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파헤쳐지면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국회에서 준비되고 있다. 탄핵소추권은 헌법 65조에 명시된 국회의 권한으로서 국민을 대신해 국회의원들이 대통령을 대통령직에서 파면시키는 것이고, 파면된 대통령은 이로써 민ㆍ형사상 책임이 면제되지 않는다. 그래서 뇌물수수죄가 있다면,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

탄핵제도는 ‘국민소환제’로서 17세기 존 로크의 사회계약 사상에서부터 연원하는데, 그 취지는 대의민주주의 제도에 약점이 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탄핵은 국민들이 민주적으로 선출한 대통령이 법치주의를 어기고 법을 어기면서 직권남용, 뇌물수수 등 통치행위를 자의적으로 하는 것을 막기 위한 민주적인 장치인 것이다.

이와 유사한 견제장치는 임기제도이다. 유럽과 미국 같은 나라들은 대부분 4년 중임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과거에는 그랬다. 그러나 1961년 쿠데타로 집권한 박근혜의 아버지 박정희는 헌법을 바꿔가며 대통령직을 연장, 또 연장해 18년간 군사독재를 하다 권력 서열 2인자인 중앙정보부장에게 총 맞아 사망했다. 그리고 1980년 양아들을 자처한 전두환이 궁정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이어받아 독재를 계속하다 마침내 1987년 범국민적인 저항에 직면하게 됐고 지금의 헌법으로, 대통령 임기 5년 단임제로 개정됐다. 이것 또한 독재를 막기 위한 민주적인 견제장치였다.

탄핵국면을 맞이하면서 우리나라가 적어도 헌법상으로는 민주공화국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최순실ㆍ박근혜 게이트, 아니 국가권력의 사유화 사태를 겪으면서 대의민주주의 제도에 아직도 허점들이 많이 남아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대의민주주의의 허점을 보완하는 사상과 제도의 하나는 ‘참여민주주의’이다. 이 사상과 제도를 통해서는 첫째, 유권자 국민들이 직접 나서서 국가권력을 감시, 비판, 견제하는 활동을 벌인다. 이는 여러 분야의 시민(사회)단체들이 해 오고 있다. 둘째, 국가적으로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 참여해 발언하고 토론해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한다. 민주주의를 심화시키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 임기 말인 2006년부터 우리나라 시ㆍ도 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는 주민소환제, 주민발의 및 투표제, 주민참여예산제가 도입됐다. 셋째는 민주주의의 확장이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서 정치, 행정 분야를 넘어서 경제, 사회문화교육 분야에까지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과 제도를 도입, 확장시켜나가는 활동이고 제도다. 기업의 경영에 노동자들이 참여해 사장 선임이나 구조조정 문제 같은 중요한 문제에 대해 토론을 거쳐 공동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대학의 운영에 학생을 비롯한 4 주체들이 직접 참여해 중요한 의사결정들을 민주적으로 하는 것이 그 예다. 독일이나 스웨덴 같은 나라는 이런 것들을 하는데, 우리나라라고, 우리 학교라고 못할 것이 어디 있을까?

/유팔무 (사회 ·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