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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한국 사회와 ‘혀’의 재발견‘혀’로 흥한 자, 혀로 망하리라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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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26  17: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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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음식의 전성 시대’다. 액정 화면과 모니터, 지면과 전단은 온통 음식점과 요리사, 레시피와 맛집 기행으로 가득 차 있다. 이름난 음식점 앞은 대기 손님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인터넷은 온갖 종류의 요리법들로 넘쳐난다. 의(衣), 식(食), 주(住)를 테마로 놓고 볼 때 한반도의 역사에서 이렇게까지 식(食)이 주목을 받은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한림학보>는 가을학기를 맞아, 미각 열풍에 빠진 2017년의 한국 사회를 심훈 교수(미디어 커뮤니케이션 학부)의 도움을 받아 인문학적인 입장에서 조명해보고자 한다. 심훈 교수는 앞으로 한 학기 동안 맛을 둘러싼 다양한 주제의 칼럼들을 연재할 예정이다. 연재 칼럼의 대 주제는 ‘식탁 위의 인문학.’ 이번 주의 첫 번째 이야기는 ‘미각 오디세이’의 출발점, 혀이다.

외형: 가로 4cm, 세로 10cm, 두께 1cm. 표면적은 약 40cm², 체적 40cm³.
색깔: 짙은 핑크색
구조: 표면은 점막으로 덮혀 있고 뿌리와 몸통, 끝의 세 부분으로 나뉜다.
분류: 근육의 일종
주요 기능: 맛을 느낀다. 또한 음식물을 씹고 삼키는 입의 기능에 기여한다. 언어 발음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신체 기관이다.

시쳇말로 혀의 스펙이다. 다섯 가지의 신체 감각 중 미각을 지배하는 혀는 신체 부위에서 가장 많은 신경이 집중돼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해서, 혀를 깨물면 자결할 수도 있는 기관으로 코와 함께 신체에서 유일무이한 귀한 존재로 자리해 왔다. 그런 혀에 대해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인식했을까? 동아시아 의학 서적의 명저, <동의보감>에서는 인간의 혀에 대한 스펙이 상세하게 나와 있다. 다음은 인간의 외형을 기술한 동의보감 2권의 ‘영추’ 편에 나타난 혀의 외양.

입술에서 이까지의 길이는 아홉 푼. 입의 너비는 두 치 반. 이에서 회염(목구멍 입구)까지의 깊이는 세 치 반. 입에 머금을 수 있는 양은 닷 홉, 혀의 무게는 열 냥. 혀의 길이는 일곱 치, 혀의 너비는 두 치 반이다.
열 여섯 냥이 한 근이니 혀 무게 열 냥은 370g 정도이며 한 치의 길이가 3cm이니 길이와 너비가 각각 일곱 치와 두 치 반이라 하면 21cm에 4.5cm 정도 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수치는 혀 뿌리까지 모두 합친 것이요, 우리 조상들이 혀를 일컬을 때 흔히 세 치라고 표현한 것을 감안하면 길이는 대체적으로 10cm 안팎으로 보면 무리가 없을 듯하다.

