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우리 학교는 정부가 실시하는 구조개혁평가에서 A 등급을 받아 지금까지도 캠퍼스에 크게 써 붙여 자랑거리로 삼아왔다. 그러나 과연 그게 좋은 일일까?

  우리 학교는 구조개혁평가를 통해 올해부터 신입생 정원이 7%가량 줄었다. 등록금 수입도 그만큼 줄어 재정적인 압박도 받게 되었다. 설상가상이라고, 이명박 정부 때 반값등록금 정책으로 인해 재정압박을 많이 받게 된 대학들은 박근혜 정부 들어 대학진학인구 감소에 대응하는 구조개혁정책이라는 것을 통해 재정압박을 한 번 더 받게 된 것이다.

  다른 한편, 우리 학교는 여러 곳의 전공, 학과, 학부가 통폐합, 구조 조정되었다. 국문과, 사학과, 철학과는 이번 학기부터 인문학부로 통폐합되어 각 학과가 ‘전공’으로 강등(!)되었다. 법행정학부, 경영학부, 체육학부 등 여러 개의 학부들이 전공수를 줄이면서 각각 학과들로 강등되었다.

  대학에 가해지는 정부발 구조개혁 압력과 재정압박은 대학의 교육여건에 다각적인 악영향을 주어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집중되고 있다. 취업률 높은 전공으로 학생정원을 몰아가는 방향, 그리고 ‘돈을 절약하기 위해’ 개설강좌를 줄이고, 폐강기준을 높이고, 교수 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그 압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물론 교수 연구의 질도 떨어뜨리고, 학생의 학습 질도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다. 교수의 강의부담이 늘어나고, 대형 강의가 늘어나고, 개설 과목 수는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했던가? 아니다. 요즈음에는 모든 길이 돈으로 통하는 세상인 것 같다. 아마 ‘헬조선’에서는 더욱 그렇겠지?

  우리는 왜 유럽 여러 나라들처럼 대학을 국공립으로 운영하질 않는가? 왜 고등교육을 민간(사립)에 맡겨두고 지원은 거의 안하면서 ‘입학정원 틀어쥐고’ 간섭만 하는가? 등록금 내려라! 입학정원 감축해라! 취업 중심으로 구조조정 해라! 등등등등.

  이제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지만, 우리나라 대학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고등학교 교사들보다 많다. 유럽 나라들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 차이가 나니 이런 차이가 교육의 질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유럽대학들은 등록금을 거의 안 받는다는 사실!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그러나 그것이 과연 놀라고 펄쩍 뛸 일인가?

 발상의 전환, 그러니까 역발상으로 전환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

  첫째, 정부는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를 구조개혁, 입학정원 감축, 대학평가 등의 필요성, 아니 불가피성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그 반대이다. 교수-학생 비율이 낮아지고, 따라서 더 좋아지질 않겠는가? 문제는 물론 돈이다. 왜 정부는 전국 80%가량의 대학들과 대학생들에게 비싼 등록금을 받고 내게 해서 대학을 운영하게 놓아두느냐 하는 것이다. 대학에서 자비를 들여 4년 동안 숙련성과 전문성을 기른 후 대학졸업자들은 취업해서 일하는 경우 국가와 경제의 발전에 막대한 기여를 하지 않는가? 이건 누가 보상을 해 주어야 하겠는가? 

  정부는, 그리고 정치하는 사람들은 앞으로의 학령인구 감소 상황을 오히려 대학교육의 질을 유럽 수준으로 높이는 기회로 삼으려는 역발상을 할 줄 알아야겠다.

/ 유팔무 (사회ㆍ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