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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의 인물화, 인물화 속의 역사 - 동양 편 3서양 최고의 인물화는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 한국은 단원 김홍도의 ‘씨름’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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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1.29  21:5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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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1 : 모나리자는 인물화일까요? 초상화일까요?
답 1 : 둘 다입니다.

문 2 : 그렇다면 인물화와 초상화는 같은 것인가요?
답 2 : 다릅니다. 한 명이 들장하든 두 명 이상이 등장하든 전신을 그리면 인물화이고 얼굴위주로 상반신을 그리면 초상화가 됩니다.

서양 최고의 초상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서양 최고의 인물화로는 무엇을 꼽아볼 수 있을까요? 개인적인 취향에서부터 미학적인 관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답변들이 나오겠지만 적어도 필자의 입장에서는 단 한 가지 작품만이 존재합니다. 바로,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이죠.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와 수학자, 천문학자들이 모여 있는 ‘아테네 학당’은 사실. 당대의 최고 지성들을 한 자리에 모은 대작입니다. 이를 위해 라파엘로는 수많은 인물들을 만나고 스케치하며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 붓습니다. 참고로 ‘아테네 학당’에서는 그림의 한 가운데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자리하고 있으며 옆으로는 소크라테스, 디오게네스, 피타고라스, 유클리드, 프톨레마이오스 등 기라성 같은 현인들이 무려 54명이나 등장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서양 문명의 원류를 형성하는 지성인들의 집합소, ‘아테네 학당’은 필자가 서양 최고의 인물화로 꼽는데 조금도 주저함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한국 최고의 인물화는 무엇일까요? 이에 대한 대답을 제시하기에 앞서 먼저, 오주석이라는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오주석을 소개해야만 제가 제시하는 답의 근거가 좀 더 설득력을 지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대 동양사학과와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오주석은 영자 일간 신문인 ‘코리아 헤럴드’에서 문화부 기자로 근무한 바 있으며 이후, 호암 미술관과 국립 중앙박물관에서 학예연구원을 역임했습니다. 이와 함께 간송 미술관 연구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우리 미술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박물관과 문화원, 공무원 교육원과 삼성, LG 연수원 등에서 수많은 강연을 펼쳐 왔지요.

그런 오주석은 단원 김홍도와 조선 시대 그림을 가장 잘 이해했다고 평가받는 미술 사학자입니다. 1998년에 자신의 첫 책인 「단원 김홍도」를 펴 낸 오주석은 이후,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1999), 공저인 「우리 문화의 황금기 진경시대」(1999), 「오주석이 사랑한 우리 그림」(2009) 등 수많은 저작들을 연이어 내놓습니다. 그 가운데, 2003년에 펴낸 「한국의 미 특강」은 시쳇말로 대박을 칩니다. 스테디셀러인 동시에 베스트셀러이기도 한 이 책에서 오주석은 김홍도의 재발견이라고까지 평가받을 수 있는 내용들을 특유의 입담으로 재미있고 박식하게 전달합니다.

오주석에 따르면 김홍도의 ‘씨름’은 구경꾼을 포함해 씨름꾼 등 22명의 등장인물들에 대한 성격과 직업 등을 셜록 홈즈나 코난 같은 명탐정이 아니어도 쉽게 알아 낼 수 있는 명작입니다. 이와 함께 그림을 찬찬히 훑어볼 경우, 씨름의 승패까지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전언입니다. 씨름꾼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반응, 특히 넘어지려는 씨름 선수 쪽에 몰려 있는 사람들의 동작을 통해 그림 외적인 것도 챙길 수 있다는 의미에서죠. 오주석의 설명을 눈으로 들으며 ‘씨름’을 보노라면 예전에 교과서를 통해 배웠을 당시보다 더욱 입체적이고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그렇다면 이제 독자 여러분은 한국 최고의 인물화로 필자가 무엇을 꼽을지 짐작하셨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한국 최고의 인물화가 무엇이냐에 대해서는 저마다의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필자의 입장에선 단원 김홍도의 ‘씨름’입니다.

여기에서 잠깐 부연 설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필자가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을 처음 접한 것은 2006년도 12월로 어느새 10년 전의 일입니다. 당시에는 그림 보는 재미에 주말마다 미술관과 박물관을 쏘아 다니며 미술 관련 서적들도 꾸준히 사 보았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발견한 책이 바로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2006년에 건졌던 최고의 책 한 권 꼽을 경우, 바로 이 책을 내밀 정도로 눈이 밝아지고 미술 감상이 한 단계 성숙해지도록 만든 명저였습니다.

시중에 무수히 많은 미술책들이 널려 있는 가운데에서도 ‘이렇게 미술책도 쓸 수 있구나,’ 더불어 ‘미술책은 이렇게 써야 하는구나’를 일깨운 책이었지요. 개인적으로는 동양, 특히 우리 선조들의 사상을 이해하는데 있어 필수적인 「주역」을 대단히 쉽고 재미있게 설명했기에 세상은 넓고 인재는 많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우치게 했던 책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류 및 K-팝 열풍과 맞물려 한국 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쑥쑥 자라나는 작금의 시대에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은 한국인들의 자부심을 한층 더 원숙하고 깊이 있게 키워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니 까다롭기로 소문난 네티즌들조차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에 평점 9.23점이라는 엄청난 점수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우리 문화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준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을 통해 짐작컨대, 저자, 오주석은 조선 시대의 회화 문화에 미쳐 있었던 듯합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방대한 지식을 토대로 조선 회화를 이토록 깊고 재미있게 설명할 수는 없었을 터이니까요. 단지 옥의 티라면, 조선 회화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이 조금은 거슬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조선 시대의 문화에 대한 몰이해와 반감이 판쳐온 분위기 속에서 그의 이와 같은 반대 의지도 충분히 이해할 만은 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겨울 방학을 목전에 둔 여러분들이 한번쯤 고려할 수 있는 생산적인 일로는 무엇을 꼽아볼 수 있을까요? 모르긴 해도 짧고 얇은 지식을 토대로 중간고사 이후부터 연재하기 시작한 필자의 미술 칼럼과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을 토대로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을 경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럼, 학기 마무리 잘 하기 바라며, 기회가 닿는다면 다시 글을 통해 조우할 날을 기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심훈  언론ㆍ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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