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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훈 교수의 재미있는 미술 이야기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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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4.09  11: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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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뒤흔든 앤디 워홀의 첫 번째 작품은 캠벨 수프입니다. 실크 스크린 기법으로 제작됐죠. 이와 함께 마릴린 먼로 작품도 팝 아트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앤디 워홀의 대표작입니다. 현재 캠벨 수프는 미국 피츠버그에 있는 앤디 워홀 미술관에 소장돼 있으며 마릴린 먼로는 영국의 현대 미술관인 테이트 갤러리에 소장돼 있습니다. 사진출처 네이버

 

   
 

앤디 워홀, 초대박 상품과 대세 연예인을 작품 소재로 삼으며
프린팅 기법으로 계속 찍어내 순수 미술의 벽 허문 팝 아트의 창시자

지난 1869년에 세워진 통조림 제조회사 ‘캠벨’은 수프, 스파게티, 야채 주스 등의 가공식품을 제조하는 미국 최대의 식료품 회사입니다. 미국의 통조림 수프 내 시장 점유율이 85%에 이를 만큼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요. 그 가운데에서도 흰색, 빨간색 라벨로 장식된 닭고기 스프 캔은 ‘캠벨’이 내세우는 대표 브랜드입니다. 사업 부문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수프 부문의 얼굴이지요.

그런 ‘캠벨’의 닭고기 캔 수프가 1962년에 미국을 뒤흔듭니다. 앤디 워홀이라는 미술가의 작품 전시회를 통해서였지요. 당시 워홀은 1년에 100억 개 이상 팔린 이 상품을 작품 소재로 선정합니다. 이전에도 설명한 적이 있지만 ‘무엇을 그리느냐’와 ‘어떻게 그리느냐’ 가운데 ‘무엇을 그리느냐’에서의 그림 소재로 가장 대중적인 초대박 상품을 선택한 것이지요. 그렇다면 21세기의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대중 상품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모르긴 해도, 라면과 치킨을 들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워홀은 50여 년 전에 자신의 미술 전시회에서 라면이나 치킨을 미술 소재로 등장시킨 것이지요.

당시, 워홀은 페루스 갤러리에서 열린 첫 개인전에서 캠벨 수프 깡통에 관한 37점의 회화를 전시합니다. 하지만 비단 여기에서 그친 것이 아닙니다. 캠벨 수프를 붓으로 그리는 대신, 등사기를 이용해 ‘실크 스크린’이란 기법으로 종이 위에 찍어낸 것이죠. 특정 상품이 미술 작품의 소재가 된 것도 파격적인데 이를 등사기로 찍어 냈으니 ‘무엇을 그릴까’와 함께 ‘어떻게 그릴까’에 대한 반란을 한꺼번에 시도하며 그야말로 미국 미술계를 발칵 뒤집어 놓습니다.

여기에서 잠깐 ‘실크 스크린’에 대해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실크 스크린’이란 판화 기법 가운데 하나로 제작 과정이 상당히 간단해서 단시간 내에 수십 장의 인쇄물을 얻을 수 있는 기법입니다. 방법은 실크를 나무나 금속으로 된 틀에 넣어 팽팽하게 고정한 다음, 인쇄되지 않을 부분에 아교나 고무액을 입혀 잉크가 통과하지 못하도록 합니다. 그 다음 잉크를 고정된 실크 위에 부은 후, 롤러로 누르면서 밀면 아교나 고무액이 묻은 곳을 뺀 실크 올 사이로 잉크가 통과하면서 아래에 있는 종이로 인쇄가 됩니다.

‘실크 스크린’의 특징은 판화 위에 잉크를 묻힌 다음 종이를 덮는 방식과 달리, 종이 위에 잉크를 붓는 방식이라는 겁니다. 단지 종이와 잉크 사이에 실크를 사용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실크 스크린’은 이미지를 실크 위에서 그린 다음에 물감을 사용해서 수십, 수백 장의 작품들을 간단하게 만들 수 있기에 한 장 한 장을 일일이 손으로 그려내는 순수 미술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물론, 실크 스크린을 포함한 판화 작품들은 나름대로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일정 수량만 생산한 후 원판이 폐기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공장에서 찍어내는 공산품과 다를 바가 없으니까요.

