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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함께한 20년, 이제는 운명 - 고규홍 칼럼니스트
진채림 편집장  |  jincl94@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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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08  10: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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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학에서 두 개의 강의를 맡아 진행하고 있는 고규홍(미디어커뮤니케이션) 겸임교수는 사실 다른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고규홍 교수는 ‘나무 칼럼니스트’로 널리 알려져 있다. 조금 낯설게 느껴지는 말이지만 대한민국 유일의 나무 칼럼니스트 혹은 나무 인문학자로서 우리나라의 나무들을 관찰하고, 이를 글로 써 낸다. 본지는 20년 가까이 나무와 함께하는 외길인생을 살아온 고규홍 나무 칼럼니스트를 만나 얘기를 나눠봤다.

나무 칼럼니스트에 대해 소개한다면

중앙일보에서 12년 동안 문화부 기자로 일했다. 신문 기자 생활을 그만둔 후 ‘이제 뭘 할까’ 고민하던 중 눈에 들어온 것이 나무였다. 쉬고 싶은 마음에 무작정 천리포 수목원으로 가서 두 달 동안 있었다. 사실 평소에 나무를 좋아했던 것도 아닌데 그때 나무가 눈에 띄어서 관찰하게 됐다. 1999년부터 나무의 의미와 신비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한 것을 계기로 벌써 20년 가까이 나무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초기에는 경제적인 어려움도 많았지만, 나무에 대해 꾸준히 관찰하고 글을 썼다. 그렇게 꾸준히 글을 쓰다 보니까 사람들이 ‘나무 칼럼니스트’라는 말을 붙여줬다. 최근에는 독자들이 ‘나무 인문학자’로 불러주기도 한다.

학교에서는 디지털 미디어의 글쓰기와 디지털 콘텐츠 기획 수업을 하고 있다. 나무 칼럼니스트와는 상관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학생들에게 글쓰기에 대해 강의하고, 글쓰기의 연장으로 하나의 완성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나무 칼럼니스트는 어떤 의미인가

20년 동안 나무 칼럼니스트로 살아왔고, 그 과정을 통해 현재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만약 내가 다른 일을 한다고 해도 ‘나무 칼럼니스트’를 빼고 나를 설명할 수 있을까 싶다. 그만큼 나무는 이제 나한테 뗄 수 없는 운명 같은 존재다. 글을 남기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나는 그동안 봐왔던 3000그루의 나무로 30권 정도의 책을 출간했다. 책을 출간하면서 아쉬웠던 것은 항상 대표적인 나무만 다뤘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내 책에서는 1등만 기록한 셈이다. 1등이 아니더라도 기록하고 싶은 나무가 많은데, 이제는 그런 나무들을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다. 인문학적인 나무 지도를 만들어서 정리하는 것이 나무 칼럼니스트로서의 내 목표다.

또 정확히 2000년 5월 8일부터 매주 ‘나무 편지’를 보내고 있다. 내 개인 홈페이지에 이메일 주소를 남긴 사람에게는 무조건 나무 편지를 보내주는데, 나무에 대한 사진과 글을 적어서 보내는 것이다. 벌써 18년째 빠짐없이 하고 있으니, 내 자신이 뿌듯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처음에는 200명 정도만 이메일을 받아봤는데, 지금은 만 명 가까이 내 나무 편지를 받아본다. 메일링 솔루션을 이용해서 이메일을 보내기 때문에 사비가 들기도 한다. 돈을 들이면서까지 이걸 꾸준히 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이제는 나무 편지가 내 삶의 일부가 됐다. 나무 편지를 월요일 아침에 보내기 때문에 일요일에 글을 써야 한다. 글을 쓰느라 일요일 하루를 다 바치는 경우도 있지만, 내가 본 나무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사람들하고 공유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어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순수한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독자들도 이런 마음을 알아주시는지, 답장이 종종 온다. 그럴 때마다 감동을 받는다.

 

특별히 의미 있는 나무가 있다면

나는 모든 나무를 좋아하지만, 모든 나무를 다 찾으려면 종류가 너무 많아서 내 나름대로 특화시킨 것이 오래되고 큰 나무인 노거수(老巨樹)를 찾자는 것이었다. 그 중에도 물푸레 나무가 있다. 2003년에 물푸레 나무 중 가장 오래된 나무는 150년이라는 국가 기록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더 오래된 나무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에서 물푸레 나무를 발견했는데 보는 순간 300년이 넘은 나무일 것이라고 직감했다. 규모 또한 당시 국가기록이었던 15m보다 훨씬 큰 30m가 넘는 나무였다.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문화재청에 천연기념물 지정 신청을 했다. 내가 식물 전문가는 아니니까 문화재청에서는 식물 전문가를 동원해 3년 정도 정밀 조사를 했고, 2006년 4월에 천연기념물 제470호로 지정됐다.

나중에 알게 됐는데, 개인 자격으로 천연기념물 지정을 신청해서 완료된 사례는 내가 최초였다. 더 신비한 이야기가 있는데, 이 나무에 70년 동안 꽃이 피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조사를 위해 2003년에 자주 그 나무를 찾았고 2004년에 꽃을 피웠다. 또, 2006년 4월에 천연기념물 지정이 된 이후 5월에 또 꽃을 피웠다. 70년 동안 꽃을 피우지 않았던 나무가 사람들의 발길이 닿은 후 꽃을 피웠다는 것이 정말 신비로운 일이었다.

 

출간한 책 중에 가장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슈베르트와 나무』라는 책이다. 가장 최근에 출간한 책으로,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인 김예지 씨와 함께 나무를 관찰한 내용의 책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선정한 ‘올해의 책’이기도 해서 부끄럽지 않게 추천할 수 있다.

나는 나무라는 생명체는 워낙 거대하기 때문에 눈으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믿었다. 다른 감각이나 기 또는 에너지로도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처음에 보이는 시각적 이미지가 절대적이기 때문에, 다른 감각을 동원하는 데 있어서 오히려 시각이 방해요소가 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무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과 함께 나무를 보면서 그 사람은 어떻게 나무를 느끼는지 관찰하고 그것을 글로 쓰고자 했다.

사실은 시각장애인에게 나무를 보여주겠다는 발상 자체가 무모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 많은 것을 배웠고, 소중한 경험을 했다. 1년 동안 김예지 씨와 함께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있다. “대상에 대한 관심과 애정만 있다면, 또 자신의 감각을 훈련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감각은 살아난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 말을 통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 우리 학생들 또한 소중한 감각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느꼈으면 좋겠다.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학내에 좋은 나무가 정말 많다. 학생복지관 앞 잔디밭에 있는 소나무도 예쁜 나무이고, 조금 있으면 황매화라는 노란 꽃이 활짝 필 텐데 정말 아름다울 것이다. 또, 학교에 벚나무도 유난히 예쁘다.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학생들이 나무와 꽃들을 살아있는 생명체로 인식하고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바쁘게 사는 사람한테 30초가 매우 긴 시간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30초만 투자해서 나무 그늘에서 숨을 크게 쉬어봤으면 좋겠다. 숨을 들이쉬면서 몸 안으로 산소가 들어올 때 그 산소를 누가 만들어주는지 잠시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또, 숨을 내뱉었을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누구에게 꼭 필요한 것인지도 느꼈으면 좋겠다. 우리는 나무가 만들어내는 산소가 없으면 숨을 쉴 수 없고, 나무 또한 광합성을 위해서 우리가 내뱉는 이산화탄소가 꼭 필요하다. 결국 우리는 나무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나무는 우리와 함께하는 생명체라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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