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교양
결초보은(結草報恩), 은혜에 대한 보답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7.04.29  13:25:45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이번 고사성어는 ‘풀을 묶어서 은혜를 갚는다’는 뜻의 ‘결초보은(結草報恩)’이다. 이는 ‘죽어서도 반드시 은혜를 갚는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데, 『춘추좌씨전』과 『동주(東周) 열국지(列國志)』에 실린 일화가 소개돼 있다.

 

‘풀을 묶어서 은혜를 갚는다’는 뜻의 ‘결초보은(結草報恩)’은 받은 은혜에 반드시 보답한다는 차원을 넘어, ‘죽어서도 반드시 은혜를 갚는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죽어서도’라는 말이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선공(宣公)』 15년 조에 나오는 관련 기사를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야기는 ‘가을 7월, 진(秦) 환공(桓公)이 진(晉)나라를 치는데, 보씨(輔氏)에 주둔했다. …낙(雒)에 이른 뒤에 위과(魏顆)가 보씨에서 진군(秦軍)을 패배시키고서 두회(杜回)를 사로잡았으니, 두회는 진(秦)나라의 역사(力士)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보씨’는 진(晉)의 지명이다. 진(秦)이 진(晉)을 쳤는데, 진(晉)나라 위과가 진(秦)의 두회를 보씨라는 곳에서 사로잡은 사건이다. 어떻게 위과는 두회와의 전투에서 이길 수 있었을까. 사연은 이렇다.

진(晉)나라에 사는 위무자(魏武子)에게는 사랑하는 첩이 있었는데, 아이가 없었다. 위무자가 처음 병이 들었을 때는 위과에게 명하기를 “내가 죽거든 이 사람을 반드시 개가시켜라”라고 하더니, 병이 위독해지자 “반드시 이 사람을 순장시켜라”라고 했다. 위무자가 죽은 뒤에 위과는 그 여자를 개가시키며 “병이 위독하면 정신이 혼란하니, 나는 아버지의 정신이 맑을 때 하신 명을 따르려는 것이다”라고 말한 일이 있었다. 보씨에서 전쟁할 때 위과는 어떤 한 노인이 풀을 묶어 두회의 길을 막는 것을 보았는데, 두회가 그 묶어놓은 풀에 걸려 넘어졌기 때문에 두회를 사로잡은 것이다. 그날 밤 꿈에 그 노인이 위과에게 나타나 말하기를, “나는 그대가 개가시킨 노인의 아비입니다. 그대가 선인의 치명(정신이 맑을 때 내린 명)을 따랐기 때문에 내가 이로써 보답한 것입니다”라고 했다.

『춘추좌씨전』에 소개된 이야기는 이처럼 조금 소략한 편이다. 같은 이야기가 『동주(東周) 열국지(列國志)』에도 실려 있는데, 내용이 훨씬 자세하다. 위무자는 위주(魏犨)라는 사람으로, 춘추시대 5패(覇)의 한 사람인 진 문공(晉文公)의 부하 장수였다. 그는 전장에 나갈 때면 위과와 위기(魏錡) 두 아들을 불러 놓고, 자기가 죽거든 자기가 사랑하는 첩 조희(祖姬)를 양반집 좋은 사람을 골라 시집을 보내주라고 유언을 하고 떠났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 병이 들었고, 병이 깊어지자 평소 하던 유언을 바꾼 것이다.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그는 자신의 첩을 자신과 함께 순장시켜 달라고 했다. “조희는 내가 평소 사랑하고 아끼던 여자다. 내가 죽거든 조희를 나와 함께 묻어다오. 그녀는 틀림없이 나를 위해 순사할 것이다. 그러면 나는 땅속에 묻혀도 외롭지 않으리라.” 위주는 말을 마치고 곧 숨을 거두었다.

당시엔 귀인이 죽으면 그의 사랑하던 첩들을 순장하는 관습이 있었다. 따라서 위주의 마지막 유언을 아들인 위과가 그대로 실행한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위과는 아버지를 장사지낼 때 살아 있는 조희를 함께 묻지 않았다. 동생인 위기가 물었다. “형님은 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실 때 분부하신 말씀을 잊었습니까?” 위기는 아버지께서 죽음 직전에 남기신 말씀이 진짜 유언이고, 때문에 조희를 순장시키는 것이 아버지의 명을 따르는 길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위과의 생각은 달랐다. “아버지는 살아 계실 때 평소 말씀하시기를, ‘내가 죽거든 조희를 좋은 곳으로 개가시켜 주어라’고 하셨다. 임종 때 말씀은 정신없이 하신 것이다. 효자는 부모께서 평소에 하시던 말씀을 따르는 법이다. 숨을 거두실 때 정신없이 하신 말씀을 어찌 따를 수 있겠느냐.”

