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에 대한 논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개헌에 대한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24일 MBN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개헌의 찬반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개헌 찬성 여론이 41.8%로 여전히 개헌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반대는 38.8%였다. 28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개헌에 대한 설문에서도 개헌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현행 대통령제에 문제가 있으므로 개헌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54%를 차지함으로서 개헌이 더 이상 정치적 카드로만 이야기되는 것이 아닌, 국민의 뜻에 따른 현실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개헌에 대한 논의는 이전부터 계속해서 제기돼왔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적 합의 수준이 높고 시급한 과제에 집중해 헌법을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을 제안한다”며 개헌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으며, 당시 한나라당측의 반발로 무산됐었다. 그 후임인 이명박 대통령도 개헌에 대해 “현행 헌법이 변화된 시기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이왕 개헌 논의를 하려면 정략적이 아닌 국운 융성을 위해 당에서 제대로 해보라.”며 긍정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박 대통령은 국정 초기 “지금 우리에겐 그 어떤 것도 ‘경제 살리기’를 대신할 수 없다”며 개헌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취했으나 임기 후반기인 현재, 개헌에 대한 찬성 여론을 모으고 있는 상태다.

개헌은 무엇인가

개헌은 쉽게 말하면 헌법을 개정하는 것으로, 헌법은 한 국가의 구성 원리와 이념, 기본 정신, 국민의 기본권을 규정한 한 국가의 최고 법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법률을 개정하듯이 쉽게 개정 할 수 없다. 2016년 기준 대한민국헌법의 번호가 10호인데, 이는 초대헌법에서부터 헌법 개정이 9차례 있었다는 뜻이다. 헌법이 크게 바뀌면 국가의 기본 틀이 바뀐 것과 동일하기 때문에 관습적으로 개헌을 기준으로 몇 번째 공화국인지를 정한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개헌의 범위는 1987년 10월 29일 정해진 9차 개헌에서 결정된 대통령직선제 중 5년 단임제에 대한 변경이다. 특히 다수의 법학자들은 이제 시대가 변했기에 거기에 맞춰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다.

그렇다면 현재 논의되고 있는 개헌의 쟁점은 무엇일까. 독일식 비례대표제, 중선거구제 등의 개편을 비롯한 선거법 개혁과 대통령 중임제, 의원 내각제, 이원집정부제 개헌 등 권력구조 개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대통령의 임기에 대한 논의가 가장 많이 이뤄지고 있는데, 현재의 5년 단임제는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있어 장기적인 시각에서 정책을 추진해야 할 필요성이 큼에도 불구하고 5년의 임기는 너무 짧아 단기부양책과 같은 근시안적인 정책에 몰두하게 되며 두 번 다시 정권을 못 잡기 때문에 레임덕이 너무 금방 온다는 단점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단임제가 무조건 단점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5년 단임제는 법이 바뀌지 않는 이상 독재정권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87년 당시 헌법을 개정할 때 선택됐다.

헌정체제의 유형과 장단점

대통령제를 시행하는 국가 중 미국은 4년 중임제를 시행하고 있다. 중임제는 한번 취임한 대통령이 임기가 끝날 때 다시 출마해 당선이 될 경우 재집권이 가능하다. 특히 4년 중임제는 현재 개헌이 될 경우 선택될 가장 유력한 제도로, 5년 단임제가 가졌던 단점인 단기적인 국정운영과 빠른 레임덕이 가져오는 문제를 보완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단임제와 중임제 양 체제 모두 권력이 대통령 중심으로 쏠리는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의원내각제는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들이 총리와 장관을 선출해 행정부를 꾸리게 된다. 원내 다수당 혹은 제1당의 당수가 총리로 지명되며, 영국, 독일, 일본 등에서 채택하고 있다. 의원내각제는 대부분의 입헌군주제 국가에서 채택하는 경우가 많다. 의원내각제는 빠른 정책 전환 및 추진이 가능하며 민심에 따라 입법부와 행정부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하지만 1당 독재로 빠질 위험이 큰데, 특히 일본에서 그 경향이 심하다. 또한 민주주의의 근간인 삼권분립의 존속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행정부와 입법부가 사실상 동일하기 때문에 사법부의 강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국회에 힘이 집중되는 현상을 막을 수 없다. 하지만 14년 국회에 대한 국민 신뢰도 조사가 최하를 기록한 만큼 국민의 국회의 신뢰도가 매우 낮아 도입 가능성이 매우 낮은 편이다.

분권형 대통령제라고도 불리는 이원집정부 제도는 대통령 중심제와 의원 내각제의 요소가 결합된 두 제도의 절충안이다. 원칙적으로는 대통령이 국가원수로서 통치권을 행사하고 총리가 내각의 행정권을 행사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대통령이 행정권에 개입하거나, 총리가 통치권에 개입하는 등 혼재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대통령제와 내각제 중 어느 쪽에 더 중심이 더 가있느냐에 따라 내각제에 가까운 그리스식, 기본적으로 내각제지만 대통령의 권한이 적지 않은 오스트리아식, 대통령의 권한이 매우 강한 프랑스식 등으로 주로 분류된다.

현재 개헌이 되어 바뀔 10차 개헌은 2007년 처음으로 구상된 바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원포인트 개헌안’을 제안했다. 이 개헌안은 당시 큰 반대없이 여야 상당수가 공감할 만한 수준에서 논의됐었다. 하지만 대선과 총선이 겹치는 다음 정권으로 미루자는 여론 속에 흐지부지되었고 MB정권에서도 논의는 실패했다. 16년 현재 박 대통령은 4년 중임제를 근간으로 한 새 헌법 개정안에 대해 이야기 중이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개헌논의와 국정이 마비되어 개헌의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