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은 정당이 대통령선거 혹은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할 후보자를 추천하는 과정을 뜻한다. 하지만 국회의원 선거에 입후보하기 위해 정당의 공천이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공천은 의미그대로 후보자가 정당의 추천을 받는 절차이기 때문에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후보자에게 공천은 불필요한 과정이다. 공천은 선거를 치루기 전 실시하는 작은 선거라 후보자들에게는 또 다른 압박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거쳐 당의 공천을 받는다면, 해당 후보자는 당의 집중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어 당선에 한발짝 더 다가갈 수 있다. 정당의 입장에서도 공천은 효율적인 방식이다. 공천을 통해 후보자의 난입을 막을 수 있고 이를 통해 선거에 이용되는 당의 자원과 노력을 합리적으로 배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공천을 시행한 정당은 1951년 창당된 자유당이다. 1954년 자유당은 제3대 총선을 앞두고 181명의 공인후보를 선정하고 그들에게 당 차원의 선거지원을 추진했다. 그 결과 의원정수의 과반이 넘는 114명이 당선돼 당해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했고 이것이 공천제도의 시발점이 됐다.

이렇게 시작된 정당의 후보자 공천은 오늘날까지 많은 변화 과정을 거쳐왔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00% 상향식 공천’을 공언했지만 실현하지 못했고, 절충안으로 ‘안심번호 국민공천’을 제시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지지층 1000명, 무당층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이번 공천 경선에 활용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암담했다. 상향식 공천을 위한 발돋움으로 실시한 조사이지만, 현직 의원이 공천을 받은 비율은 전체의 70%였으며, 지역구 의원은 무려 78%에 달했다.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고 정치 신인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춘다는 본래 목표와 어긋나는 결과이다. 또 경선에 참가하기 위해 후보자는 최소 2천 만원을 내야했지만 공천관리위원회는 여론조사 문항은 물론, 조사 결과마저 공개하지 않았다. 번호 누락이나 중복 전화와 같은 기술적인 문제 역시 나타났다. 변화를 모색하기 위한 시도였지만 아직 가야할 길은 멀다는 결과를 보여줬다.

미국의 경우, 공천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통령 선거에서 각 당의 후보는 예비 선거(Primary election) 과정을 거쳐 선출된다. 미국은 양당 체제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무소속으로 출마하게 되면 당선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 때문에 민주당 혹은 공화당의 후보가 되기 위해선 당내 경선에서 1위를 해야 한다. 후보를 뽑는 방식은 각 주(州) 마다 다르며 당원만 참여할 수 있는 코커스(Caucus)와 일반유권자도 참여 가능한 프라이머리로 나눠진다.

독일의 정당은 후보추천 권한이 수평적으로 분산돼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정당과 차이를 보인다. 독일 정당의 후보자 추천은 당원이나 지구당의 요청에 따라 당원총회나 대의원회의를 소집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후 후보자 추천은 비밀투표의 결과에 의해 결정되며 당원대회나 당대의원회의의 개최기간 및 장소, 나아가 참석인원과 투표결과 등의 자세한 사항들은 독일연방선거법 제21조에 상세히 규정돼 있다.

당의 공천 과정 및 결과는 당내 민주주의를 나타내는 지표임과 동시에 정당정치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국내 정치 현실을 보여주는 중요한 결과물이다. 정당은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당헌ㆍ당규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청렴한 공천을 위한 엄격한 잣대를 마련해야 한다.

김수진 기자 mindy1117@hally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