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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훈 교수의 재미있는 미술 이야기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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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3.12  11: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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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상 4층 규모로 중국 전통 양식인 타이완 국립고궁박물관은 소장품들이 많아 옥제품과 도자기, 회화, 청동 등의 작품들을 3개월에 한 번씩 교체, 전시된다. 사진출처 : 네이버
   
▲ 북종산수화의 대가 범관의 ‘계산행려도(溪山行旅圖)’. ‘계산행려’란 산과 계곡으로 여행을 다닌다는 의미이다. 그림 가운데에서는 유일하게 타이완 국립고궁박물관의 10대 보물로 꼽히는 작품이다 사진출처 : 야후재팬

중국 문화의 정수, 타이완 국립고궁박물관
역대 황제 초상화는 물론, 최고의 명작 소장

지난주에는 세계 2대 미술관으로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과 모마 미술관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필자가 꼽는 세 번째 미술관은 어디일까요? 정답은 바로 타이완의 국립고궁박물관입니다. 대영제국 박물관이나 루브르 박물관을 염두에 두셨던 분들에게는 상당히 의아한 답일 겁니다. 이유는 타이완의 국립고궁박물관이 1만 년의 중국 역사에서 당, 송, 명, 청 등 4대 왕조의 역대 황제들이 수집했던 예술품들을 무려 65만 건이나 소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타이완 국립고궁박물관은 건물 규모가 크지 않지만 소장한 문물의 질적인 측면에서는 가히 세계 최상급입니다. 아마 모르긴 해도 영국과 프랑스, 미국의 소장품들을 다 합쳐도 타이완의 국립고궁박물관이 지닌 가치에는 훨씬 못 미칠 것이라는 게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더불어 뉴욕 메트로폴리탄이나 모마 미술관과 달리, 타이완 국립고궁박물관은 3개월 단위로 1만여 점씩을 돌아가며 전시하고 있는데 박물관 측이 소장한 작품을 제대로 둘러보려면 10년은 족히 걸린다고 합니다.

  인터넷을 통해 자료를 찾아보니 타이완 고궁국립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그림의 수는 4대 왕조의 황제 초상화를 비롯해 약 6,500여 점. 그 가운데에서도 타이완 고궁국립박물관의 10대 명품에 드는 범관의 ‘계산행려도’는 단연 압권입니다. ‘계산행려도’에서 전체 화폭의 60%를 차지하는 거대한 산은 보는 이들의 시선을 압도하며 왜 이 작품이 타이완 국립고궁박물관의 10대 명작에 속하는지 금방 깨닫게 합니다. 사실, 이 작품은 타이완에 건너올 당시만 해도 범관의 작품임이 채 밝혀지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박물관 측이 전시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숨은 그림처럼 작품의 한구석에 조그맣게 자리하고 있던 범관의 서명을 발견해 ‘계산행려도’는 극적으로 국립고궁박물관의 10대 보물로 등극하게 됩니다.

  송나라 시대, 북종 산수화의 선도적인 화가로 명성을 날렸던 범관은 그의 생애와 작품에 관한 기록이 거의 소실돼 현재는 몇 점의 진본만이 전해질 뿐입니다. 그런 그의 그림은 김용의 무협소설, ‘소오강호’에도 등장하는 명작 중의 명작입니다. 소설 속에서는 한 산수화 수집가가 그토록 갖고 싶어 하던 그림이 이 ‘계산행려도’였으니까요. 참고로 북종 산수화란 정밀한 필선과 채색을 통해 화면을 꽉 채우는 것이 특징이며 남종 산수화는 화가의 예술적 영감과 정신세계를 중시해 그림 속에 도가적 여운을 남기려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드는 궁금증 하나. 중국 베이징에 있는 국립박물관도 아니고 왜 타이완의 국립고궁박물관에 범관의 ‘계산행려도’를 비롯한 6,500여 점의 그림들이 65만 점의 보물들과 함께 자리하게 되었을까요?

