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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유불급(過猶不及), 시중(時中)과 중용(中庸)을 향하여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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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0.01  15: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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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고사성어는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하는 것과 같다'는 뜻의 과유불급(한자)이다. 자장은 지나치고, 자하는 미치지 못한다고 했던 공자의 평가를 통해 우리가 진정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몇 년 전, 과거 정권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내셨던 어떤 분의 사무실을 우연히 방문한 적이 있다. 방으로 들어섰을 때 커다란 책상과 더불어 한 눈에 들어온 것은 측면 벽에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크게 휘호한 액자였다. 흔히 알고 있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이지만, 실천하려고 하면 또 보통 어려운 말이 아니다. 그때 이후로 이 말이 유난히 강렬하게 뇌리에 남아, 그 의미를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됐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하는 것과 같다.’ 『논어(論語)』에 있는 공자의 말이다. 『논어』 「선진(先進)」편에 보면 공자와 그 제자인 자공(子貢)의 대화 한 대목이 소개돼 있다. 자공이 물었다. “사(師)와 상(商) 중에 누가 더 낫습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사는 지나치고, 상은 미치지 못한다.” 자공이 물었다. “그렇다면 사가 더 낫습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하는 것과 같다.”

먼저 드는 생각. 자공은 왜 이런 질문을 했을까? 그는 공자보다 서른한 살이 어렸고, 언변이 탁월했던 사람이다. 훌륭한 말재주를 바탕으로 특히 외교에 능했고, 사업에도 수완을 발휘해 상당한 재산을 모았다고 한다. 두뇌 회전이 빠르고 언변이 뛰어났던 자공. 그런데 그에게 한 가지 좋지 않은 버릇이 있었으니, 사람들을 비교 평가하기를 좋아하는 것이었다. 공자가 가장 아꼈던 제자 안회(顔回)와 자기 자신을 비교해서 말하기도 하고, 위에서처럼 제삼자의 입장에서 사람들을 비교하는 것을 좋아했다. 사람들을 비교해서 ‘누가 더 낫다’, ‘누가 더 못하다’라고 평가하는 것은 사실 인간이 지닌 나쁜 본성(本性) 가운데 하나이다. 사람마다 타고난 개성이 다른데도 우리는 외모, 실력, 집안, 학력, 직업 등을 가지고 남과 나를, 타인과 타인을 끊임없이 비교하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인정욕구가 특별히 강한 사람일 경우 그 증세는 더욱 심각하다. 나와 남을 비교해서 자신이 더 낫다는 평가를 꼭 들어야 직성이 풀린다. 자공은 아마도 그런 사람이었던 듯하다.

자공의 비교 대상에 오른 두 사람은 전손사(顓孫師)와 복상(卜商)이다. 자공이 ‘사와 상 중에’라고 한 것은 성을 빼고 이름만 말한 것이다. 흔히 그들의 자(字-성명 이외의 별명 같은 것)인 ‘자장(子張)’과 ‘자하(子夏)’로 불린다. 공자는 두 사람에 대해, 자장은 지나치고 자하는 미치지 못한다고 평했다.

자장은 공자보다 마흔여덟 살 아래였는데, 기상이 활달하고 적극적인 사람이었다. 자하는 공자보다 마흔네 살이 어렸고, 문학에 뛰어났다는 평을 듣는다. 그는 자장과 달리 조심스럽고 소극적인 사람이었다. 이렇게 체질이 달랐던 두 사람은 삶의 방식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친구를 사귀는 데 있어서, 자장은 편당(偏黨)을 짓는 것은 군자(君子)의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논어』에 보면 “군자는 두루 사랑하고 편을 가르지 않으며, 소인(小人)은 편을 가르고 두루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자장은 이 말에 충실한 삶을 살았다. 그는 언젠가 자하의 제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군자는 훌륭한 사람을 존중하는 동시에 평범한 사람도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뛰어난 사람은 칭찬하고 잘하지 못하는 사람은 불쌍히 여겨야 한다. 만약 내가 훌륭한 사람이라면 어찌 사람들이 나를 받아주지 않겠느냐? 만약 내가 못난 사람이라면 사람들이 먼저 나와의 관계를 끊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나서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끊을 필요가 있겠느냐?” 그 사람이 나보다 잘났든 못났든 따지지 않고 다 받아주겠다는 뜻이다. 과연 포용력이 있고 자신감이 넘친다. 그러나 이렇게 사람을 사귀면 때로는 배신도 당하고, 속임도 당하고, 상처를 받는 경우가 있다. 주변에 사람은 무척 많겠지만 그 사람들과 모두 돈독한 신뢰관계가 형성되기는 어렵다.

