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우리 대학 커뮤니티 ‘한림대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한림라이크)’에는 ‘누군가가 가상대학 과목을 훔쳐갔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때까지만 해도 단순한 해프닝 정도로만 생각했던 일이 사실은 한 학생의 도를 넘어선 일탈이었고, 대학 본부의 미흡한 대처로 이어지며 피해 학생에게 상처를 안겼다.

1차적인 문제는 지난해 인문대 학생회의 개인정보 관리가 미흡했고, 그 빈틈을 당시 학생회 간부이던 황모군이 이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이어졌다. 진정성 있는 사과가 전달됐다면 피해 학생도 어느 정도 노여움을 풀고 용서를 고민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학 본부의 대처가 미지근하게 이뤄지며 피해 학생의 상처는 커져만 갔다.

피해 학생은 사건을 파악하기 위해 직접 교무팀, 총무팀 등의 부서를 다니며 IP를 추적했고 CCTV 화면을 확보했다. 피해 학생은 학생지원팀에 또 다른 피해자가 있는 것 같다며 조사, 대처 등의 도움을 요청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판단에 결국 혼자의 힘으로 본인 외 5명의 피해자가 더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후에도 학교 측에서는 사건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모양새였다. 지난 13일, 황군이 인문 2관 내 인문대 학생회실 앞 게시판에 대자보를 붙여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사과를 했지만, 대자보는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자취를 감췄다. 인문대 학장, 일본학과 학과장, 인문대 실장이 피해 학생을 만나 사과문을 뗄 것을 권유했기 때문이다. 말은 ‘권유’였을지라도 피해 학생이 받아들이기에는 무거운 분위기로 다가왔을 수 있다. 며칠이 지나고 이번에는 황군의 사과문에 현 인문대 학생회 ‘울림’의 사과문까지 더해 붙여졌다. 하지만 사과문이 붙여진 곳은 학생들이 다니는 건물의 복도가 아닌 학과의 세미나실 안쪽이었다. 마치 다른 학생들은 알면 안 된다는 듯한 사과문을 통해 과연 피해 학생은 무엇을 사과 받았을까.

혹자들은 이 사건들을 두고 ‘아직은 어린 학생의 실수’라며 한 번의 실수로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물론 한 번의 잘못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칠 수는 없고 특히 교육 과정에서야 반성과 뉘우침을 통한 재생의 기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에 앞서 피해 학생에 대한 구제와 잘못된 과정에 대한 투명한 공개와 사과가 교육현장에서 우선 돼야 할 조치 아닌가. 이번 일로 피해 학생이 받은 상처와 또 수강 철회로 인한 학점 부족 등의 현실적인 문제는 작지 않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분명히 제대로 된 사과도, 적절한 피해 구제조치도 이뤄졌다고 할 수 없다. 황군은 사건이 들통 난 후 두려움에 ‘개인정보를 강의실에서 주웠다’는 거짓말을 했다. 과연 이 때 바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면 어땠을까. 이후 대학 본부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는 모습을 보였다면 또 어땠을까.

대학 본부에서는 23일에 황군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고 징계를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징계는 다음 문제다. 가해자 본인이든, 대학 측이든 잘못에 대해 인정하고 그에 대해 진정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사건 해결의 첫 걸음이 될 것이다. 대학 측은 정규 학점으로 인정되는 과목의 수강 신청과정에서 생긴 문제에 대해 직접 주관 과목이 아니더라도 그 결과로 얻는 학점이 학교 측의 졸업 허가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책임감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 사건이 알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대신 미흡한 대처로 인해 같은 사건이 반복될 수도 있다는 책임감을 더 크게 느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