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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은 국민이 아니던가요?”종교인 소득과세 유예 논란
이효정 선임기자  |  dawn@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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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26  17: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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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조세를 이렇게 설명한다. “국가 또는 지방 공공 단체가 필요한 경비로 사용하기 위하여 국민이나 주민으로부터 ‘강제로’ 거두어들이는 금전.” 국가 운영을 위해 세수(稅收)가 필수적이라는 것은 누구나 동의하지만 납세 행위 자체에 시민들의 자발성이 담겨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강제로’ 거둬들이고 ‘강제로’ 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를 쉽게 설명하자면, 돈이 최고인 체제다. 돈을 사랑하는 사회에서 사람들의 주머니를 터는 것은 명목이 어떠하든 여간 예민한 일이 아니다. 때문에 징수 대상 모두가 공평함을 느껴야 한다. 기계적 공평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되지만 형평성이라는 이름으로 소수에게 특혜를 주는 일 또한 없어야 한다. 최근 화두가 된 ‘종교인 소득과세’는 바로 이 공평성에 있어 문제 제기가 되고 있다.

 

내년 시행 예정인 종교인 소득과세, 일부 국회의원ㆍ보수 개신교계 “2년 유예하자”

종교인 소득과세에 관한 법률은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에서 입법했으며 2015년 12월 ‘소득세법’이라는 명칭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법안은 복잡하지 않았다. 소득세법 ‘기타소득’의 하위 항목에 ‘종교 소득’을 신설하고, 종교인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종교단체로부터 받은 소득’을 자진 신고하는 방식으로 징수한다는 내용이었다.

세율은 소득세와 동일하게 소득구간별 6~38%이며 연소득에 따른 비과세를 4단계로 설정했다. 굳이 더 수정해야 할 부분이 없었지만 준비 과정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시행 시점을 2년 유예해 2018년 1월 1일로 정했다. 즉 내년이면 자동적으로 종교인에 대한 과세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의 대표 발의로 국회의원 28명이 소득세법 일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보수 개신교계에서는 ‘한국 교회와 종교 간 협력을 위한 특별위원회’ TF를 구성하고 종교인 과세 유예를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 연합은 법안의 규정 미비와 법안 시행에 따른 부작용, 과세 당국의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들며 법안 유예를 강하게 주장했다.

종교인 과세 유예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자 정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여론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 와중에 김진표 의원이 개신교도이며 수원 소재 교회의 장로라는 사실과, 법안을 함께 발의한 국회의원들의 72% 역시 개신교 신자인 것이 알려지며 논란이 커졌다.

비판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더불어민주당 의원 3명은 10일 발의를 철회했다. 대표 발의한 김 의원 역시 “종교인 과세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한 준비가 연내에 완료되면 내년부터 시행해도 무방하다”며 한발 물러선 태도를 보였다.

오히려 김 의원은 “최대한 빨리 과세가 되도록 돕고 조세로 인한 마찰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과세 유예법안을 발의한 것”이며 “종교인들의 선의를 곡해해 세금을 안 내려는 집단처럼 매도하는 일이 있다”며 빠른 과세를 위한 입법 취지였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김 의원은 “종교단체별 다양한 소득원천과 비용인정 범위, 징수 방법 등 상세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종단별 소득구조 특성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1인 사찰의 경우 어떻게 소득을 산정하고 과세 기준을 정할지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세무 공무원이 종교인에 대한 세무조사를 할 수 없도록 국세청 훈령에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여론 78% “내년부터 과세해야” 진보성향 종교단체 “과세 찬성” 보수 종교단체 “과세 유예”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tbs 의뢰로 실시한 국민여론 조사(총 응답자 성인 505명) 결과 ‘예정대로 내년부터 과세해야 한다’는 응답이 78.1%로 압도적이었다. 또한 리얼미터는 지난 2014년 실시한 조사에서도 ‘종교인 과세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71.3%로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수치상으로 비교했을 때 오히려 종교인 과세 찬성률이 6.8%P 오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민의 대다수는 종교인 과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내년 과세 시행에 동의한다고 볼 수 있다.

