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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의 재발견,「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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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5.28  12:3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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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 드는 그림이 명화’라는 오주석의 주장은 여타 미술 평론가들과는 다른, 혁명적인 시각을 제공해 주었다.

“그림은 마음을 그린 것이니, 그 마음을 찾아내야 합니다. 고구려 고분벽화를 잘 보려면 거기 깔려있는 도교 사상과 조상들의 토착 신앙을 알아야 하고, 고신라 이래 천 년 불교 왕국 동안 만들어진 불교 문화재의 감상은 당시 사람들의 불교적 심성을 이해해야 가능하고, 또 조선 시대 그림은 성리학의 영향 아래 만들어진 작품인 만큼 사서삼경 정도는 대충 이해하는 교양이 있어야 그림의 진정한 뜻이 보입니다.” (83쪽)

2006년도 12월의 어느 날. 그림 보는 재미에 주말마다 미술관과 박물관을 쏘아 다니며 미술 관련 서적들도 꾸준히 사보던 시절의 일이다. 우연히 손에 넣은 책 한 권이 미술과 관련한 필자의 시각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한국 미술에 대한 필자의 선입견과 편견을 180도 뒤집어 놓았다. 바로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이었다. 2006년에 필자가 건졌던 최고의 도서로 꼽는 이 책은 미술 감상에 있어 비로소 제대로 눈을 뜨게 했으며 미술 작품의 감상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려준 명저 중의 명저였다.

서울대 동양사학과와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저자 오주석은 영자 일간 신문인 ‘코리아 헤럴드’에서 문화부 기자로 근무했으며, 호암 미술관 및 국립 중앙박물관 학예연구원을 거쳐 중앙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이와 함께 간송 미술관 연구 위원 및 연세대학교 영상대학원 겸임 교수로 재직했으며 우리 미술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박물관과 문화원, 공무원 교육원과 삼성, LG 연수원 등에서 수많은 강연을 펼쳐 왔다. 저자는 자신의 강연 후, 청중들이 공감하며 뿌듯해하는 표정을 볼 때마다, 또 그 얼굴에 엿보이는 진정한 자부심을 확인할 때마다 자신의 강연 내용을 일반 독자와도 함께 나누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본인이 공무원 교육원에서 강연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2003년, 마침내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을 출간한다. 하지만 한국의 미를 감상함에 있어 우리에게 새로운 안목을 선사해준 오주석은 불과 49세의 나이에 백혈병으로 타계해 수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에 저자를 기리는 마음에서 그의 사후에 고인이 동아일보 등에 연재한 글을 엮어 「오주석이 사랑한 우리 그림」이라는 책이 출간되기도 했다. 더불어, 2015년에는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2」가 나와 그의 유작들을 모은 책은 계속 출판되고 있다.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에서 저자는 도판 자료와 방대한 지식을 토대로 우리 전통문화를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과 사고의 틀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특히 책 전반에 걸쳐 옛사람의 눈으로 보고, 옛사람의 마음으로 그림 보는 법을 강조한다. 그 첫 번째로 어느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최고의 명품은 자신이 전시실에 들어갔을 때 한눈에 보이는 것, 더불어, 계속 그 자리에 머물게 하는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조언도 건넨다. 우리에게 익숙한 명화가 진정한 의미에서의 명화라기보다 우리 개개인의 가슴 속에 남는 작품이 진정한 명화라는 의미에서다. 개인적으로는 오주석의 이 같은 주장으로 인해 필자 또한 그림을 감상하는 눈이 완전히 달라졌다. 내 마음에 드는 그림이 명화라는 그의 주장은 그런 의미에서 여타 미술 평론가들과는 다른, 혁명적인 시각을 제공해 주고 있다. 더불어 큰 그림은 멀리서, 작은 그림은 가까이에서 보는 것도 그림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라고 오주석은 조언한다. 이에 따라 오주석은 회화 작품이 사각형인 경우, 그 사각형의 대각선만큼 떨어져서 감상하라고 말해 준다. 물론, 이러한 조언도 반드시 지킬 필요는 없으며 얼마든지 더욱 가깝거나 멀리서 그림을 감상해도 좋다. 중요한 사실은 다양한 거리에서 그림을 볼수록 그림의 새로운 면이 계속 눈에 띈다는 사실이니까.

시중에 무수히 많은 미술책들이 널려 있는 가운데에서도 ‘이렇게 미술책도 쓸 수 있구나,’ 더불어 ‘미술책은 이렇게 써야 하는구나’를 일깨운 책이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동양, 특히 우리 선조들의 사상을 이해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주역(周易)을 대단히 쉽고 재미있게 설명했기에 세상은 넓고 인재는 많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우치게 했던 책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조선 국왕의 뒤에 쳐놓았던 ‘일월오봉도’라는 병풍의 의미 역시, 이 책을 통해 얻게 된 커다란 수확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한류 및 K-POP 열풍과 맞물려 한국 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쑥쑥 자라나는 작금의 시대에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은 한국인들의 자부심을 한층 더 원숙하고 깊이 있게 키워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다.

우리 문화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준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을 통해 짐작컨대, 저자는 조선 시대의 회화 문화에 미쳐 있었던 듯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방대한 지식을 토대로 조선 회화를 이토록 깊고 재미있게 설명할 수는 없었을 터이니. 단지 옥에 티라면, 조선 회화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이 혹자에 따라서는 조금 거슬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선 시대의 문화에 대한 몰이해와 반감이 오랫동안 지배적이었던 분위기 속에서 이와 같은 반대 목소리도 충분히 이해할 만은 하다. 조선 회화의 재발견을 위해 한자와 그림, 서체, 주역, 심지어는 판소리까지 섭렵한 작가의 노력이 경이로운 가운데 우리 문화에 대해, 또 미술 심미안에 대해 커다란 깨달음을 얹어 준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에 최고의 찬사와 함께 별 다섯 개 만점을 기준으로 별 다섯 개의 평점을 부여하고자 한다.
 

/심훈(언론방송융합미디어ㆍ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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