그래도 단 한 장만 그리는 회화와 달리, 실크 스크린을 통해 생산된 판화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유명 동양화가의 판화 작품을 30~50만 원 안팎에 구매했으니까요. 만일 같은 크기의 회화 작품을 같은 작가로부터 구입한다면 최소한 300만 원에서부터 구매가가 시작될 겁니다. 그렇다면 ‘실크 스크린’ 등을 통한 판화는 몇 점이나 만들까요? 이건 그야말로 엿장수, 아니 화가 마음입니다. 하지만, 보통 20~30장 안팎으로 찍어 냅니다. 이는 가격을 적당히 낮춤으로써 회화의 저변을 확대하고 작품의 품위도 어느 정도 유지하기 위함에서죠.

각설하고, 괴상하고 난해한 그림을 그리기는 했지만 파블로 피카소나 잭슨 폴록이 추구하고 유지했던 순수 미술의 개념은 앤디 워홀에 의해 완전히 무너집니다. 물론, 앤디 워홀이 원했던 것도 그것이었고요. 그런 의미에서 워홀의 캠벨 수프는 당시의 미술계를 향해 이렇게 소리쳤다고 여겨집니다. “대량 생산, 대량 복제 시대의 순수 미술은 그 의미가 퇴색했다. 이제는 시대에 맞는 미술을 창조해야 한다. 대량 생산, 대량 복제 시대에는 대량으로 생산될 수 있는 작품을 그려야 하고 또 작품 소재도 대량 생산품을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20세기 예술 세계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온 앤디 워홀은 카네기 멜론 대학에서 시각 디자인을 공부한 이후, 뉴욕의 한 패션 잡지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딥니다. 하지만 잡지사의 실수로 그의 성인 워홀라(Warhola)의 끝에 있는 a가 빠지면서 워홀로 인쇄됩니다. 워홀라는 새로 바뀐 자신의 성을 무척 마음에 들어 하며 아예 이름을 워홀로 바꿉니다.

신발 광고를 만들며 성공적인 삽화가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그는 책의 삽화와 함께 무대 디자인에도 손을 뻗칩니다. 그러다 그의 나이 28살인 1956년에 뉴욕 근대 미술관에서 열린 그룹전을 통해 처음으로 자신의 미술 작품을 선보입니다. 이후 1960년대 초부터는 배트맨, 딕 트레이시, 슈퍼맨, 뽀빠이 등 연재만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작품 소재로 활용합니다. 하지만 고상한 예술만을 중시하던 뉴욕의 화상(畫商)들로부터는 철저히 외면당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는 결국 그가 옳았음을 증명합니다. 20세기 신 예술의 지평을 연 이가 앤디 워홀이니까요.

참, 그의 작품은 팝 아트로 불립니다. 대중 예술이라는 것이죠. 순수 예술과 대중문화를 최초로 합성해 완전히 새로운 장르의 미술 분야를 개척했다는 의미에서입니다. 그가 만들었던 작품 가운데에는 마릴린 먼로의 얼굴을 프린트한 작품도 있습니다. 캠벨 수프가 대량 생산 시대에 ‘공산품들의 챔피언’을 의미하다면, 마릴린 먼로는 대중 매체가 만든 ‘연예인들의 챔피언’을 의미하지요. 그런 그는 캠벨 수프 및 마릴린 먼로 이외에도 코카콜라 병, 달러 지폐, 유명 연예인의 초상화 등을 대량 생산하며 자신이 ‘공장(The Factory)’이라고 부르는 스튜디오에서 조수들과 함께 작업을 수행합니다. 그는 작업실의 조수들도 작품 제작에 참여시킴으로써 의식적으로 완성작에서 미술가의 손길을 완전히 지워버립니다.

그럼, 이것으로써 이번 학기에 소개한 서양 회화에 대한 안내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아무쪼록 중간고사 잘 치르고 인연이 닿으면 또다시 지면을 통해 한림 학우들에게 인사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보잘것없는 지식으로 포장된 필자의 미술 칼럼을 성실하게 읽어줘서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연재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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