반면 자하는 어울릴 만한 사람과 사귀고, 그렇지 않은 사람과는 관계를 끊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공자는 또 “군자는 자기만 못한 자를 사귀지 말아야 한다[無友不如己者]”고 했는데, 자하는 이 말을 금과옥조로 여긴 셈이다. “사람을 가려 사귀면, 도움과 유익이 있다[擇而交之, 有所補益]”는 말도 있듯이, 친구는 신중하게 사귀어야 한다. 인격적인 부분에서 배울 만한 점이 있는 사람을 벗해야 ‘벗으로써 인을 돕는다[以友輔仁]’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말에 너무 집착하면 주변에 사람이 없다. 인간은 오래 사귈수록 단점이 저절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처음에는 나보다 낫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점점 지나 상대방의 단점이 보이고, 그 단점이 도드라져서 결국 회의를 느끼고 그와 멀어지는, 이런 식이면 그 옆에 끝까지 남아 있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공자는 자하의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너는 군자다운 선비가 돼야지, 소인다운 선비가 돼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공부하는 방법도 서로 달랐다. 적극적인 성격의 자장은 일단 많은 지식을 습득하는 데 중점을 뒀다. 반면 소극적인 성품의 자하는 차근차근 배움을 쌓아가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자장은 관직에 대한 욕심도 있어서 빨리빨리 많은 공부를 해 얼른 벼슬길에 나아가고 싶어 했다. 그래서 우선은 무조건 많이 보고 듣고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짧은 시간에 넓은 지식을 습득하게 되면 아는 체는 많이 할 수 있겠지만, 공부가 정밀하지 못하다. 그래서 공자는 그런 그에게 “많이 듣고 의심나는 것을 빼 버려라. 그리고 그 나머지를 말하면 실수가 적을 것이다. 많이 보고 위험한 것을 빼 버려라. 그러면 행동에 후회가 적을 것이다. 말에 실수가 적고, 행동에 후회가 적으면 관직은 저절로 얻게 될 것이다”라고 충고한 바 있다. 관직을 얻는 일 자체에 집중하지 말고 공부하는 태도를 돌아보라는 뜻이다.

군자다운 호방한 기운이 부족했던 자하는 차곡차곡 꼼꼼하게 공부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그는 “날마다 모르는 것을 알아 가고, 매달마다 익힌 것을 잊어버리지 않으면 배움을 좋아한다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공부한 것을 완벽하게 소화하지 못하면 그 다음 단계로 나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이렇게 공부하고 책을 읽으면 정밀하긴 하지만 진도가 느리다. 인생에서 주어진 시간은 한정돼 있는데, 좁고 깊게만 공부를 하면 사람과 세상에 대한 이해 또한 편협해지기 쉽다.

공자는 이 두 사람에 대해, 자장은 지나치고 자하는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자 자공은 부족한 것보다는 넘치는 것이 낫다고 여겨서 “그럼 자장이 자하보다 나은 건가요?”라고 물었다. 친구가 적은 것보다는 많은 것이, 앎이 좁은 것보다는 넓은 것이 나아보일 수 있다. 그러나 공자가 보기에는 두 사람이 똑같았다. 군자가 되기에는 둘 다 부족한 면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는 무엇인가? 이에 대해 맹자는 ‘시중(時中)’을, 주자는 ‘중용(中庸)’을 이야기했다. 때에 맞는 적절한 처신, 어느 한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적당함이다. 친구를 골고루 사귀되 내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만 그 범위를 정하고, 공부를 넓게 하되 나의 기질에 맞는 분야,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에서는 정밀하게 천착해야 한다. 말은 쉽지만 실천은 어렵다. 평생에 걸친 연습이 필요하다. 일흔을 훨씬 넘긴 그 전직 장관께서도 늘 곁에 두고 상기하실 정도니까.

공자는 자하를 ‘불급’이라 평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를 얕잡아보는 것은 금물이다. 자하는 학식과 덕행에 뛰어난 공자의 제자 열 명, 즉 ‘공문십철(孔門十哲)’에 들어간다. 반면 자장은 거기에 들어가지 않는다. 자장과 자하에 대한 공자의 평가도 한번 새겨볼 일이다.

/강지희(교양기초교육대학 ·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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