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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지하철 단상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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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03  10:5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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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의 지지도에 머물렀던 후보가 대통령 취임 3주 만에 80%를 넘는 지지도를 구가하며 한국 여론의 역동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뜀박질’하는 이 여론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실생활과 별 관련 없는 정치판의 각종 ‘상징적 언어’들, 혹은 이념적 언어들에 휘둘린 것이 아니라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정책과 조치들에 힘입은 바가 큰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정치의 ‘순풍’에 떠오르는 단어는 역설적이지만 사회적 지속가능성의 약화에 따른 ‘위험’과 이에 대한 우리 사회의 ‘거버넌스’이다. ‘촛불 개혁’ 이후 모처럼 찾아온 호기에 “웬 염려?”라는 의문이 들 수 있지만 그 답은 서울의 새벽 지하철을 탈 때마다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된다. 2호선이든, 3호선이든, 혹은 중앙선이든 객차 안의 다수를 차지하는 중장년층, 시니어들이 고개를 숙인 채 잠에 빠진 모습을 보노라면 말로만 듣던 ‘고령화’ 시대의 모습이 이런 것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이들 남루한 차림의 새벽 승객들이 향하고 있을 직장은 필시 ‘사무직’ ‘정규직’과는 거리가 있는 직종일 가능성이 다분하다.

물론, 역시 수면 중인 젊은이들도 드문드문 보인다. 원거리를 통학하는 대학생들도 있지만 새벽까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젊은이들끼리의 피곤에 절은 인사도 들린다. 지하철 역사 벤치에는 등을 돌린 채 웅크리고 앉아 지하철 매점에서 파는 1000원짜리 떡으로 끼니를 채우고 있는 20대 여성의 여린 어깨도 눈에 들어온다. 한마디로 모두가 잠든 새벽 지하철에선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품게 될 장면들이 일상적으로 목격된다. 나이든 노동력이 저부가가치의 생업에 종사하며 근근이 연명하는 사회. 물론 이는 불과 두 시간여 가량 뒤에는 익숙한 정장 차림의 한층 젊은 출근 승객들이 차량 안을 가득 메울 것을 감안한다면, 지나친 비약이라고 보는 것이 보다 상식적인 수준의 판단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다만, 1,000원짜리 떡으로 아침을 때우는 20대 직장인의 구부린 어깨 너머로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경제체제의 어두운 그림자를 보고, 새벽 일 나가는 중장년층의 퀴퀴한 냄새 자욱한 새벽 지하철간에서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은 새 지도자를 맞은 시점에서 허용될만한 ‘기우’일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사회의 틀을 새로 짜고 다양한 개혁의 프로그램을 구성해가야 하는 시점에서 정치적 상상력이 필요하다면, 정치 지도자도, 정책 프로그램 기획자도, 깨어 있는 시민들 모두 새벽 지하철을 타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위험 거버넌스(risk governance)는정부 당국과 전문가의 적절한 조치에만 의존하는 위험관리(risk management)와 달리 정부와 시민사회, 기업, 그리고 미디어 등 사회의 모든 관련 집단이 참여해 상호작용하며 위험에 대응해가는총체적 결과로서 제시되는 개념이다. 그러기에 더더욱 새벽지하철 단상은 우리 사회 ‘지속가능성의 위기’에 대처하려는 모두에게 필요할지도 모른다.

/주영기(언론방송융합미디어 ·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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