정신이 맑을 때 하신 말씀과 임종 직전 혼미한 순간에 하신 말씀, 어느 것을 따르는 것이 진정한 효도인가 하는 문제에 있어서 위과는 지혜로운 선택을 했다고 하겠다. 그의 효심을 칭찬할 수도 있겠으나, 만일 아버지의 젊은 폐첩의 목숨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없었다면 그녀를 개가시켜야 한다는 결정을 쉽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순장’이란 따지고 보면 사자(死者)가 누렸던 생전의 권력과 지위를 이용해 산 사람을 죽이는 일종의 ‘살인’ 행위가 아닌가. 위주가 병이 깊지 않았을 때는 그도 분명 첩의 생명을 무고하게 빼앗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녀를 새로 시집보내라고 한 위주의 명령은 합리적이고 인간적이었다. 위과는 그런 전후의 상황을 모두 헤아려 조희를 개가시킨 것이다.

조희가 죽지 않고 다른 집으로 시집가게 됐을 때 가장 기뻐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그녀는 특히 아버지의 사랑을 많이 받았던 모양이다.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지만, 자신의 딸을 살려준 은혜가 고마워서 꼭 그에 대한 보답을 하고자 했다. 그리고 마침내 기회가 왔다.

진(秦)나라 두회는 대단한 장수였다. 실력으로만 본다면 위과가 대적하기에는 절대 역부족인 상대였다.『동주 열국지』에 묘사된 두회는 이[齒]가 강철 같고, 튀어나온 눈동자는 이상스레 빛이 나며, 주먹은 구리쇠로 만든 망치 같고, 뺨은 쇠로 만든 바리때 같으며, 수염은 머리털까지 감겨 올랐고, 키가 1장(3.3m)이 넘었다고 한다. 그는 평소 개산대부(산을 쪼갤 만큼 큰 도끼) 한 자루를 썼는데 그 무게가 120근이나 되고, 하루에 호랑이 다섯 마리를 맨주먹으로 때려잡을 만큼 힘이 장사였다.

위과와 위기는 두회와의 첫 싸움에서 크게 패하고 그날 밤을 뜬눈으로 새우다시피 했다. 그런데 꿈인 듯 생시인 듯 위과의 귓전에서 ‘청초파(靑草坡)’라고 속삭이는 소리가 반복해서 들렸다. 동생 위기가 이 일을 듣더니 이렇게 말한다. “10리 길이나 되는 보씨의 못에는 청초파라는 둑이 있는데 혹 그곳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요? 꿈에 신인(神人)이 나타나 진군(秦軍)은 청초파에서 패할 것이란 걸 형님께 일러준 거나 아닌지요?” 그들은 그곳으로 진지를 옮겨 싸우기로 했다. 이날 싸움에서도 적장 두회는 여전히 용맹을 떨치고 있었다.

그런데 위과가 멀리서 바라보니 웬 노인이 풀을 잡아매어 두회가 탄 말의 발을 자꾸만 걸리게 만들었다.말이 자꾸만 무릎을 꿇자, 두회는 말에서 내려와 싸웠다. 그러나 역시 발이 풀에 걸려 자꾸만 넘어지는 바람에 마침내는 사로잡혀 포로가 되고 말았다. 그날 밤 꿈에, 그 노인이 위과에게 나타나 말했다. “나는 조희의 아비 되는 사람입니다. 장군이 선친의 치명을 따라 내 딸을 좋은 곳으로 시집보내 준 은혜를 갚기 위해 미약한 힘으로 잠시 장군을 도와드렸을 뿐입니다.” 그는 낮에 있었던 일을 설명하고, 아울러 위과의 음덕으로 뒤에 자손이 왕이 될 것까지 일러 주었다.

위과가 어떤 보답을 바라고 조희를 개가시켰을까. 그러지 않았을 듯하다. 그는 그저 조희가 불쌍하고, 아버지의 진심을 따르고 싶었을 뿐이다. 조희 부친의 죽은 혼령이 자신을 위기에서 구해주리라 어찌 상상이나 했겠는가.『명심보감(明心寶鑑)』『계선(繼善)』편에는 “선(善)을 행한 자는 하늘이 복으로써 갚아주고, 불선(不善)을 행한 자는 하늘이 화로써 갚아준다”는 말이 있다. ‘결초보은’과 같은 불가사의한 사건을 인간의 상식이나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세상에는 상식이나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참으로 많다. 우리는 대가를 바라고 선을 베풀지 않는다. 그러나 그에 대한 보답은 우리의 상상력을 훨씬 뛰어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곤 한다.

/강지희( 교양기초교육대 · 강사)

 

한림학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인기기사
1
학생회 후보 공약, 옛것 ‘재탕’, 참신성 떨어져
2
총학 및 대학본부 주관 등록금 간담회 개최
3
연탄 나눔으로 이웃에 전하는 사랑
4
경영대 경선 과열, 중선관위 제지 나서
5
토익 점수로 장학금 받아가세요
6
4차 산업혁명, 한림대의 미래를 열다
7
낙태법, ‘태아 생명권 존중’과 ‘여성 자기결정권’ 첨예한 대립
8
WHO, 임신중절 ‘여성 근본적 권리’ 일본은 경제적 이유로 낙태 가능
9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
10
한림교양필독서 50선 가이드
신문사소개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24252 강원도 춘천시 한림대학길 1 학생복지관 9315호 한림학보사
제보 및 문의 : news@hallym.ac.kr / 033-248-2871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선주(간사)
Copyright © 2005 한림학보. All rights reserved. news@hally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