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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공이산(愚公移山), 성실함의 파괴력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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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2.25  13:3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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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고사성어는 ‘어리석인 사람이 산을 옮긴다’는 뜻의 ‘우공이산(愚公移山)’이다. 북산에 사는 아흔 살 가까운 노인 ‘우공(愚公)’이 사방 둘레가 7백리나 되고 높이가 만 길이나 되는 큰 산들인 ‘태항산(太行山)’, ‘왕옥산(王屋山)’을 옮긴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나는 한 가지 일을 간절하게 소망한 적 있는지, 그 소망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적이 있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오래 전 어느 대기업 광고에 ‘우공이산(愚公移山)’ 네 글자가 크게 쓰여 있던 것을 신문에서 본 적이 있다. 사원들에게 성실함도 실력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아니면 ‘우리 회사는 끝까지 노력해 목표하는 바를 반드시 이루고야 말겠습니다’라는 결의를 보여준 것일 게다. 그런데 ‘우공이 산을 옮겼다’는 이야기의 전말을 보면 좀 무모해 보이기도 하고 어리석어 보이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우공(愚公)’의 이름만 봐도 ‘어리석을 우(愚)’에다 어른에 대한 존칭인 공(公)을 붙인 것이니, 그에게는 약간 어리석거나 바보처럼 보이는 면이 있었던 것이다. 『열자(列子)』 「탕문(湯問)」편에 실린 이 유명한 이야기를 찬찬히 한번 읽어보자.

태항산(太行山)과 왕옥산(王屋山)은 사방 둘레가 7백리(약 275Km)나 되고 높이가 만 길이나 되는 큰 산들이다. 이 산들은 원래 기주(冀州) 남쪽, 하양(河陽)의 북쪽에 있었다. 북산(北山)에 사는 우공(愚公)은 아흔 살 가까운 노인이었는데, 이 산들을 마주대하고 살고 있었다. 그는 어디를 갈 때마다 이 두 산에 가로막혀 멀리 돌아서 가야 했고, 그것을 몹시 괴로워했다. 그래서 하루는 가족들을 모아 놓고 의논을 했다.

“나는 너희들과 함께 힘을 다해 높은 산을 평평하게 만들어 예주(豫州) 남쪽으로 곧장 통하고, 한수(漢水) 남쪽까지 다다르게 하려고 하는데, 괜찮겠느냐?” 모두가 그 말에 동의했으나, 단 한 사람 우공의 아내만은 의심스럽다는 의견을 냈다. “당신 힘으로는 괴보산(魁父山) 같은 작은 언덕도 허물 수가 없을 텐데, 태항™왕옥과 같은 산을 어찌 한단 말인가요? 그리고 그 흙과 돌은 어디에다 치울 거예요?” 그러자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 말했다. “발해(渤海)의 끄트머리 은토(隱土)의 북쪽에 갖다버리면 되잖아요!”

마침내 우공은 자손들과 짐을 지는 사람 세 명을 거느리고, 돌을 깨고 흙을 파서 그것을 삼태기에 담아 발해의 끄트머리로 운반했다. 우공의 이웃에 사는 경성씨(京城氏) 집 과부에게 이제 겨우 7, 8세 정도 되는 아들이 있었는데, 이 아이도 뛰어나와 이 일을 도왔다. 그들은 추위와 더위의 계절이 바뀌어야 비로소 한 차례 흙을 지고 갔다 되돌아왔다. 그러자 하곡(河曲)에 있는 지수(智叟)라는 영감이 그것을 보고 웃으면서 이렇게 말렸다. “이 사람아, 어쩌면 그렇게도 어리석은가! 다 죽어가는 자네 힘으로는 산의 풀 한 포기도 제대로 뜯지 못할 터인데, 그 흙과 돌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북산의 우공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자네의 마음은 굳어 있으니, 굳어진 생각은 허물어버릴 수가 없지. 자넨 저 과부의 어린아이만도 못하구먼. 내가 죽더라도 자식은 남아 있어. 내 자식은 또 손자를 낳을 것이고 손자는 또 자식을 낳을 것이며, 그 자식은 또 자식을 낳고, 그 자식은 또 손자를 낳아서 자자손손이 영원히 다하는 일은 없을 걸세. 그러나 산은 더 불어나지 않을 테니, 어찌하여 산이 평평해지지 않을 것을 걱정하는가?” 하곡의 지수는 대답할 말이 없었다.

