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명동성당 곳곳에서는 노동자들이 각기 다른 문제로 농성을 하고 있다.

   성당입구 계단의 맨 위쪽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몸에 쇠사슬을 걸고 농성을 하고 있다. 하루에 12시간씩 일하고도 한달에 4만원의 수당을 받는 산업연수생의 생활을 벗어나 불법체류자로 쫓기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도와준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 회장 김혜성목사의 구속에 대한 항의 농성이다. 그 아래 가운데 계단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한국통신노동조합」의 간부들이다. 94년 민주노조가 들어선 이후 꾸준히 성장을 거듭해 온 「한국통신노동조합」이 곧 「민주노총」가입을 결의하려는 것에 대해 사측이 상반기 임금 및 단체협상을 문제삼아 노조 지도부를 고발해 놓은 상태이다. 그리고 이들이 해고자임을 빌미삼아 상집간부들의 노조사무실 출입을 막고, 심지어 이에 항의하는 한 간부를 폭행했다.

  「한국통신」의 114교환원 3714명 중 1183명의 인원이 경견완장애라는 직업병으로 팔을 제대로 쓰지도 못할 만큼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한다. 계단 맨 밑에서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해고자 복직, 노조 전임자 축소 저지, 직권중재 철폐 등의 구호를 내걸고 농성을 하고 있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어두운 노동현실에 대한 언급은 부끄러울 정도이다. 4·24 ‘신노사관계 구상’이 발표되고 ‘참여와 협력의 노사관계를 위한’ 「노사관계개혁위원회」가 구성됐지만 김영삼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과거의 권위적이고 억압적이었던 노사관계의 청산’은 찾아보기 힘들다. 독점재벌들은 경기침체를 핑계로 임금총액을 동결, 대량 정리해고를 시행하는 것과 발맞춰 노동법 개악을 강행할 움직임이다.

   ‘권위적이고 억압적인 노사관계의 청산’이라는 과제는 언제나 우리의 역사와 맞물려 되풀이되는 듯 하다. ‘권력질서가 어떻게 재편되는갗보다 ‘역사발전에 역행하는 것은 무엇인갗에 온 국민들의 초점이 맞춰져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집권말기에 이른 김영삼대통령이 최근 ‘경제위기설’과 ‘북한간첩사건’으로 인한 ‘안보태세강화’의 분위기를 몰아, 보수이데올로기 강화에 역점을 둘 것이라는 각계의 분석이 들어맞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