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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보도]‘과학발전’과 ‘생명윤리’ 또 하나의 딜레마법학연구소 춘계세미나 : 생명과학기술시대의 생명인권에 관한 법적 고찰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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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2.10.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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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많은 실패 끝에 얻어진 복제양 돌리, 거대한 자금으로 인간의 유전자 정보를 읽어내는 게놈 프로젝트, 식물의 유전자 조작…. 이것은 고도로 발달한 생명공학의 결과이다. 이런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인해서 사람들은 좀 더 편리하고 인간의 생로병사가 언젠가는 모두 해결될 것이라는 장밋빛 미래를 꿈꾸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은 기대되는 효과만큼이나 많은 논란에 휩싸여있다.

  최근 과학기술부 생명윤리자문위원회가 6개월의 산고 끝에 내놓은 생명윤리기본법 시안은 이를 증명이라도 해주듯이 윤리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시안의 내용에서 인간 배아의 복제는 금지되고 수정된지 14일 이전의 상태인 배아 간세포의 연구도 불임치료 목적으로 체외수정을 통해서 얻어진 잉여 배아에 대해서 난자와 정자 제공자의 동의를 받은 경우에 한해서 허용된다. 또 유전자치료도 사망률이 높은 병이나 만성질환에만 가능하다. 공청회를 통한 생명윤리기본법 시안 발표로 인해 과학발전 필요성의 목소리와 윤리, 생명인권 보호의 목소리 사이의 논쟁은 더욱 격렬해졌다.

  배아는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란이 생성되고 나서 원시선(primitive streak)이 만들어지는 14일 이전의 상태를 말한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과학계의 사람들은 원시선이 만들어지기 이전인 배아의 상태는 하나의 생명으로 인정하지 않아도 되는 세포덩어리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고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난자와 정자가 수정이 된 이후부터 배아는 인간개체가 될 가능성을 충분히 내포하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연구의 목적으로 쓰이는 것은 비윤리적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배아 간세포의 복제가 금지된 내용의 시안을 바라보는 과학자들은 이것이 우리나라의 생명공학 발전을 크게 저해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종교계나 윤리를 강조하는 사람들은 배아 간세포의 제한된 연구조차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실정이다. 이들의 대립과 갈등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고 예전부터 제기돼 왔던 법적인 문제도 수반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우리학교 법학연구소는 지난 5월30일 ‘생명과학기술시대의 생명인권에 관한 법적 고찰’이라는 주제로 사회과학관 강당에서 춘계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이인영(사과·법학) 교수는 발표회에 앞서 “생명공학은 우리 생활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으나 이를 인권과 결부시켜 진지하게 논의해 본 경험은 별로 없다”며 “이번 세미나에서 인권에 관련된 문제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시작하며 법적인 고찰을 공론화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법학연구소 소장인 오종근(사과·법학) 교수는 개회사에서 “최근 생명윤리기본법 시안이 발표되고 종교계·학계·재계 등의 여러분야에서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다”며 “이번 세미나의 주제는 비단 법학적인 관점에서 뿐만 아니라 철학, 자연과학, 의학 등 여러 가지 시각에서 분석이 필요한 주제”라고 말했다.

  우리학교 최의열(생명·유공) 교수가 준비한 ‘인간복제와 근간세포이용기술’에 관한 슬라이드가 상영된 후 첫번째 주제발표가 시작됐다. ‘인간복제기술의 발전과 법적 문제젼에 관해 발표한 대구대 법과대학 김천수 교수는 “복제인간의 존재 내지 출현의 가능성이 현재나 가까운 장래에 있다면 그의 법적 지위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가 가장 시급한 문제”라며 “복제인간의 보호를 위해 새로운 가족개념의 도입이 불가피하며 종래의 혈연적 가족개념과 혼인의 모습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염두해야 한다”고 복제자의 법적 지위 중 친족법상의 지위를 강조했다. 발표 후에는 우리학교 주동률(인문·철학) 교수와 최의열(생명·유공) 교수의 지정토의가 이어졌다.

  두번째 주제발표가 있기 전에 한복기 국립보건원 유전자은행담당팀장이 준비한 ‘유전정보와 유전자은행의 현황’에 관한 슬라이드가 상영됐다. 이는 생명공학의 기본개념과 유전자은행 사업설명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어 발표한 한양대 법과대학 정규원 교수는 ‘유전정보 보호에 관한 법적 고찰’이라는 주제발표에서 윤리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입장을 표명하며 인간 유전정보 연구와 관련해 사생활 침해, 인공임신중절, 보험에서의 차별, 노동관계에서의 차별, 유전자은행 등의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정교수는 “현행법 체계로는 개인의 유전정보를 충분히 보호할 수 없으며 개인의 유전정보를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입법이 필요하다”며 의료행위를 통해 발생할 수 있는 유전정보 유출이나 오·남용, 고용과 보험에서의 유전자 검사 금지, 유전자은행의 운영에서 개인 유전정보 악용우려 등 세가지의 포괄적인 범위에서 법적 제도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발표 후에 강동성심병원 임상병리과 조현찬 교수와 한복기 국립보건원 유전자은행담당팀장의 지정토의가 이뤄졌고 조현찬 교수가 준비한 게놈혁명과 바이오벤처에 관한 슬라이드 상영, 종합토의가 이어졌다.

  이번 세미나는 의료법학 분야의 전문가 뿐만 아니라 철학자, 유전공학자, 의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생명과학과 생명인권에 관한 문제를 보다 다양한 측면으로부터 분석하려는 시도를 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생명공학의 발전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인권과 윤리를 강조하는 사람들 간의 논쟁의 열기는 당분간 쉽게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생명윤리법안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좀더 올바른 방향의 결론이 도출될 수 있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더욱 활발한 논의와 충분한 토의를 거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합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 홍수경 기자 laught123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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