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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남성의 갈등, 그 해법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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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6.04  14: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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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인다.

이 상식은 젠더관계에서도 통한다. 젠더(Gender)란 여성과 남성이 지닌 생물학적 차이가 성역할이나 성별고정관념과 같은 사회적 차이와 차별을 가져오는 현상과 그것을 지속시키는 사회체계를 설명하는 개념이다. 생물학적 성(Sex)과는 다른 사회적으로 내면화된 성별 정체성과 관련된 개념이다.

여성과 남성의 몸은 염색체나 생식기, 그 밖의 생물학적 차이를 포함하지만, 그런 ‘차이’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는 시대와 사회마다 다르다. 남녀 몸의 차이가 사회적 역할의 차이를 낳고 그것이 성별 불평등으로 귀결되는 사회체계를 ‘젠더체계’라고 하며, 이런 젠더체계는 우리 삶의 기본적인 조건을 구성해 왔다. 따라서 내가 어떤 젠더체계 속에서 살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일은 내가 여성이나 남성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판단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여성 또는 남성으로서 나는 불행하다고 생각할 때가 가끔 있다.’

‘나는 이성(異性)에게 이해할 수 없는 일을 겪었거나 화가 난 적이 있다.’

‘나는 이성(異性) 친구와 어떻게 하면 존중하고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지 알고 싶다.’

이런 질문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젠더와 사회』를 읽어보기를 권한다. 평소 우리는 자신의 성별 정체성에 대해 별다른 질문 없이 살아간다. 그러나 우리가 항상 부닥치는 크고 작은 사건들과 감정들, 행복한 또는 불행한 시간 중에는 젠더와 관련된 것이 많다.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오늘 들을 강의보단 어젯밤 먹은 치킨과 늘어날 몸무게에 대해 걱정하는 내 모습이나, 컴퓨터에 가끔씩 떠오르는 ‘당신도 결혼할 수 있을까? 당신의 결혼가능성 지수는?’ 따위의 광고를 보며 결혼보다 취업부터 걱정해야 하는 자신에 대해 속상하고 한심스럽게 느낀 경험은 우리들 대부분이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20대에게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 젠더체계를 들여다 봐”라고 말을 걸어온다. 책 표지가 그런 의미를 담고 있는데, 남녀의 모습이 퍼즐 조각으로 맞춰져 있고 그중 몇 개는 뒤섞이고 엉켜 있지만, 바로 그 모습에서 남성과 여성의 새로운 이미지가 탄생한다. ‘부드럽고 따뜻한 남성’, ‘씩씩한 여성’, ‘돌봄과 배려를 즐기는 남성’, ‘정의로운 여성’… 이런 모습에서 더 나아가면 ‘여성성이나 남성성, 그 어떤 젠더 구속적 체계에도 방해받지 않는, 자유롭고 평등한 여성과 남성’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책은 3부 15개의 장으로 구성돼 여성주의 역사와 젠더 개념, 젠더와 사회구조, 젠더와 문화/과학기술, 섹슈얼리티, 연애, 몸, 가족, 노동시장, 남성성, 소녀산업, 돌봄정책, 성평등과 사회운동 등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1부는 개념과 이론, 역사에 대한 설명을, 2부는 일상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해석하는 관점을, 3부는 함께 아이를 키우고 함께 일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책과 실천을 실었다.

그 중 몇 가지 내용을 살펴보면, 성차별을 해체하기 위한 여성운동과 페미니즘이 어떻게 남성을 포함한 젠더관점으로 발전해 왔는지, ‘두 개의 성’이란 신화는 역사적으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성폭력과 성매매는 왜 범죄일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또 나의 연애는 왜 쉽게 깨지고 드라마처럼 멋있게 되지 않는지, 다이어트 열풍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1인가구가 늘고 ‘혼밥(혼자 먹는 밥)’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이유는 무엇인지도 읽을 수 있다. 책장을 좀 더 넘기면, 한국사회 남성들이 직면한 위기의 의미, 아이돌은 왜 10대여야 하는지, 남녀 모두가 일도 하고 결혼해 아이도 잘 키우기 위해서 국가정책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그런 변화를 위해 시민으로서 여성과 남성은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도 제시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은 우리 대학에 이 책을 함께 읽고 공부하는 강의가 개설돼 있다는 사실이다. ‘현대사회와 여성’(교양)이나 ‘성과 사회’(사회학과)에서 이 책을 읽고 토론한다. 혼자 읽기 부담스러운 학생은 강의를 들으며 읽을 수 있다. 또 젠더 문제는 친구들과 토론하고 교수님의 안내를 받으며 생각을 전개해 갈 때 더 깊은 통찰에 이를 수 있다.

굳이 젠더에 대해 읽고 토론할 필요가 있을까? 이런 반문을 하는 학생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어쩌지? 우리 사회에는 이미 젠더에 관한 토론이 시작된 지 오래다. 군가산점제 논쟁부터 성폭력ㆍ성매매 법제화 논쟁까지. 인터넷과 언론을 뜨겁게 달군 사회적 논쟁의 상당수는 젠더와 관련된 것이었다. 물론 그런 논쟁에서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지만, 정확한 지식과 깊은 이해 없이 제시하는 주장은 요란한 빈 수레일 뿐이다. 타인을 설득하고 우리사회의 성숙을 도우려면 더 읽고 공부해야 한다.

지난 몇 주간 강남역 20대 여성의 죽음을 두고 사회가 한바탕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이 사건의 본질이 여성혐오에 있는지에 관해 남녀 대립이 심각한 수준까지 고조되었다. 한국사회뿐 아니라, 전 세계 그리고 역사적으로도 아주 오랫동안 여성에 대한 비하나 혐오는 보편적인 문화적 코드로 존재해 왔고 이와 관련된 사건들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오늘의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더 이상 어떤 종류의 혐오사건도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여성혐오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들의 의도는 여성뿐 아니라 인종, 계층, 종교, 장애여부 등 인간이 지닌 다양한 차이를 둘러싸고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혐오 현상들에 대해 자각하고 싸워가자는 데 있다. 그리고 이런 싸움에서 여성과 남성은 협력해야 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혐오 문화는 그 피해자를 여성으로만 국한하지 않는다. 또 여성혐오의 피해자도 억울하게 살해당한 여성만이 아닐 것이다. 그녀를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동료, 지인 등 수많은 여성과 남성이 또 다른 피해자이며, 그런 피해자들 중에는 우리들 자신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녀의 죽음을 애도하는 남성과 여성 모두.

/ 신경아(사회ㆍ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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