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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야만적인 가족주의의 허울을 벗겨라『가족주의는 야만이다』(소나무/이득재/2001)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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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3.07.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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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8년 IMF의 거대한 폭풍의 피해범위는 우리 가족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나의 아버지는 30년 가까이 근무하시던 은행에서 ‘명예퇴직’이라는 이름으로 하루 아침에 ‘실직자’가 되었는데, 그 때의 황당함이란..... 정말 어처구니 없었다. 해서 우리 가족은 모여 앉아 손 부여 잡고 이 난관 서로 도우며 헤쳐 나가자고 다짐, 또 다짐 했었다. 당시에는 나의 아버지와 같은 경우가 허다해 어디가 하소연 할 때도 없었다. 그래도 우리 가족은 당장 거리로 쫓겨나 노숙자 생활을 해야 할 정도는 아니었다. 알량하게도 이런 사실이 위로가 되기도 했다. 언론에서 연일 나오는 노숙자들의 생활들을 접하면서 ‘그래도 우리 가족은 저 정도는 아냐!’하면서 그들과는 다른 처지인 것을 매우 다행히 생각하기도 하였다. 그러면서도 어려움에 처한 국가에 대한 애국심으로 이 난국을 하루라도 빨리 헤쳐나가야 겠다는 생각에 나름대로는 절약하기도 하였고, 조금이라도 과소비하는 내 모습을 발견할 때면 다시금 노숙자들을 생각하며 양심의 가책(?)을 느껴 반성했었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 모든 일들이 국가에 의해 행해진 한편의 치밀한 사기극이라고 주장하는 책이 나와 우리의 주목을 끈다. 바로 얼마전 ‘조합공동체 소나무’에서 출판한 『가족주의는 야만이다』(이득재 지음, 2001)가 그것이다.

  저자는 우선 국가가 해야 할 일들이 한국사회에서는 버젓이 가족이라는 테두리에서 한정되어 있는 현실에 대해 지적한다. 해마다 겪게 되는 천재지변으로 생겨나는 피해국민들, IMF로 인해 생겨난 수많은 실직자와 그의 가족들, 그리고 여전히 우리의 동정심을 자극하는 불우 이웃들. 이들을 돕기 위해-사실 우리 자신의 모습이 곧 이들이 아닌가-나서야 할 국가는 어디 있는지 찾아 볼 길 없고 그 책임을 항상 가족으로 전가 시킨다.  IMF의 책임, 소년소녀 가장에 대한 책임, 수재민들에 대한 책임....등등은 국가에 있다는 사실은 상식적인 일임에도 우리는 매일 ‘ARS국민성금모금’에 노출되어 있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실직자의 수가 줄었다든지, 소년소녀 가장들의 생활이 개선되었다든지 하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이렇듯 한국사회는 해방 이후 국가가 책임져야 할 공적 분야의 책임을 가족에게 전가시켜왔다. 그리고 우리 온정주의적 국민들은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대원칙 아래 이러한 사실에 대해 감히 문제 제기 하지 못한 채 살아 왔다. 저자 이득재 선생은 이를 가리켜 ‘가국체제(家國體制)’라 정의한다. 생소한 단어이지만 그 의미가 쉽게 전달된다.

  국가는 확장된 가족의 형태이다. 국가라는 가장을 정점으로 그 아래 가족들이 살고 있다. 따라서 국가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은 바로 국가에게 있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는 국가라는 가장은 그늘속에 숨어 버리고 그 자리에 한 가정의 가장만이 힘겹게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싸움에서 패한 가장은 ‘무능력자’로 낙인찍혀 사회에서 도태되고 만다. 어찌 한 개인의 책임이겠는가. 저자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풀어내기 위해 프랑스 철학자 들뢰즈(Gilles Deleuze)와 가타리(Felix Guattari)의 사상을 도입시킨다. 들뢰즈와 가타리의 욕망이론과 탈주의 철학, 그리고 횡단과 노마드의 개념으로 가국체제 안에 존재하는 가족의 욕망에 대해 설명한다. 들뢰즈와 가타리는 그들의 공저 『앙띠 오이디푸스』에서 프로이트를 비판하면서 ‘욕망’을 ‘결핍’이 아니라 ‘생산’으로 주장하였다. ‘욕망’이라 하면 괜히 불길하게 생각하는 한국사회에서 가족은 욕망의 해방을 꿈꾸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신성하게만 생각해 왔던 가족이라는 존재가 겪게 되는 국가에 의한 폭력에 대해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 사실은 이 책이 지니는 의미이다. 그것은 단순한 문제제기가 아니라 국가체제 안에서 희생되고 있는 가족의 허울을 벗겨버림으로서 가족주의에 대한 비판을 시도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난해하게 소개되어 온 들뢰즈와 가타리에 대한 이론을 한국 현실사회에 도입시켜 해석하였다는 점 또한 의미 있는 작업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저자가 주장하듯 ‘가족주의는 불온하다’라고 선언하며 앞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시민사회’이다라고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겠다. 어쩌면 이 어려운 시대에 각 개인이 마지막으로 비빌 언덕인 ‘가족’마저 해체한다면 우리는 어디에 정착해야 하는 것인가. 가족 사회의 해체와 시민사회의 건설이라는 과정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은 이 책이 지닌 과제이다.

/ 이시우(인문·사학·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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