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가는 무감독시험에 주목하고 있다. 무감독시험은 교수와 학생 상호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제도로, 학생들이 자신의 양심을 지키고 행동에 책임을 지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미국의 하버드와 프리스턴, 스탠퍼드 대학에서는 ‘명예코드(Honor Code)’를 통해 무감독시험을 시행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 광운대, 고려대 등 여러 대학이 시행 중이다. 고려대의 경우 염재호 총장이 출석부와 시험감독, 상대평가 등을 없애는 ‘3무(無) 정책’의 일환으로 무감독시험을 시행하고 있다. 따로 감독을 두지 않고 시험지를 받은 학생들이 부정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서명을 한 뒤에 시험을 치르도록 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는 무감독시험을 도입한 지 5년 차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아직 학생들의 윤리 의식이 따라오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무감독시험 도중 스마트폰을 이용해 부정행위를 저지르다 적발된 경우가 상당하다. 또, 부정행위를 저지른 학생에게 반성문만 작성하면 재시험의 기회를 주기도 해 정직한 학생들의 불만이 많다. 실제로 성균관대학교는 무감독시험의 폐해를 극복하지 못하고 도입한 지 1년 만에 철회했다.

무감독시험은 지적 능력을 우선적으로 강조하고 경쟁을 중시하던 대학가에 오히려 학생들의 윤리의식을 강조하는 역발상적 사고라고 볼 수 있다. 컨닝 문제로 논란이 됐던 서울대도 오히려 무감독시험을 도입하는 등 부정행위 근절을 위해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학생 개인의 양심과 윤리의식을 믿는다는 측면에서 무감독시험은 부정행위에 대응할 수 있는 본질적인 방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학생들의 성숙한 의식이 동반돼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무감독시험이 현재의 부정행위가 넘치는 캠퍼스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아너코드(Honor Code) =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강조하는 명예규약으로 1840년 미국 버지니아대학에서 처음으로 시작됐다. 이후 하버드와 스탠퍼드, 프린스턴대학 등이 채택했다. 학생들은 감독관 없이 시험을 치르고 아너코드를 어기지 않았음에 서명한다. 만약 이를 어길 시 정학이나 퇴학 등 엄하게 처벌한다. 표절과 컨닝 등을 진리추구의 진정성을 훼손하고 개인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위로 교육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컨닝으로 논란이 된 서울대 자연과학이 올해부터 아너코드를 적용하고 무감독시험을 도입했다. 시험 관리를 엄하게 하는 대신, 거꾸로 학생들의 명예와 양심에 맡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