안에 틀어박혀 상대적으로 남아도는 시간을 꼼꼼한 인물 묘사에 투자했을 테니까요. 아, 앞서 ‘선질,’ ‘붓질’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이는 화가들이 그림에 있어서의 붓 터치와 선 드로잉을 언급할 때 쓰는 그들만의 용어입니다. “이 화가는 붓질이 특이하다,” “저 화가는 선질이 정교하다”라고 말 할 때 쓰는 어휘죠.

근대 이후의 인물화로 가운데 가장 유명한 작품을 고르라면 저는 서슴지 않고 고흐를 꼽을 겁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선질과 붓질이 유난히 독특했던 고흐는 세계인들이,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일본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였으니까요. 이와 관련해서는 지난 번에 배경 스토리를 제공한 바 있습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동양의 인물화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심훈 언론ㆍ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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