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리나라가 제1회‘루즈벨트 국제장애인상’을 수상했다. 우리나라의 장애인 복지 현황은 정말 선진국 수준에 올라 있는 것일까?

  이번 수상을 놓고‘다소 뜻밖’이라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당사자인 장애인 단체들은 이번 수상에 대해, 취약한 국내의 장애인 복지 정책을 예로 들면서 매우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먼저, 우리나라의 장애인 복지 관련 예산은 정부예산의 0.14%로 장애자 복지 후진국에 속하는 일본의 3.11%(94년 기준)에도 비교될 수 없는 수준이며, 장애인 편의 시설 또한 턱없이 부족한 상태이다. 경상북도가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실시한 도내 장애인 편의 시설 실태 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관공서, 학교 등의 공공시설물 가운데 법령에 의한 장애인 편의 시설을 갖춘 곳은 45%미만인 것으로 밝혀졌다.

  편의 시설 이외에 장애인 고용 정책에도 많은 문제가 있다. 현실과 괴리된 정부 시책으로 총 400만 명에 달하는 국내 장애인들이 절대 빈곤에 허덕이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례로 대전·충청지역의 경우 ‘장애인고용촉진법’이 제정 된지 6년이 지났으나 대상 사업장의 14%만이 장애인 의무 고용 비율(2%)을 지키는 실정이다. 또한 최근 대두되는 문제는 장애인의 ‘사회와의 단절’로 인한 자살 급증이다. 이는 장애인의 재활을 위한 제도적 장치의 마련보다 단순수용시설의 확보에만 급급해 왔던 정부의 빗나간 복지 정책이 한 원인이다. 이와 같은 국내 장애인 복지 현실 앞에 ‘국제장애인상 수상국’ 운운하며 우리나라를 장애인 복지 선진국이라 칭하는 것은 장애인을 비웃는 행위를 넘어 그들을 능멸하는 처사에 불과하다.

  이번 김대통령의 ‘국제장애인상’수상은 또 다른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루즈벨트 국제장애인상의 수상자는 원칙적으로 10월에 선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11일 김 대통령의 미국 방문 일정에 맞춰 수상국이 앞당겨 발표됐다. 또한 「루즈벨트재단」은 지난해 11월과 올 7월에 국제장애인상 제정과 관련한 기부금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선정 과정에서의 의혹과 국내 장애인 복지 현실을 비춰보면 이번 수상은 무척 개운치 못하다.

  진정한 장애인 복지국가의 실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부 차원의 지원과 장애인복지정책에 대한 국민적 여론의 형성이 선행돼야 하며, 일신의 영애를 위해 수많은 장애자를 기만한 이번 수상은 그때서야 비로소 제 가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김승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