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시민 케인>, <자전거 도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같은 영화들의 제목을 들으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혹시 ‘제목은 한 번쯤 들어봤지만 너무 오래되어서 내가 보기엔 지루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부터 들지는 않는가? 만약 이런 생각으로 옛날 영화를 찾아보지 않고 있다면 이는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마치 벽장을 뒤지다 문득 발견한 아버지의 와인이 너무 오래되어 상했을 것 같다며 장식용으로 거실에 전시하는 일이랑 별반 다를 것 없다 할 수 있겠다.

필자는 고2 때 친구의 추천으로 보게 된 <쇼생크 탈출, 1995>을 계기로 영화에 빠졌다. 필자에게 영화를 추천해주던 그 친구가 ‘고전 영화 마니아’였기 때문에 필자는 자연스럽게 고전 영화를 접하게 됐다. 처음 접한 고전 영화는 잭 니콜슨 주연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1975>였다. 흑백이었던 포스터, 얼추 봐도 낡은 느낌이 풀풀 나는 영상과 옛날 음악. 처음에는 ‘영화를 추천해줘도 왜 이런 옛날 영화를 추천해줬나?’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영화의 중반부부터 필자는 영화에 완전히 몰입했다. 정신병원 수감자들의 유쾌한 일탈, 병원과의 대립, 그리고 멀쩡한 주인공이 정신병 처방을 받아 전두엽 절제술을 당할 땐 필자도 분노하고 있었다.

이후에 본 고전 영화 중에 전위적인 편에 속하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시계태엽 오렌지, 1971>는 신선한 충격이었고, 교과서에 나와 찾아보게 된 <12인의 노한 사람들, 1957>을 보면서는 방 하나와 사람 12명, 그리고 대사만을 가지고도 90분 정도의 러닝타임을 지루하지 않게 채울 수 있다는 점에 감탄했다. 영화계의 ‘대부’격인 <대부 시리즈>는 말할 것도 없었다.

고전 영화의 매력은 무엇일까? 고전 영화는 모두가 인정하듯 ‘스토리텔링’이 뛰어나다. 할리우드 영화로 대표되는 현대 영화는 관객들을 쉴 틈 없이 영화 속 세상인 ‘디제시스’로 몰아넣기 위해 간결한 편집을 사용하며, 내용을 빠르게 전개한다. 몇몇 액션, SF 영화들은 CG에만 치중한 나머지 내용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기도 한다. 따라서 볼 때는 재밌지만, 극장을 나오면 ‘내가 뭘 본거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고전 영화들이 만들어지던 시기에는 편집술이나 특수 효과 기술이 발전하기 전이기 때문에, 스토리텔링에 집중해 영화가 제작됐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대부분 클래식 명작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그렇지만 특히 <시민 케인, 1941>을 보면 감독의 치밀한 계획으로 짜인 ‘극강의 스토리텔링’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덧붙여 처음에는 영화의 낡은 색감, 영상, 음성이 마이너스 요소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영화의 낡은 느낌은 동시에 사람들이 고전 영화에 빠져드는 중요한 요소로도 작용한다. 비유하자면 옷을 입을 때 ‘빈티지 패션’의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잘 만들어진 물건은 낡고 오래되더라도, 그걸 이유로 더 고풍스럽고 아름다워지기 때문에.

물론 이미 요즘 영화에 익숙해진 우리 세대가 고전 영화를 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필자도 <2001 :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보고 거하게 졸아봤다. 대단한 영화인 건 알겠는데 딱히 재미있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혹여 당신이 고전 영화의 클래식한 매력과 아름다움에 빠지게 된다면, 이는 삶 속에서 보석을 찾은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오늘 저녁에 고전 영화 한 편 어떠신가?

/ 나광현 언론ㆍ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