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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훈 교수의 재미있는 미술 이야기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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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2.29  13: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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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872년, 뉴욕의 최남단에서 처음으로 자리를 잡았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8년 뒤인 1880년, 뉴욕 시가 부지를 기증함으로써 82번가인 지금의 장소로 이전했다. 사진은 센트럴 파크를 설계한 캘버트 보가 설계한 보자르 양식의 메트로폴리탄의 파사드. 참고로 파사드란 건물의 정면을 일컫는 용어다.
   
▲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여의도 면적에 버금가는 1백만 평의 방대한 센트럴 파크 오른편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은 뉴욕 시내 북부의 지도이며 가운데 하단에 있는 원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위치이다. 바로 옆으로는 광대한 센트럴 파크가 있다.
   
▲ 청계산 기슭에 자리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마치 가까이 다가오지 말라고 웅변하는 듯 청계산 자락에서 귀하디귀한 현대 미술품들을 혼자 움켜쥐고 있다.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은 작품 수, 

작품 수준과 함께 교통 접근성에 있어 세계 최고의 미술관
반면 한국의 대형 미술관들은 최악의 접근성으로 
생활 속의 미술과는 동떨어져 있어
 
지난 학기에는 인상파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함께, ‘역사 속의 인물화,’ ‘인물화 속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그럼 이번 학기에는 그림과 관련해 좀 더 넓고 자유로운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 나갈까 합니다.
 
먼저 새 학기의 첫 번째 주제로는 미술품을 전시하는 미술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미술관 없는 미술 작품은 마치 거주지 없는 인간처럼 상상도 할 수 없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미술 작품의 가치를 가장 빛나게 해주는 세계 최고의 미술관에 대해 간략하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는 흔히 특정 대상, 특정 주제에 대해 세계 3대 건축물, 5대 휴양지, 7대 불가사의와 같이 정해진 수 안에서 순서 매기기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순서 매기기에 있어 정답은 결코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만일 세계 최고의 미술관이라고 언급한다면, 이는 주관적인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정답을 양산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떠한 요소들이 세계 최고에서부터 세계 3대, 5대, 7대 또는 10대 미술관 등을 정하는 기준이 될 수 있을까요? 
 세계 최고의 미술관을 정하는 기준은 소장 작품의 가격, 미술관의 크기, 미술관의 예산, 미술관 직원 수 등을 통해서도 제시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소장 작품의 수 및 소장 작품의 수준을 통해 가장 많이 거론됩니다. 여기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미술관과 박물관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알다시피 박물관이란 미술품을 비롯해서 각종 유물과 유적 등을 함께 전시하는 곳이니까요. 
 이에 따라 혹자는 말 그대로 미술관만을 대상으로 세계 3대 미술관을 거론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의 경우에는 수준 높은 미술품들을 대거 소장하고 있다면 박물관이란 이름을 달고 있어도 세계 최고의 미술관으로 정의할 수 있다고 봅니다. 어차피 정답은 없고 얼마나 설득력 있는 기준을 지니고 있는가의 차이일 터이니까요.
 그렇다면 세계 최고의 미술관으로는 꼽아볼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요? 필자가 개인적으로 경험한 바에 의하면 단연,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세계 최고의 미술관으로 내세울 수 있습니다. 이는 흔히, 대영제국 박물관, 루브르 미술관과 함께 세계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글자 그대도 세계 최고 수준의 미술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려 330만점에 이르는 막대한 소장품을 자랑하고 있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선사 시대부터 중세를 거쳐, 근대와 현대에 이르기까지 세계 전역의 다양한 미술품과 공예품들을 전시하고 있으며 뉴요커들로부터는 ‘메트(Met)’라는 애칭으로 절대적인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지하를 포함해 총 4개 층에 유럽 회화와 조각, 그리스와 로마 미술, 미국, 아시아,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 전 세계의 미술품들을 고르게 전시하고 있으며 236개에 이르는 전시실을 제대로 둘러보려면 족히 3~4일은 걸린다고 합니다. 물론, 이 가운데에서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백미(白眉)는 세계적인 걸작들이 3,000여 점이나 전시돼 있는 2층의 유럽 회화관입니다.
 하지만, 필자의 기준에서 메트로폴리탄이 세계 최고의 미술관으로 등극할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편리한 대중교통과 유려한 자연 환경이 기막힌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뉴욕의 4번, 5번, 6번 지하철이 한꺼번에 교차하는 86번가에서 도보로 10분도 걸리지 않는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뉴욕의 명소인 센트럴 파크의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어 뉴요커들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자연스럽게 찾을 수 있는 천혜의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들은 매년 500만 명 이상으로 하루에 약 13,000명 이상이 끊임없이 미술관 문턱을 드나들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최고의 미술관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과천의 국립 현대 미술관과 한남동의 삼성 리움 미술관은 그 미술적 수준을 제쳐둘 경우, 접근성 측면에선 F학점에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적어도 필자의 기준에선 그렇다는 말입니다. 이는 과천 국립 현대 미술관의 경우, 자동차를 몰고 가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후미진 청계산의 기슭에 자리 잡고 있으며, 한남동의 삼성 리움 미술관은 개관 초기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도 없는 입장 제한을 실시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한남동의 삼성 리움 미술관으로 향하는 교통편도 결코 시민들에게 우호적이지는 않습니다. 가장 가까운 전철역은 지하철 6호선의 한강진역이 전부이며 버스로 접근하기에는 더욱 불편합니다.  
 이 같은 연유로 한국 최고의 미술관을 거론함에 있어 필자는 서울 정동의 시립 미술관과 함께 삼청동의 국립 현대 미술관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국가적 차원에서 심혈을 기울여 지난 2014년에 완공한 삼청동의 국립현대 미술관은 시민과 소통하는 미술관만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미술관이라는 의미를 정부 스스로가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서울 한복판에 자리해 무료로 수준 높은 기획전을 끊임없이 선보이고 있는 정동의 시립 미술관도 서울 시민들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한국 최고의 미술관입니다. 
 반면, 한가람 미술관을 지니고 있는 서울 예술의 전당은 과천의 국립 현대 미술관 및 한남동의 삼성 리움 미술관과 마찬가지로 접근성 면에서 박한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미술관보다 음악당을 중심으로 설계됐다고는 하나 서울 예술의 전당 역시, 전철과 연계되지 않은 데다 서울에서도 가장 남단에 위치하고 있어 시민들의 발길을 끌어들이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비록 한적한 곳에 웅장하게 짓는다고는 하지만 시민들의 접근이 어렵거나 시민들이 찾아오지 않는 미술관과 박물관은 그 존재 의미를 상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필자의 B급 견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에게 있어 최고의 미술관은 바로 시민들이 자주 찾을 수 있는 미술관입니다. 만일, 한 도시의 시민들이 저녁 식사 이후에 마실 나서듯 쉽사리 찾을 수 있는 미술관이 있다면 그것이 진정 세계 최고의 미술관이란 것이죠. 
 그럼, 다음에는 뉴욕 메트로폴리탄의 위치를 넘보는 또 다른 미술관들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를 풀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심훈(언론방송융합미디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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