종교계 역시 대부분은 과세에 우호적이다. 진보적 성향의 종교단체에서는 예정대로 내년 1월 법안 시행을 요구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종교인 과세 찬성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단체도 있다. 가톨릭은 현재 자발적으로 납세를 하고 있을 정도로 종교인 과세에 적극적이다. 불교계에서도 조계종이 과세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내비췄다.

다만 개신교 내에서는 일부 보수단체가 과세 유예를 주장하고 있어 비판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교회연합,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등은 종교인 과세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 3개 단체는 연합체를 구성해 과세 유예를 위한 활동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반면 교회재정건강성운동, 교회개혁실천연대 등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종교인 과세에 대한 찬성 입장을 강하게 피력했다. 이들은 오히려 개정세법이 종교인을 배려해 기존 과세소득 항목을 비과세항목으로 반영시킨 것을 설명하며 과세 유예를 주장한 김진표 의원에 대해 반박했다.

또한 김 의원의 ‘종교인 세무조사 금지’ 주장에 대해서도 “2018년도부터 교회의 탈세 의혹이 발견돼도 세무조사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이 개정 소득세법에 이미 들어가 있다”며 “이미 교회는 특혜를 제공받았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들은 “종교인 소득세법 유예를 통해 지킬 수 있는 성경적 가치는 없다”며 “목회자만 세무조사를 받지 않는 것은 종교개혁 정신에 부합하지 않다”고 일갈했다.

 

독일, 미국, 캐나다ㆍㆍㆍ심지어 일본까지 내는데 OECD국가 중 한국만 종교인 면세

그렇다면 다른 나라들의 경우 종교인에 대해 어떤 세금기준을 적용하고 있을까? 먼저 밝혀둘 것은 OECD 회원국 30개국 중 종교인에 대한 과세가 없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는 점이다. 종교 역사가 오래된 유럽과 미국도 방법의 차이가 있을 뿐 종교인이라고 해서 완전 면세의 혜택을 주지는 않는다.

먼저 캐나다와 일본의 경우는 특혜랄 것도, 차별이랄 것도 없이 종교인에게 개인과세제도를 적용해 소득세를 걷고 있다. ‘종교인 과세’라는 특별 항목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종교인인 덕분에 면세특권을 얻는 것 역시 아니므로 종교인에 대한 과세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본다.

과세 방식이 독특한 나라도 있다. 독일은 기독교 성직자를 국가에 소속된 준공무원으로 본다. 헌금 또한 국가를 거치며, 종교단체에 다니는 신자들이 내는 교회세에서 재원을 충당해 국가가 종교인에게 매달 월급을 주고 있다.

미국 교회의 목사들은 소득세, 연방세, 자영세, 주세, 사회보장세, 의료보험세 등을 낸다. 하지만 정교분리 원칙을 지키기 위해 종교인에 대한 면세의 범위가 넓다. 국가가 과세를 이용해 교회를 압박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신도들의 경우에는 헌금에 대해 세금 공제 요청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종교로부터’ 국가를 지키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세금을 내지 않으니 그만큼 정치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성직자가 적극적인 정치 활동을 하면 면세 혜택을 박탈당하거나 벌금을 물게 된다. 정치적인 발언은 가능하지만 직접적 정치 개입은 허용되지 않는다. 특정 정치인 지지 혹은 반대, 법안 통과를 위한 캠페인 등은 불가능하다.

종교인 과세에 대한 여러 논란이 있는 와중에도 우리나라 가톨릭과 일부 개신교는 자발적으로 소득을 신고하고 세금을 내고 있다. 종교인 과세를 실체화ㆍ구체화하기 위해서는 일부 비협조적인 종교인들의 태도 변화가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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