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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듬어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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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5.06  17:3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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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208년, 마침내 유방(劉邦)이 진나라의 수도에 입성한다. 진시황이 550여 년의 춘추전국시대를 끝내고 중국에 통일 왕조를 세운 지 13년 만의 일이었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한낱 한량으로 살아왔지만 시대를 잘 타면서 번쾌, 소하, 장량, 한신 등 기라성 같은 군인과 정치인들을 만나 순식간에 10만 대군을 이끌며 얻어낸 성과였다.

당시, 진나라 수도 함양은 초나라 희왕이 진나라의 왕위를 약속한 관중(關中) 땅에 위치해 있었다. 그리하여 유방은 자신의 라이벌 항우(項羽)와 누가 먼저 관중으로 진격하는지 경쟁을 벌였다. 산을 뽑아버리고 그 기운이 세상을 덮는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로 가는 곳마다 진나라 군대를 초토화한 항우가 어렵사리 전진하는 동안, 유방은 부드러운 성품을 앞세워 적군을 구슬리며 일사천리로 진격해 나갔다.

결국, 항우를 제치고 관중에 먼저 입성한 유방은 진나라 백성들 앞에 정책 하나를 내놓는다. 사람을 죽인 자는 사형에 처하고, 사람을 다치게 한 자와 남의 물건을 훔친 자는 그 죄에 따라 처벌한다는 것. 이른바 ‘공약삼장’(公約三章)이 그것이었다. 당시, 진나라는 재상 상앙이 가혹하고 엄한 변법을 시행함으로써 약소국이었던 진나라가 중국을 통일하는 기초를 마련하였다. 하지만, 통일 중국은 어디까지나 진시황의 천하였을 뿐, 진나라 백성들은 변법에 따른 온갖 정책으로 심신은 피폐하고 삶은 비참한 지경에 이르고 있었다. 이러한 진나라 백성들의 사정을 꿰뚫어본 유방은 공약삼장을 통해 진나라 백성들의 마음을 일순간 사로잡으며 중국 재통일의 기초를 다진다.

한림대에 있어 지난 4년간은 참으로 어렵고도 힘든 시기였다. 관료 출신의 전 총장은 가는 곳마다 분란을 일으키며 독선과 아집, 오만과 불통으로 많은 이들의 가슴에 상처를 남겼다. 동시에 하루가 멀다 하고 그 내용은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온갖 정책과 수많은 학칙을 쏟아내며 학생과 직원, 교수들을 몰아붙였다. 그리고 마침내, 올 초 새로운 총장이 부임해 왔다.

고민이 많을 게다.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한의 성과를 내야 할 터이니. 그래서 그런지 한림대 발전 방안을 추진하는 본부의 움직임이 최근 부쩍 바빠진 느낌이다. 조목조목 비전을 제시하는 서신도 좋고 먼 미래를 구상하는 특별 강연도 좋다. 하지만 그에 앞서 먼저 집안을 살펴보고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지난 4년간 가장 큰 상처를 받았을 학생들, 특히 학과 통폐합을 둘러싸고 누구보다 마음고생이 많았을 학생들을 다독여야 한다.

직원이라는 신분 때문에 아무 말도 못 한 채 지난 4년간을 살얼음 걷듯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낸 직원들도 위로하고 격려해야 한다. 그런 연후에 교수들을 챙겨라. 자부심 넘치던 학문 공동체가 성과만 따지는 직장이 되어버린 데 따른 자괴감을 달래주어야 한다. 인류사가 그랬다. 결국, 민심을 얻고 세상을 태평하게 하는 것은 용장(勇將)이 아니라 덕장(德將)이기에. 그런 의미에서 ‘두드려라, 그리하면 열릴 것이다’라는 성경의 말씀을 살짝 바꿔봤다. “보듬어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심훈(언론방송융합미디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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