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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양보뢰(亡羊補牢), 아직 늦지 않았다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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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8.26  19: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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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에는 고사성어를 소개하고 그와 관련된 일화를 다루려 한다. 종종 사용하지만, 정확한 의미는 모르고 사용했던 고사성어를 이번 연재를 통해 제대로 배워가길 바라며 준비했다.
첫번째 고사성어는 '양을 잃고 우리를 고친다'는 뜻의 망양보뢰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인생에는 적어도 세 번의 기회가 있다.’ ‘늙기는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렵다.’ 모두 맞는 말이지만, 한편으로는 절망을 주는 말이기도 하다. 그 ‘때’라는 것이 지나간 후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세 번의 기회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모두 지나가면 이제 기회는 없는 것인가. 나이 들어서 뒤늦게 공부의 맛을 알았는데,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으니 그만두어야 맞는가.

한 번의 후회도 없이 세상을 사는 사람이 있을까. 매우 드물 것이다. 그리고 간혹 한 때의 즐거움, 잠깐의 방심이 때로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는 경우가 있다. 이미 때를 놓쳤으니, 많은 걸 잃고 말았으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낙심하며 손을 놓고 있는 것뿐일까.

중국의 전국시대(戰國時代). ‘전국시대’는 말 그대로 중국이 여러 나라로 갈라져 끊임없이 전쟁을 하던 시대였다. 큰 나라는 작은 나라를 병합하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고, 작은 나라들은 땅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나라를 잃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하며 온갖 지혜와 모략을 짜내어 생존해야만 했던 시대였다.

그런데 초(楚)나라 양왕(襄王)은 나라의 방비를 튼튼히 하는 일에는 무관심한 채, 주후(州侯)ㆍ하후(夏侯)ㆍ언릉군(鄢陵君)ㆍ수릉군(壽陵君) 등 네 명의 총애하는 신하들을 거느리고 사치와 방탕을 일삼으며 천하에 아무 일이 없는 것처럼 태평하게 살았다. 어느 날 대신으로 있던 장신(莊辛)이 양왕에게 직언했다. “대왕께서 이렇게 방탕과 사치를 일삼으며 국정을 돌아보지 않으시니, 초나라는 틀림없이 위험해질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양왕은 장신에게 화를 내며 ‘재앙을 부르는 요망한 인간’이라고 욕을 했다. 장신은 “대왕께서 그 네 명의 총신만 사랑하는 일을 그만두지 않는다면 초나라는 반드시 망할 것입니다. 저는 조(趙)나라로 피해 있으면서 되어가는 꼴을 보겠습니다.”라고 선언하고 조나라로 떠났다.