  사실, 타이완의 국립고궁박물관이 세계 3대 박물관으로 등극하게 된 데에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습니다. 먼저, 역사의 시계를 20세기 초로 돌려보면 중국 황실의 보물들은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 푸이가 황궁 밖으로 추방되면서 1924년에 처음으로 세상 빛을 쬐게 됩니다. 그리하여 1925년 10월 10일에 북경 고궁박물원이 개원하면서 일반인들도 황실의 보물들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죠. 하지만, 1933년부터 잇달아 발생한 만주사변과 중일전쟁으로 황실의 보물은 모두 대형 상자에 담겨 대륙 남방으로 옮겨집니다. 처음에는 상해로 옮겨졌지만 중일 전쟁이 상해까지 확산되자 나중엔 여러 지역으로 분산돼 귀주, 사천을 비롯해 중국의 서쪽 끝인 아미까지 옮겨집니다. 그렇게 정처 없이 중국 변방과 산간 오지를 떠돌아다닌 중국의 보물들은 1945년에 일본이 항복한 뒤, 마침내 남경으로 다시 모이게 됩니다.

  하지만 이도 잠시. 국민당과 공산당의 치열한 국공 내전 속에 전세가 국민당에 불리하게 돌아가자 국민당 정부는 마침내 타이완으로 퇴각하고 맙니다. 더불어, 이때 국민당 정부는 세 차례에 걸쳐 황궁의 보물들을 모두 타이완의 기륭항으로 옮기지요. 세 번째 선적 당시엔 북경 고궁 박물관에 남겨진 728개의 상자와 남경에 남겨진 28개의 상자가 선박의 공간 부족으로 결국, 중국 본토에 남겨지고 이들은 오늘날 베이징의 국립고궁 박물관에서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한편 국민당의 철수 당시, 중국 본토에서 타이완으로 옮겨진 보물 상자는 약 3,000개에 달했습니다. 이 가운데 책이 16만 책, 공문서가 38만 책, 기물과 서화는 5만여 건이었죠. 이들도 혹시 모를 중국과의 전쟁에 대비해 타이완 중서부에 있는 무봉의 동굴 속에 보관됐다가 1965년이 되어서야 타이베이의 현 자리에 둥지를 틉니다. 1965년 11월 12일, 국부 손문의 탄신 백 주년 기념일이었죠. 아, 참고로 말하자면 타이완의 국립고궁박물관은 중국의 황궁들을 본떠 서로 지어졌습니다. 황궁의 보물들을 보관하는 곳이니까요.

  각설하고, 우리에게는 낯설 수 있는 타이완의 국립고궁박물관을 세계 3대 미술관으로 꼽은 이유는 비단 보물들의 가치 때문만은 아닙니다. 타이완 국립고궁박물관이 한국에서의 거리도 가깝기에 현실적으로 유럽의 여러 미술관보다 방문하기가 훨씬 쉽기 때문입니다. 유럽은 큰마음 먹고 큰돈 들여 다녀와야 하는 곳이지만 동남아에 있는 타이완은 언제든 쉽고 저렴하게 다녀올 수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등학생 때 처음으로 《리더스 다이제스트 한글판》을 통해 타이완 국립고궁박물관의 극적인 이야기를 접한 필자는 이후, 국립고궁박물관에의 방문을 필자의 버킷 리스트에 넣어 둡니다.

  하지만, 이 꿈을 실현하는 데는 거의 30년이 걸렸습니다. 벼르고 벼른 끝에 2년 전, 다녀왔으니까요. 물론, 국립고궁박물관에서도 마음에 드는 기념품 몇 개를 사 왔습니다. 그 가운데에는 한 자 한 자마다 천금의 가치가 있다고 해서 ‘천금첩’이라 불리는 당나라 명필, 회소의 초서 천자문 탁본이지요. 제 방의 액자에 걸려 있으니 혹시 제 방을 방문하는 이들은 한번 감상해 보기 바랍니다.

  그럼, 미술관과 박물관 이야기는 이쯤에서 접기로 하고 다음 시간에는 화제를 조금 돌려서 서양 미술사상 가장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작품들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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