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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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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3.26  11:3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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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봄의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수많은 소음 속에서 되풀이되는 매일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학교생활에 치여 스스로 봄의 소리를 듣기 위해 귀 기울인 적이 없고 따로 시간을 투자한 적이 없고 또한 봄의 소리가 나는 어떠한 매개에 오랫동안 집중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은연중 들었다고 해도 자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혹시라도 누군가가 ‘너는 봄의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니?’ 라고 묻는다면 아마 머릿속이 새하얘지면서 막연한 기분이 들 것이다. 나는 봄의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나는 방금 봄의 소리를 들었다. 건물 밖으로 나오는 순간, 삼삼오오 짝을 지어 깔깔거리고 웃으며 지나가는 학생들이 내는 소리와는 별개의 소리를 들었다. 빗물을 머금어 서늘함을 펄럭이며 날아오는 바람이 내는 소리, 이름 모를 새가 지저귀는 소리, 그리고 그새 멎은 봄비가 다시 내리면서 우산 위로 부딪히는 소리. ‘똑똑’

그 소리는 봄이었다. 거짓말 같았지만 그랬다. 무언가를 들으려고 하지 않았던 나는 마치 닫힌 문이었고 빗물은 닫힌 문 같은 내게 노크를 하는 것이었다. 봄을 듣기 위해 귀를 기울이자 봄은 그렇게 내 우산 위로 떨어지며 맑고 명확한 소리를 냈다. 그 순간 교정을 걷는 걸음이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뭇잎마다 색색의 꽃잎마다 물기를 머금은 봄이었다. 다른 소리를 듣기에 바쁜 내가 미처 알아채지 못했을 뿐, 봄은 끊임없이 소리를 내며 자신이 왔음을 알리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왔음을 알아주길 바라고 있었다.

피부 위로 닿는 따뜻한 온도와 여학생들의 치마에 수놓인 꽃무늬와 벌어지는 꽃봉오리를 보고 “진짜 봄이네”하고 되뇌는 동기의 소리 역시 내게 봄이 왔음을 알리고 있었다. 매서운 추위가 지나가고 날이 서서히 풀리고 교정을 걷는 학생들의 두꺼운 외투는 얇아지고 무채색의 옷들은 환하고 밝은 색상으로 바뀌고 있었다. 피부를 치는 추위에 재빨리 걷던 학생들의 걸음에도 여유가 생겼다. 볕이 따뜻해지고 있었다. 봄이 보이는 시기가 온 것이다. 그러나 눈앞에 있는 현실을 내달리기에만 바빴던 나는 그 간단하고도 명료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

나는 봄의 소리를 듣지 못한 채 작년처럼, 재작년처럼 그랬을 것이다. “벌써 벚꽃 떨어졌네”, “벌써 여름이네!” 봄은 내게 자신을 자각할 수 있는 소리를 끊임없이 냈음에도 나는 ‘벌써’라는 말을 상습적으로 사용하며 말했을 것이다. 봄이 온 것을 미처 알아채지 못하고 봄을 허무하게 떠나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나는 봄의 소리를 들었고 봄이 왔음을 느꼈고 또 그 봄을 맞이했다. 앞으로도 이름 모를 꽃들이 피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릴 때, 나는 기꺼이 그 봄의 소리를 들을 것이다. 그리고 일상 곳곳이 스며든 봄을 만끽하며 푸르른 옷으로 갈아입은 봄을 반갑게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일 년에 네 번의 계절이 지고 다시 올 때마다 계절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올해의 봄이 내는 소리를 귀담아듣다가 봄이 내게 작별인사를 할 때, 나는 푸르고 청량한 여름의 소리를 들을 준비를 해야겠다.

/ 박진아 (디지털미디어콘텐츠ㆍ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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