그 후 5개월이 지나 과연 이웃의 강대국인 진(秦)나라가 초나라의 언(鄢)ㆍ영(郢)ㆍ무(巫)ㆍ상채(上蔡)ㆍ진(陳) 땅에 쳐들어 왔다. 수도인 영(郢) 땅까지 빼앗기고 양왕은 눈물을 흘리며 성양산(城陽山)으로 피신했다. 그리고 예전에 장신이 했던 말이 떠올라 조나라에 사신을 보내 장신을 불러들였다. 장신이 양왕 앞에 서자 양왕이 물었다. “과인이 그대의 말을 듣지 않다가 지금 이 지경에 빠졌다. 어찌하면 좋겠는가?” 장신은 이렇게 대답했다. “제가 듣건대 속담에 ‘토끼를 보고 사냥개를 돌아보아도 늦은 것이 아니며, 양을 잃고 우리를 고치더라도 늦은 것이 아니다.[見兎而顧犬, 未爲晩也, 亡羊而補牢, 未爲遲也.]’라고 했습니다. 또 옛날 상(商)나라의 탕(湯) 임금, 주(周)나라의 무왕(武王)은 백 리의 좁은 땅으로 창업을 했고, 하(夏)나라의 걸왕(桀王)이나 은(殷)나라의 주왕(紂王)은 천하를 모두 차지한 자였으되 멸망했습니다. 지금 초나라가 비록 작다고는 하나 절장보단(截長補短-긴 것을 잘라 짧은 것에 붙임) 하면 수천 리는 됩니다. 어찌 백 리의 좁은 땅이라 하겠습니까?” 전국책(戰國策)「초책(楚策)」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여기에서 ‘망양보뢰(亡羊補牢)’라는 말이 나왔다. ‘양을 잃고 우리를 고친다.’는 뜻인데 우리 속담 가운데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과 비슷하다. 고사성어 사전에는 흔히 ‘잘못을 깨달았으나 이미 때는 늦었음’을 이르는 말이라고 나와 있다. 그런데 원문의 내용을 보면 궁극적으로는 정반대의 의미를 담고 있다. 늦지 않았다는 말이다. 양왕 자신은 지금까지 세월을 허비하며 살았고, 그 많은 땅을 이미 빼앗겼으며 초나라는 진나라만큼 강하지도 않은 나라인데, 어찌하면 좋겠냐고, 왕은 절망해 물었으리라. 그런데 장신은 ‘끝났다’고 말한 것이 아니라 ‘늦지 않았다’고 말한 것이다. 사냥을 나가는데 사냥개를 늘 옆에 달고 다니는 건 상식적인 일 아닌가. 토끼가 나타나면 언제라도 사냥개를 보내서 물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사냥개를 저 뒤에 두고 왔다가 달려가는 토끼를 발견했다면 어찌해야 하겠는가. 그때라도 사냥개를 데려오라는 것이다. 우리가 허술해서 양을 도둑맞았거나 양이 도망갔다면, 이미 양을 잃었다고 한탄만 하고 있어야겠는가. 이제라도 우리를 고치라는 말이다. 양을 잃었다고 영원히 양을 기르지 않을 리 없고, 지금 토끼 한 마리 놓쳤다고 해서 오늘 사냥을 여기서 끝내진 않을 것이기 때문에. 게다가 초나라는, 진나라에 비하면 약할지 몰라도 그 나머지 나라들 중에서는 가장 넓은 땅을 차지하고 있었다. 백 리의 좁은 땅을 가지고도 천하를 호령했던 탕왕과 무왕을 생각한다면, 초나라가 강성해지는 것이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장신은 말한다.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이제 끝이라고 생각될 때에도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이 있듯이, 내가 살아 있는 한, 나라가 건재하는 한, 지구가 존재하는 한 우리가 포기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TV나 인터넷으로 이런저런 기사들을 읽고 있자면 미래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으로 가득하다. 흙수저, N포 세대, 인구 절벽, 계층의 양극화, 지구온난화 등등. 행복한 뉴스보다는 불행을 예견하거나 비극적인 소식을 알리는 뉴스가 훨씬 더 많다. 구조적인 문제라서 개인이 할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다고 체념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 인간 개개인이 모여서 사회를 구성하고 국가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가. 작금의 현실을 직시하고 고쳐나가는 데 시민사회의 일원으로서 조금씩만 노력한다면 사람 개개인이 변화하는 것이, 사회가 바뀌는 것이, 국가가 바뀌는 것이 아주 불가능한 일일까.

초 양왕이 장신을 불러 후회와 절망 속에서 “어찌하면 좋겠는가?” 물었을 때 그는 잠시 잊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초나라는 결코 작지 않은 땅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때가 늦었다고, 많은 것을 잃었으니 이제 와서 무슨 수로 회복할 수 있겠느냐고 자탄할 때, 우리도 잊고 있는지 모른다. 아직 증명되지 않고 실현되지 않았지만, 우리가 여전히 가지고 있는 타고난 재능과 가능성을.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고, 경험한 세계보다 경험하지 않은 세계가 더 넓게 펼쳐져 있다면, 지금이라도 다시 일어서서 해볼 만하지 않은가. 생명이 붙어 있는 한 가능성도 살아 있다. 죽을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강지희 (교양기초교육 ·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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