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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봄부터 달갑지 않은 소식이 들렸다. 15일 통계청은 "2월 청년층 실업률은 12.3%로 1999년 관측 이래 두번째로 높은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N포세대에게 취업난은 더 이상 놀랄만한 거리조차 되지 못하는 모양새다.

우리 대학 학우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 '한림대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한림라이크)'에는 취업난으로 받는 압박감이나 부담감을 토로하는 게시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업률이 나날이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가늠조차 안 되는 앞날이 학우들을 두렵고 불안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학우들은 대학가에서 보내는 4년 내내 공황과 불안을 좌표축으로 설정한다. 그들은 어디에서도 편할 수 없다. 줄지어 스펙푸어가 되는 졸업생들을 목도하는 그들은 끝내 자괴하기도 한다. 심지어 이것은 종종 우울증이나 무력증, 현실도피로까지 이어진다.

학생생활상담센터 오충광 상담교수는 "학생들 사이에서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를 부끄럽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며 "전문의의 조언과 치료가 필요한 학우들은 병을 부끄러워하지말고 스스로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상담을 받을 여유가 없거나 부득이하게 상담센터를 찾지 못하는 학생들이 상당수 있는 실태이다. 따라서 본지는 일상에서 쉽게 행복감을 가질 수 있는 몇 가지 습관들을 정리해봤다.

규칙적으로 생활하자

생체리듬이 뒤로 밀릴수록 우울증 및 조울증 등의 기분장애를 앓을 가능성이 높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헌정 교수는 “기분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 23명과 비 환자 18명의 생체리듬과 기분을 3년 동안 분석한 결과 비 환자들보다 생체리듬이 당겨지거나 밀릴수록 기분장애를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수면을 늦게 할수록 시간조절유전자(PER1/ ARNTL)가 비 환자들보다 늦게 발현된다”며 “시간조절유전자가 늦게 발현될 경우 오전 내 무기력과 피로감이 증가하고 불면증 등의 수면장애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빼미족을 자처하는 학우들은 기분장애로부터 결코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이다.

허술해도 괜찮아

학우들 사이에서 번아웃 신드롬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KBS2 ‘추척60분’에서 20대 초반 대학생 21명을 대상으로 번아웃 신드롬 지수를 측정한 결과 16명이 번아웃 신드롬 위험대상군으로 밝혀졌다. 번아웃 신드롬은 매사 지나치게 완벽을 추구하거나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해서 임하는 학우들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 교수는 “완벽주의를 고집할수록 지인들에게 고민을 토로하거나 부탁조차도 못하기에 더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오 상담교수는 “있는 그대로 ‘나’를 마주할 필요가 있다”며 “부족하고 엉성하기만한 ‘나’를 마주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완벽해야만 한다는 강박은 결코 행복을 가르는 척도가 될 수 없다. 우리는 특별하지 않다. 내게 조금만 관대해지자.

취미를 갖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17일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우울증으로 진료 받은 인원이 19.6%(약10만9천명), 진료비용은 27.1%(약 579억) 증가했다”고 밝혔다. 청년층의 취업난과 경제성장률 저조 고착화 등으로 우울증을 앓고 있는 현대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최근 의학계에서는 기분장애를 치료하는 여러 방법들을 개발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오 상담교수는 “심리 치료는 약물보다 취미를 갖는 등의 습관을 개선함으로써 더 지속 가능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최근 여가를 활용해 색소폰이나 드럼 등의 악기를 배우는 학우들 역시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임송이(경제ㆍ4년) 우리 대학 학우는 “노래를 하거나 기타를 치는 등 취미를 갖게 됨으로써 취업난으로 받고 있던 압박을 해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상담센터는 언제나 열려있다

우리 대학에서는 학우들의 심리치료를 담당하는 학생생활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학우들의 이용률은 다소 저조한 편이다.

습관을 개선함으로써 심리 치료를 하는 데는 아무래도 한계가 명확하다. 따라서 스스로 심리 치료의 필요성을 느끼는 학우들은 상담센터를 방문하는 것도 치료의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오 상담교수는 “골절상을 치료할 때도 약물과 수술치료는 보조하는 역할만 할 뿐 회복하는 데까지는 자연 치유가 크게 작용한다”며 “심리 치료는 개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울증 환자가 약물치료만 받을 경우 언뜻 완치한 듯하지만 트라우마는 무의식 깊숙이 자리해있다”며 “상담이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