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제출을 앞둔 A씨는 연신 한숨을 내쉬며 고민 중이다. 제출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정해진 분량을 채우기엔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그는 인터넷에서 그럴싸하게 정리된 요약문을 출처도 밝히지 않고 서평에 붙여 넣는다. 그대로 서평을 제출하고 무사히 과제를 끝냈다는 기쁨도 잠시, 표절이라는 딱지가 붙은 0점짜리 서평을 들고 그는 망연자실해 한다.

표절은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 중 하나다. 여러 정치인과 유명인들이 논문 표절로 인해 비난을 받는 모습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천재 소년’이라 불리는 송유근 씨와 그의 지도교수 박석재 씨가 천체물리학 저널(APJ)에 게재했던 블랙홀 관련 논문이 표절로 결론지어졌다. 박 씨는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받았고, 송 씨는 근신과 반성문이라는 다소 가벼운 징계를 받았다. 학계에서는 그동안 내려졌던 징계의 수위에 비해 지도교수의 해임은 지나치게 무거운 징계라는 의견을 내비췄다.

타인에게는 표절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만 정작 우리의 모습은 어떨까. 표절검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피킬러’가 지난해 644명의 회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학 및 대학원생의 72%, 교사 및 교수의 60%, 연구자의 45%가 표절 기준에 대해 자세한 기준을 모른다고 답했다.

우리 대학 학생들도 표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교양기초교육대학의 김양선 교수는 ‘문학의 이해’ 수업에서 문학작품 감상문을 제출하게 하는데 어떤 학생이 작품과 관련된 논문을 통째로 표절해 낸 것을 적발한 적이 있다고 했다. 또 여러 블로그의 내용을 짜깁기해 제출한 학생에게 0점을 준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김 교수는 교내 서평대회 당시 표절을 한 서평을 잡아낸 적이 있다. 김 교수는 “여러 글을 짜깁기해 제출하는 경우는 단락별로 문체의 스타일이 다르고 중복되는 내용도 많아 표절임을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표절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표절과 인용의 차이점을 지속해서 설명해줘야 한다”는 한편 “표절에 의존할 경우 스스로 비판하고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지 못한다”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언론방송융합미디어 전공의 심훈 교수는 표절에 대해 엄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심 교수는 ‘언론과 사회’ 수업에 앞서 표절에 대한 교육을 2시간에 걸쳐 매 학기 진행하고 있고, 강의 중간에도 표절에 관한 교육을 지속해서 한다. 수강생들은 표절의 개념과 예시를 교육 받은 후 서평을 제출하며, 만약 표절이 적발될 경우 해당 과제 점수로 0점을 받게 된다. 심 교수는 “학생들이 표절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표절 문제에 무관심할 수밖에 없다”며 “표절에 대한 교육 없이 학생들에게만 표절의 책임을 전가하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심 교수는 “하버드 대학을 비롯해 대부분의 대학에서 표절 행위를 3가지로 구분한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는 ‘남의 문장을 6단어 이상 순서나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큰따옴표 없이 그대로 사용하는 행위’이고, 둘째는 ‘출처를 밝혔으나 큰따옴표를 치지 않아 리포트의 어느 부분을 어떻게 인용했는지 알 도리가 없는 경우’다. 마지막은 ‘출처를 밝혔고 남의 글을 그대로 베끼지 않은 채 모든 단어를 다른 단어로 바꿨으나 글의 구성 및 흐름은 그대로인 경우’를 표절로 간주하고 있다.

심 교수는 “표절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교육해야 한다”며 “표절을 근절해야만 진정한 지성인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표절문제에 대한 대학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우리 대학은 일송기념도서관 홈페이지를 통하여 논문 표절 예방 프로그램인 ‘Turnitin(턴잇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논문과 과제의 표절 여부를 확인하고 관리하는 것으로, 제출된 과제와 논문을 비교해 사전에 표절을 예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제출된 글과 프로그램에 등록된 자료를 비교하여 대상과의 일치 정도를 퍼센트 기준으로 확인할 수 있어 표절 여부를 가릴 수 있다. 이용 방법 및 문의사항은 우리 대학 연구지원팀 이메일(de1020@hallym.ac.kr) 또는 전화(248-1021)로 문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