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긁어 부스럼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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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13  11: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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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가 아팠다. 찌걱거리는 물찬 소리가 수시로 들렸고 누가 손가락으로 짓누르기라도 하는 듯 먹먹하게 답답했다. 놔두면 낫겠지, 하는 생각으로 며칠을 내버려 뒀더니 결국 바른편 귓속을 중심으로 온 얼굴에 열이 올라 홧홧했다. 공교롭게도 황금연휴의 중간이었다. 염증으로 인한 것인지, 과도하게 신경을 써서인지 분간되지 않는 두통으로 머리를 싸매며 연휴를 보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그래서 항상 찾곤 하는 이비인후과는 학교와 정반대 방향이었다. 더군다나 병원 앞 정류장에는 학교로 가는 버스가 없었다. 결국 시내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정류장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병원으로 들어섰다. 진료실로 들어서자 나이가 지긋한 의사 선생님이 의자를 가리켰다. 한참을 들여다본 뒤에 나온 병명은 중이염이었다. 노(老)의사는 같은 말을 몇 번이나 되풀이했다. 아픈 기간은 두 번, 왜 아픈 지는 네 번, 그리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다섯 번쯤. 어물거리는 말투로 되풀이하며 ‘건드리지 말 것’을 당부했다. 

사람들은 흔히 고름을 짼다는 표현을 한다. 무언가 문제가 일어났을 때 미봉책으로 남겨두지 말고 확실히 해결하라는 의미이다. 필자는 이 말을 꽤 좋아한다. 읽는 것만으로 앓던 이를 깨끗하게 뽑아버리는 시원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 그러나 의사의 ‘건드리지 말라’라는 말을 예닐곱 번쯤 들으니 과연 이 말이 언제나, 어느 때에나 쓸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때로는 인간관계에 관해서, 또는 성적에 관해서나 취업에 관해서. 살아있는 이상 문제는 끊이지 않는다. 그리고 문제가 생기면 걱정하기 시작한다. 당연한 일이다. 간지러운 곳에 손이 가듯, 문제는 신경을 건드리니 여간해서는 잊히지 않는다. 요즈음 필자가 가진 가장 크고 간지러운 문제는 진로와 취업에 관한 문제다. 졸업을 목전에 둔 4학년이라는 신분이니 그만큼 더욱 신경이 쓰인다. 친구들과 점심을 먹다가, 아르바이트 처에서 손님이 먹고 나간 식기를 옮기며, 티브이 속 자아 찾기 여행 따위를 보던 중에, 일상 속 틈을 비집고 고름과 염증에 피부가 홧홧하듯 문제가 필자를 짓누른다. 
 
그럼 문제를 건드리기 시작한다. 한숨을 쉬며 친구들과 스펙을 걱정하고 아르바이트 날짜와 겹쳤던 직업박람회가 폐회할 시간을 셈하며 이제는 취업 공백기에 여행조차 변명의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인터뷰를 떠올린다. 당장 무언가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에 건드려 보았자 할 수 있는 것은 걱정하며 전전긍긍할 뿐이다. 하지만 걱정을 하면 할수록 덧나는 것처럼 무거워져만 간다. 
 
맞다, 고름은 째야 한다. 그러나 간지러운 것이 항상 고름은 아니다. 염증을 낫기 위해서 필요한 건 불필요하게 건드리는 게 아니라 약이다. 종종 우리는 문제 그 자체가 아니라 걱정에 몰두하곤 한다. 걱정에 몰두하는 것은 문제를 덧나게만 할 뿐이다. 가끔 어떤 문제에는 따갑거나 간지럽더라도 약을 먹으며 상처를 낫게 할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긁어 부스럼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 장유진 (법학 ·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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