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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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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20  11:4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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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은 물음을 던지는 학생에게서 배운다. 그러나 그 앎의 근원은 학생들에게 있다."
 

어느 가을 인디언들이 추장에게 다가올 겨울이 추울 지를 물었다. 추장은 일단 올 겨울이 추울 것이니 겨울을 날 수 있도록 나무를 주워 모으라고 이르고 넘어갔다. 그 다음 그는 기상청에 전화를 걸어 “이번 겨울이 춥겠습니까”라고 물었다. 예보관은 “이번 겨울은 아주 추울 겁니다”라고 대답했다. 추장은 다시 부족원들에게 월동용 나무를 더 많이 마련하라고 독려했다. 그러고도 뭔가 미심쩍었던 그는 일주일 후 다시 기상청에 전화를 걸어 “이번 겨울이 아주 추울까요”라고 물었다. “예, 정말 추운 겨울이 될 겁니다”라고 예보관은 답했다. 추장은 또다시 부족원들에게 눈에 띄는 나뭇가지는 모조리 주워 모으라고 힘줘 명했다. 2주 후에 그는 다시 기상청에 전화를 했다. “이번 겨울이 아주 추울 거라는 거, 정말입니까?”, “그럼요”라고 상대방은 자신 있게 대답했다. “인디언들이 미친 듯이 땔감을 주워 모으고 있는 걸요.”

이 유머에서 예보관은 올 겨울이 추울 지를 어떻게 아는가? 부족원들이 추장에게 묻고 추장은 예보관에게 묻고 예보관은 인디언들에게 묻는 물음의 연쇄 속에서 올 겨울이 추울 것이라는 앎이 만들어진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물음의 사슬이 움직이는 방향인데, 부족원들에게서 추장에게로, 추장에서 예보관에게로 이어지는 움직임은 각기 보다 높다고 생각되는 권위 쪽으로 나아간다. 부족원들은 추장이 자신들보다 잘 안다고 생각하고, 추장은 또 예보관이 날씨에 관한 한 훨씬 잘 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예보관이 최종의 권위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는데 이 유머의 묘미가 있다. 예보관은 결국 인디언들의 행동을 근거로 앎을 생산한다. 그는 인디언들이 거의 본능적으로 날씨의 변화와 추세를 감지하는 능력을 지녔다고 믿는 것이다. 요컨대 표면적으로 물음의 사슬은 보다 높은 권위의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그 방향이 실은 일방향이 아니라 쌍방향 또는 역방향이란 점이 드러난다.

인디언들이 “올 겨울이 추울까요?”라고 물었을 때 거기에는 이미 그 물음에 대한 답도 담겨 있었던 셈이다. 다만 그들은 그 답을 자기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할 뿐이다. 그러나 그 물음 속에 시사된 답을 정리해 권위를 띤 답의 형태로 제시하는 것은 예보관이다. 나는 이 유머를 학생과 선생의 관계에 대한 비유담으로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선생은 물음을 던지는 학생에게서 배운다. 그러나 그 앎의 근원은 학생들에게 있다. 선생이 던지는 좋은 물음이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일깨우듯 잘 묻는 학생은 또한 선생을 가르치고 키운다는 말도 성립되지 않을까.

/김번(영어영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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