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계에선 신당 창당과 공천, 비례대표 등으로 혼잡을 빚고 있으나 제20대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2012 대선을 비롯해 총선까지 각종 매체는 소위 청년이라 일컬어지는 2030세대가 변화를 갈망하고 있다며 이들의 정치참여 행보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19대 총선에서 20대의 투표율은 41.5%로 18대 수치보다 13.5%포인트 올라 젊은층의 높아진 정치적 관심이 사실인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전체투표율 54.2%와 비교했을 때 투표 가능 인구의 절반도 되지 않는 수치는 제자리 수준에 불과하다.

청년층의 정치참여 저조에는 ‘투표를 해도 사회는 변하지 않는다’는 무기력한 인식이 한몫한다. 정치를 혐오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는 생각하나 선거를 통한 사회변화를 기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화 운동으로 어지러웠던 시절, 우리 부모세대는 데모를 통해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라는 현재의 20대는 정치에 무관심하고 이에 분노와 슬픔을 표출하는 대신 자조 섞인 말을 하는 것에 그친다. N포세대, 이케아세대 등으로 수식되는 20대는 불안정한 사회의 피해자로 여겨지기보다 정신력이 부족한 사회부적응자로 치부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청년들의 무기력감은 더 상승하고 중장년층이 그들의 실수를 자신에게 책임 전가한다고 느끼기까지 한다.

언론에서는 2030세대의 투표참여를 기성세대의 위기와 동일시한다. 선거를 세대 간 갈등으로 가르는 경향마저 있다. 하지만 이는 무의미한 격투다. 국민의 99%는 기득권층이 아니다. 총선에서 승리한 정당을 지지한다고 해서 기득권이 되는 것이 아니며, 자신이 지지한 정당이 패배했다고 해서 비기득권이 되는 것도 아니다.

오늘 한국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문제의 해결사는 바로 청년이다. N포세대라고 투표마저 포기하란 법은 없다. 사회에 분노할 일은 차고 넘친다. 우리는 이런 이슈들을 정치와 연결해야 한다. 미래의 주역은 청년 자신이다. 누군가가 정한 길을 따라가는 것은 젊은이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잘 가꾸어진 고속도로를 따라 달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나 비포장도로를 개간하는 수고가 두려워 주저하는 것이라면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선거철에만 정치에 반짝 집중하는 단발성에 그칠 것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정치는 종파 싸움이 아니라 한 나라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수단이다. 우리는 선거와 낯설지 않다. 초중고시절 회장ㆍ반장선거는 연례행사 중 하나였다. 학창시절을 회상하며 투표에 참여한다면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설상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다거나 개인적 감정 등을 핑계로 투표를 미룬다면 젊은이에게 주어질 미래란 없을 것이다.

정치라 하면 모두 딱딱하게 여기고 자신과는 먼 얘기로 생각한다. 스포츠 경기에서 선수와 감독 등을 포함해 중요한 인물은 바로 관중이다. 입장료를 지불한 관중에게 경기를 거리낌 없이 평가하고 비난할 자격이 주어진다. 우리는 정치를 스포츠 종목 중 하나로 여길 필요가 있다. 이미 비난과 욕설로 그렇게 하고 있지만 그들 중 선거에 참여한 사람은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투표를 통해 자신의 의무를 다한 국민은 정치의 관중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 투표는 정치판을 주무르는 기득권층에 대항할 수 있는 대항마이자 정당하고 합법적인 수단이다.

청년층의 낮은 투표율이 모든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아니다. 그러나 수많은 원인들 중 하나는 될 것이다. 최선의 선택을 하기 힘들다면 최악을 막는 투표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