이에 그 산의 뱀을 부리는 신이 그 이야기를 듣고서 우공이 그 일을 그만두지 않을까 두려워했다. 그래서 그 사실을 천제(天帝 하느님)에게 고했다. 그러나 하느님은 우공을 말리기는커녕 그 정성에 감동해 힘이 세기로 유명한 과아씨(夸娥氏)의 두 아들을 시켜 두 산을 등에 지고, 하나는 삭동(朔東)에 놓고 하나는 옹남(壅南)에 놓게 했다. 이리하여 기주 남쪽에서 한수 남쪽에 이르기까지 가로막혀 걸리는 것이 없게 됐다.
생각해보면 우공의 아내가 보인 반응은 지극히 이성적이다. 그녀는 남편의 계획이 참으로 황당무계하게 들렸을 것이다. 나이가 많아 노쇠해진 남편에겐 작은 흙더미 옮기는 것도 버거운 일일 텐데, 하물며 그 거대한 두 산을 옮긴다니. 게다가 그 많은 흙과 돌들을 어디로 치운단 말인가. 가까운 곳에 쌓아두면 그곳에 다시 큰 산 두 개가 생길 것 아닌가. 지극히 합리적인 의심이요 질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들과 손자들까지 나서서 그 흙들을 발해에 갖다버리자고 한다. 이들이 모두 선뜻 동의하고 이렇게 대안까지 제시한 것은 어째서일까. 그들 모두 태항・왕옥 두 산을 빙 둘러 다니는 일이 너무나 불편했던 것이다. 우공 혼자만의 불만이었다면 과연 힘을 모을 수 있었을까? 다수의 강한 의지와 한 사람의 이성이 이렇게 부딪친 상황. 결국 다수의 의지대로 일은 진행됐다. 여기에 이웃집 어린 아이까지 가세했다. 그 어린 아이가 힘을 쓰면 얼마나 쓰겠는가. 보탬이 되면 얼마나 되겠는가. 그러나 중요한 것은 여러 사람의 정성과 마음이 합해졌다는 데 있다. 이웃집 과부가 자기의 어린 아들을 이 공사에 참여하도록 허락한 것은, 우선 이 산들이 없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있어서였을 테고 다음으로는 우공과 그 가족의 실천력에 감동을 받아서였을 것이다.

우공의 친구인 지수는 지혜 지(智), 노인 수(叟), 글자대로 풀면 ‘지혜로운 노인’이라는 뜻이다. 그는 우공의 일을 보고 한심하게 느꼈으리라. 낼모레면 구십인 늙은이가 돌과 흙을 져서 나르겠다고? 그 생전에 길이 나는 것을 볼 수나 있겠는가. 중간에 힘들어서 그만둔다면 그때까지의 일은 다 헛수고가 될 뿐이니, 괜한 짓 그만두고 죽을 날이나 기다리면서 그냥 마음 편히 쉬게나. 그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우공은 자신이 살아 있을 때 꼭 그 길이 나지 않아도 됐다. 백년이든 이백년이든, 오백년이든 천년이든 얼마가 걸리든 간에 언젠가는 반드시 산들이 없어지고 한수까지 곧장 도달할 수 있는 길이 나기를 기대하고 믿었다. 그렇다면 우공 자신이 산을 직접 옮겼는가? 결과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그의 의지에 감동한 하느님이 옮겨준 것이다. 결국 누구의 생각이 옳았는가. 진정 지혜로운 사람은 우공이 아니었던가.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늘 들어온 격언이 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스스로 돕는 자’란 무슨 뜻인가. ‘나 자신을 내가 돕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가장 절박하고 궁핍한 상황에 놓여 있는 나 자신을 누가 도울 수 있는가? 그것은 바로 ‘나’다. 반대로 생각해 보자. 스스로 돕지 않는 사람은? 손 놓고 있는 사람은? 하늘도 도울 수 없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나를 내가 스스로 저버리지만 않는다면 하늘이 도와준다는 뜻이다. 간절한 소망과 노력, 이루고자 하는 의지는 결국 하늘을 움직인다.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우리가 매일같이 하는 일들, 세수하고 체조하고, 화초에 물을 주고 차를 마시고, 등교하고 출근하고, 공부하고 일하고, 무언가를 연습하고. 사소한 일도 끊임없이 계속되면 삶의 질적인 변화를 초래한다. ‘우공이산’이 주는 교훈은 상식을 파괴하는, 기성의 관념을 넘어서는 성실함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그 ‘끊임없는 노력’이란 한 개인의 이기적 탐욕이 아닌, 여러 사람의 공통된 소망에서 비롯된 것일 때 하늘을 감동시키는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사실이다.

/강 지 희 (교양기초교육대학 ·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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