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이 흐른다. 바둑판이라는 단상 위에 이내 백돌 두 개가 올라왔다. 3:0,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구글 딥마인드 첼린지 매치’에서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가 바둑기사 이세돌을 176수만에 꺾어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겨줬다. 이후 진행된 대국은 4:1이란 결과로 끝이 났지만 바둑이라는 영역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겼다는 사실은 큰 놀라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가져왔다. 1997년 IBM의 컴퓨터 ‘딥 블루’가 체스 최강자의 자리에 올라선 이후 다시금 인간에게 인공지능의 발전을 알린 이번 대국은 많은 사람들에게 인공지능에 관한 관심을 새롭게 환기시켰다.

인공지능, 인간을 지배할까?

알파고의 승리로 끝난 ‘구글 딥마인드 첼린지 매치’ 이후, 많은 네티즌은 “스카이넷의 시대가 다가온다” 혹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할 것이다”와 같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이는 알파고와 같은 ‘약 인공지능’에 대해 오해한 것으로, 인공지능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이란 개념은 1956년 미국 다트머스의 학회에서 컴퓨터 과학자 존 매카시가 최초로 제시했다. 1960년대 이후 본격적인 인공지능의 개발이 시작됐는데, 이후 인공지능의 갈래는  어떤 문제를 실제로 사고하고 해결할 수 있는 컴퓨터 기반의 ‘강 인공지능(strong AI)’과 미리 정의된 규칙의 모음을 이용해서 지능을 흉내내는 ‘약 인공지능(weak AI)’으로 나눠졌다. 이 중 IBM의 ‘딥 블루’와 구글의 ‘알파고’는 약 인공지능에 해당한다. 알파고는 구글에 인수된 인공지능 벤쳐기업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머신러닝 기반 바둑 프로그램이다. 알파고에 접목된 기술은 ‘딥 러닝(Deep learning)’이라고 불리는 기계 학습 시스템이다. 딥 러닝은 컴퓨터가 여러 데이터를 이용해 마치 사람처럼 스스로 학습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인공 신경망(ANN: artificial neural network)을 기반으로 한다. 중요한 점은 알파고가 딥 러닝을 위시한 다양한 학습 프로그램과 기술이 접목되어 알파고 스스로가 학습을 통해 성장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알파고는 바둑이라는 한 가지 ‘문제 해결’에 특화되어 있을 뿐, 인간과 흡사한 사고 및 지각을 하지 못한다. 즉, 알파고는 엄밀히 말하면 네티즌들이 생각하는 인공지능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알파고는 특정 상황에 대해 학습을 하고 이에 따른 판단에 가중치를 둬 어떻게 대처 할 것인지, 다음 수는 어떨 것인지 등의 ‘인간의 미약한 판단 중 일부를 구현한’ 약 인공지능에 불과하다. 알파고는 과거 ‘Deep 시리즈’ (현재는 DeepMind)들이 경우의 수를 빠르게 계산해 승리를 쟁취하던 방식이 아니다. 알파고는 인간처럼 ‘수’라는 것을 고려할 수 있도록 인간의 사고 한 부분을 구현해 낸 인공지능이라고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알파고는 바둑을 정말 잘 둘 수 있는 프로그램일 뿐 인간처럼 환경과 상황을 고려해 ‘사고’나 ‘판단’을 하는 것은 아니다. 3월을 뜨겁게 달군 알파고의 승리를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었다’는 단순한 사건으로 봐선 안 된다.

  하지만 추측컨대 인공지능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 진화를 거듭하며 언젠간 인간의 이해를 넘어설 것이다.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기술적 특이점(Technological singularity)이 인간들에게 다가오고 있다.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

‘노동이 그대를 자유케 하리라’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에서 쓰였던 독일의 관용어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인류는 노동에서 해방되어 문화생활을 영유하며 행복한 삶을 누리게 된다. 소수의 사람들만이 기계를 관리하며 그들의 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이해를 초월하고 인류를 행복의 낙원으로 이끈 ‘기술적 특이점’이 만들어낸 미래의 모습이다.

  반대로 대다수의 인간은 기계에 직업을 빼앗기고 빈곤에 신음한다. 인간이 가진 지식과 노동력은 이미 기계에 추월당한지 오래다. 노동자의 가치는 기계보다 낮아졌으며, 극소수의 사람만이 기계와 함께 행복한 삶을 누린다. 이 또한 기술적 특이점이 온 후 인간을 앞지른 기계가 이루어낸 어두운 미래다.

  인공지능에 관한 담론은 이전부터 끊임없이 있었다. 기술이 발전하며 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새로 생겨났지만, 과학자들은 인공지능기술이 발전하며 다가올 미래는 기존의 패러다임과는 차원이 다른 많은 현상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며 만들어내는 새로운 시대를 우리는 어떻게 봐야하고 대비해야 할까.

  2016년 1월에 열린 세계경제포럼의 직업미래보고서는 “AI의 발전으로 2010년까지 7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예측했다. 현재 변사, 버스안내원, 전화교환원 등 많은 직업들을 기계가 대신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수많은 제조업뿐만 아니라 ARS전화, 외국어 번역, 심지어 법률적 조언까지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궁극적으로 인공지능이 인간의 역할을 상당 부분을 대체하겠지만, 완벽한 수준의 정확도와 안정성을 갖추기 전까지는 많은 영역에서 인간의 인지 능력과 공존할 가능성이 크다. 인공지능 기술이 더 발전해 노동자가 아예 필요 없어질 정도가 되면 어떻게 하냐고 두려워하는 것은, 마치 현대의학이 발전하여 인류가 불로장생하게 되어 인류가 계속 무한정 늘어나면 어떻게 하냐고 두려워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인공지능 기술이 초창기에 비해 놀라운 성과를 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약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일 뿐, 인간과 동등한 수준으로 사고할 수 있는 ‘강 인공지능’의 영역은 아직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에 대한 지나치게 낙관적인 예측도 경계해야 한다. 산업 혁명 당시 일자리를 잃게 된 노동자들은 기계를 파괴하는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을 일으켜 사회적인 혼란을 일으켰고, 1980년대 공장 자동화 이후 실직한 노동자들로 인하여 많은 가정이 파탄에 이르렀다. 인공지능의 능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사회는 발전함과 동시에 혼란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또한 걸음마 수준인 인공지능이 발전하게 되어 인간과 동등한 ‘강 인공지능’을 지나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초 인공지능’의 경지에 이르면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게 될 것이다. 

  좋든 싫든 인공지능은 미래 산업의 핵심 기술로 도약하게 될 것이 확실하다. 인공지능에 대해 무작정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해줄 올바른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 인공지능 기술 오용에 따른 부작용과 그에 대한 대응책을 전 세계가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