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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pe Diem!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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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08  10: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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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rpe Diem’이라는 말은 쉽게 들어볼 수 있는 말이다. ‘오늘을 붙잡아라’라는 뜻의 라틴어 경구로, 『죽은 시인의 사회, Dead Poets Society』라는 영화를 통해서도 잘 알려진 바 있다. 수 년 전에는 학교 정문 앞에 이 경구를 상호로 내건 술집도 있었다. 자칫 허랑방탕한 쾌락 추구를 뜻하는 것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지만, 실은 내일이 없는 것처럼 오늘을 살라는 게 본뜻이라 하겠다.

그래서 짝을 이루는 ‘Memento Mori’라는 또 하나의 경구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으로 나에게 무한정의 시간이 주어져 있지 않다는 것, 아니 내일도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을 일깨운다. 최승자 시인은 이런 시간의 절박함을 “시간이 내게 초치는 소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신입생들은 ‘시간이 초치는 소리’를 실감하기 어려울 것이다. 『죽은 시인의 사회』 영화 속의 Keating 선생도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믿기 어렵겠지만 어느 날 우리 모두는 숨쉬기를 멈추고 차갑게 변해 죽을 것이다.” 삶은 죽음을 향한 여정이고,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도둑처럼 온다.

문정희 시인은 「늙은 꽃」이란 시에서 이렇게 말한다.

 

꽃의 생애는 순간이다.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아는 종족의 자존심으로

꽃은 어떤 색으로 피든

필 때 다 써버린다.

황홀한 이 규칙을 어긴 꽃은 

아직 한 송이도 없다.

피 속에 주름과 장수의 유전자가 없는

꽃이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더욱 오묘하다.

 

나도 젊었을 적에는 ‘시간이 초치는 소리’를 느끼지 못했다. 그 시절에는 꽃이 예쁜지도 알지 못했다. 자신이 꽃보다 더 예쁘다고 생각할 테니까. 하지만 ‘열흘 붉은 꽃은 없다’는 뜻을 가진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란 말처럼 꽃의 아름다움은 짧다. 나는 아름다움이 짧기 때문에 더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디긴 했지만 올해도 봄이 왔다. 꽃소식은 태풍 예보처럼 맹렬히 북상 중이다. 교직원 식당 곁의 목련도 환하게 벌어졌다. 곧 캠퍼스엔 ‘꽃 대궐’이 펼쳐질 것이다. 꽃에 취하고 꽃을 탐하며 꽃에게 길을 물어보라. 그 속에서 ‘Carpe Diem’의 뜻을 몸으로 느끼고 ‘시간이 내게 초치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성경 구절은 ‘어리석은 이는 늘 행복에 대해 생각하지만 지혜로운 이는 죽음을 생각한다’(전도서, 7장 4절)고 이른다. 나는 그 뜻을 내 나름대로 이렇게 풀이한다. 죽음을 곰곰이 생각해야 삶의 길이 제대로 보인다고. 이 봄, 길은 꽃에게 물어볼 일이다.

/김번(영어영문 ·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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