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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와 불안의 문학 - 카프카 『변신』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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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5.14  12:2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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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1883~1924)는 체코의 독일계 유대인으로 평생을 고립과 소외의 삶을 산 작가이다. 체코인 사회에도 독일인 공동체에도 온전히 소속되지 못했고 정통 유대인의 종교적 유산과도 거리를 두었던 카프카가 유일하게 공감하고 의미를 찾았던 것은 문학과 글쓰기였다. 태생적으로 이방인이었던 그에게 문학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실존을 증명하기 위한 치열한 싸움이었으며, 『변신』(1915)은 작가의 소외와 불안의 감정을 문학적으로 구현해 낸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다.

 

 

 

"카프카는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모티프를 사용하여
실존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문학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소설은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가 어느 날 아침 자신이 거대하고 흉측한 벌레로 변해 있음을 알게 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외판원으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그레고르는 갑자기 벌레로 변한 자신의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하지만, 이보다 그를 더 크게 걱정시키는 것은 벌레가 된 상태에서 직장에 나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레고르의 가족에 대한 염려와는 반대로 가족들은 벌레로 변신한 그를 상상 이상의 공포와 증오로 바라볼 뿐이다. 그레고르를 더욱 절망하게 만드는 것은 지금까지 그에게 모든 경제를 위탁한 채 무기력하고 무의미하게 하루하루를 살던 가족들이 가장의 부재와 더불어 적극적으로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를 의무감으로나마 돌보던 여동생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오빠를 집에서 쫓아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을 듣는 순간 그레고르는 마지막 남았던 삶의 끈조차 놓아버리고 결국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무기력해져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가 죽은 후 가족들은 비로소 생기와 여유를 되찾고, 새로운 삶의 희망을 찾아 밝게 걸어 나간다.

전체 3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야기에서 작가는 그레고르가 어떤 벌레로 변신했는지, 변신의 이유가 무엇인지를 알려주지는 않는다. 사실 독자의 입장에서 그가 어떤 모양의 벌레로 변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기도 하지만, 작가는 오히려 독자들이 이 사실에만 집중할까 염려가 되었던지 출판 당시 삽화에 벌레가 그려지는 것조차 반대했다고 한다. 실제로 그레고르는 외형적으로만 변했을 뿐이지 가족을 걱정하는 아들이자 오빠, 음악을 사랑하는 인간으로서의 모습은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소설과 관련된 몇 가지 화두 중에서도 ‘가족’은 이 작품을 이해하는 핵심 개념이다. 그레고르의 삶과 변신, 그리고 파멸의 과정에는 항상 가족이 그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아버지의 사업이 몰락한 이후 가정 경제를 책임지기 위해 외판원으로 취업했고, 고되고 비인간적인 대우에도 불구하고 집안의 가장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묵묵히 일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벌레로 변한 이후 가족들이 그를 대하는 차갑고 몰인정한 태도는 그를 더욱 고통스럽고 비참하게 만든다. 그는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그렇게 살아왔지만, 가족들은 벌레가 된 그를 한 마리 추하고 무용한 존재로만 볼 뿐이다. 특히 적극적으로 그의 보호자 역할을 했던 여동생 그레타는 가장 적대적으로 돌변한다. 인간이었을 때 사회적 관계로부터 소외되었던 그레고르는 벌레가 된 이후에는 가족들로부터도 외면당하고 소외된다. 인간의 말을 할 수 없게 된 그는 소통의 단절로도 고통 받는다. 자본주의 초기 모든 것이 경제 권력의 속성에 따라 결정되는 상황에서 경제적, 사회적 기능을 잃은 그레고르는 인간도 아니고 가족도 아니다. 가족들조차 허위로 맺어진 관계 속에서 더 이상 쓸모없는 존재가 된 그레고르를 기다리는 것은 죽음밖에 없다고 여기고, 결국 그가 숨을 거두자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쉬며 앞날의 행복과 기쁨을 기대한다.

사람이 동물로 변하는 이야기는 전통적인 우화나 동화에서 흔히 사용되던 소재의 하나이다. 그러나 카프카는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모티프를 사용하여 실존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문학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벌레는 현실에 존재하는 실제 동물이 아니라 부조리한 현실성에 대한 문학적인 상징이다. 카프카가 그리는 무용한 곤충은 당시 사회가 요구하던 규범적인 인물과는 구별되는 존재로 사회적 권력과 폭력의 희생물을 암시한다. 특히 20세기 자본주의 산업화 초기 비인간화 되어가는 경제 구조와 가부장적인 아버지로 대변되는 절대적 권력의 권위 앞에 작고 하찮은 인간a이 자신의 인간성을 박탈당한 채 사라질 수밖에 없는 운명에 놓여 있음을 고통스럽게 그려내고 있다. 항상 약자일 수밖에 없는 그레고르는 권력과 사회적 폭력의 희생자였으며, 그런 점에서 벌레는 그레고르의 상황을 문학적으로 반영하는 하나의 상징물이라고 볼 수 있다.

카프카는 소외된 인간에서 하찮은 곤충으로 변신해 죽음에 이르는 그레고르의 의식과 그를 바라보는 가족들의 불편한 시선을 통해 인간은 얼마나 고독한 존재인가를 그리고 있다. 또한 산업화 시대 인간의 가치는 그의 기능과 유용함으로만 결정 될 뿐이며,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의 소통이나 이해도 허위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의 죽음을 통해 확인하게 한다. 지금까지 가족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고통과 불행을 참고 견뎌 왔던 그레고르는 벌레로 변신한 후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이 짊어졌던 모든 짐의 무게에서 벗어나게 되고 무의미한 삶을 살아왔다는 좌절감에서 해방된다. 주체성과 자율성을 박탈당한 채 가정과 사회의 권력구조에 종속된 그가 현실의 고난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은 환상의 세계에서나 가능했으며, 『변신』은 이러한 상황의 문학적 표현이었다.
 

/ 박혜경 (러시아ㆍ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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