각설하고, 혀는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짠맛, 단맛, 신맛, 쓴맛의 4가지로 구별되는 맛을 구별하게 해 준다. 물론, 한국인들이 특히 좋아하는 매운 맛은 혀가 단순히 통증을 느끼는 맛일 뿐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혀에 분포해 있는 미뢰의 미세포가 혀의 앞부분과 뒷부분에서는 각각 다른 신경으로 미각을 전달한다는 것. 더불어서 미각은 미뢰뿐 아니라 점막 표면에서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으며 단맛은 혀 끝부분에서, 신맛은 혀의 옆쪽에서, 짠맛은 혀끝 부분에서, 쓴맛은 혀 뿌리 부분에서 민감하게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시험 삼아 혀 끝으로 신맛이나 짠맛, 또는 쓴맛이 나는 조미료나 음식을 느껴보라. 즉시 맛을 느낄 수 있는지 또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지, 아니면 아예 맛을 느끼지 못하는지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테스트해 본 바로는 혀 끝에 레몬즙을 묻혀 보았을 경우, 자극은 있지만 맛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었다. 소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극이 일어나며 아주 미세하게 짠 맛이 느껴졌지만 짠 맛을 제대로 감지할 수 없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이러한 미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을 둘러싸고 미각 감퇴, 미각 소실, 이상 미각, 이미증, 오미증, 해리성 미각장애 등 온갖 종류의 미각 장애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간단히 말해 미각 감퇴는 미각이 떨어져 강한 맛만 느끼는 경우를 말하며 미각 소실은 맛을 완전히 느끼지 못함을, 이상 미각은 먹지 않았지만 입이 쓰거나 음식 맛의 변화를 느끼지 못함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이미증은 본래의 맛과 다른 맛을, 오미증은 역겨운 맛을 느낌을, 해리성 미각장애는 특정 맛-이를 테면 단맛-만을 느끼는 것을 뜻한다. 미각 장애는 중년층에서 많이 나타나며 남성보다 여성이 더욱 자주 겪는다고 한다. 최근에는 자극적인 맛에 중독되면서 청년층에도 발병이 늘고 있다는 전언이다. 온갖 종류의 산해진미가 넘쳐나는 21세기 한국에서 그야말로 천형(天刑)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인류가 맛있는 음식을 추구해온 역사는 혀가 신체 기관에 존재해온 역사와 동일하다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각을 추구하는 신체 기관으로서의 혀는 5000년 인류 역사에 있어 극히 최근에 이르러서야 조명 받기 시작했다. 일례로 혀에 관한 속담과 관용구들이 대부분 말과 언어를 소재로 삼고 있는 반면, 맛과 관련된 격언이나 금언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발견하기 힘들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미각을 주관하는 기관으로서의 혀가 인류 역사에서 대중적인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말의 신자유주의와 신자본주의에 따른 결과라는 것이 필자의 B급 견해다. 비록, 우리들의 삶을 무한 경쟁이라는 팍팍한 신세계로 몰아넣은 것이 신자유주의와 신자본주의이긴 하지만 이들이 판도라의 상자처럼 우리에게 마지막 빛줄기로 안겨준 것이 어느 시절보다 풍요로운 먹거리인 까닭에서다.

필자가 어렸을 적에 너무 비싸서 거의 사먹을 수도 없었던 바나나는 이제 너무나 흔한 다이어트 식품이 되어버렸다. 오죽 흔하면 흔히 별다방이라 일컬어지는 스타벅스 매장에서도 판매하고 있을까! 200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거의 마셔보지 않았던 와인은 어떠한가? 의사의 경고로 지금은 잠시 술을 줄였지만 얼마 전까지 일주일에 2~3병은 와인을 즐겨마시던 이가 필자다. 마찬가지로 아이들 입을 통해 처음으로 들어본 까르보나라 스파게티며 마르게리타 피자 역시, 신자유주의와 신자본주의가 남겨 놓은 몇 안되는 선물 가운데 하나다.

혀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이같은 관심을 반영하듯 소설가 주이란은 2006년 말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요리를 주제로 한 자신의 작품을 응모하였다. 제목은 바로 ‘혀.’ 하지만, 소설가 조경란이 당시 예심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후, 2007년에 똑같은 제목, 비슷한 구성의 소설, ‘혀’를 선보이며 표절 시비를 불러일으킴으로써 혀에 대한 한국적 광풍은 더욱 상징성을 지니게 되었다. 그렇다면, 두 소설가가 다루고 있는 작품 ‘혀’의 줄거리는? 미리 알려줄 수는 없지만 두 소설가 모두 충격적인 결말을 통해 혀를 둘러싼 인간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혀로 흥한 자, 혀로 망하리라’는 새로운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다. 그렇다면, 내 혀의 식탐 수준은 현재 어느 정도일까?

-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

/심훈(언론방송융합미디어 ·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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