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개강이 눈앞까지 다가왔다. 겨울은 아직 방학을 보내는 학생들 머리 위로 새하얀 눈을 줄곧 떨구고 있지만, 달력은 빠르게 3월로 넘어가고 있다.

봄! 봄은 항상 시작과 새로움을 알려주는 계절이다. 봄이 오면 지난해 떨어져 바스락거리는 낙엽들도, 아직까지 내리곤 하는 하얀 눈도 다 녹아 사라질 것이다. 겨울을 지나며 텅 빈 풍경은 새로이 자라나는 형형색색의 꽃과 나무에 녹아들 듯 채색된다. 이 좋은 풍경화의 주인공은 단연 신입생들과 기존의 학우들이다. 이제껏 그래왔듯 올해도 한림대학교에서 그들은 각자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중에는 누구나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순간들이 있다. 그 찰나를 사진으로, 그림으로 남기거나 음악을 들으며 기억할 수도 있다.

소중한 순간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간직할 수는 있겠지만 필자는 글로 남겨볼 것을 조금 더 추천한다. 글, 작문 능력은 대부분의 대학생들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능력 중 하나이다. 학교에서는 꽤나 자주 과제나 리포트, 논문을 요구하는데 작문 솜씨는 이것이 조금 더 수월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어릴 적 강요된 공부에 반감을 가지듯이 타의에 의한 글쓰기란 학생들에게 선호되기보단 기피하고 싶은 대상이 된다. 심지어 장문의 글을 접하면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필자에게 ‘3줄 요약’을 요구하며 읽기조차 않으려 한다. 글쓰기, 그것이 집약된 독서 활동은 점점 자리가 좁아져 가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필자는 글쓰기를 시작해볼 것을 추천한다. 꼭 화려한 수식어나 좋은 문장이 아니어도, 짧은 단어만이라도 글로 기록해 보는 것이다. 손으로 펜을 쥐고 종이를 꾹꾹 누르면서 기록을 남기면 종이가 눌리는 것처럼 선명하게 기억들이 아로새겨진다. 나는 가끔 일기를 읽으며 그 날의 감정과 느낌들이 다시 완전히 나에게로 돌아오는 것을 느끼곤 한다. 이렇게 글 쓰는 버릇이 생기면 점점 글쓰기에 욕심이 생기게 될 것이다. 가령 단순한 기록일 수도 있는 ‘보람찬 하루’를 좀 더 포장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기록에 익숙해진다면 자신만의 언어로 단어들을 바꾸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바로 문학의 시작이다. 누군가는 시를, 누군가는 소설을, 누군가는 수필을, 누군가는 극을 만들곤 할 것이다. 어느 것이든 좋다. 문학을 통해 자신의 소중한 경험들을 더욱 특별하게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정성스레 한 자, 한 자 써내려간 글을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것도 글쓰기가 주는 특별한 선물이다. 이야기는 독백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누군가와 소통할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어쩌면 유명한 작가들도,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는 작은 소망에서 글쓰기를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문학은 나누었을 때 그 의미가 더 크다. 이야기는 대화고, 대화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이루어지는 행위며, 그 행위들이 모여 사회가 구성된다.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하는 봄이 왔다. 글쓰기를 멀리했던 마음일랑 겨울 속에 묻어버리고 이번 봄, 문학을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김화영(국어국문 · 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