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자주 말 장난으로 주고 받았던 넌센스 퀴즈 하나.

문: 금은 금인데 금 아닌 금은?
답: 소금

화학 기호로는 Nacl, 일명 염화 나트륨에 해당하며 5대 영양소의 하나.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가운데 무기질에 속하는 대상으로 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금처럼 귀한 존재로 대접 받아 온 식재료가 소금이다. 그러고 보니 세계 4대 종교 가운데 유별나게 소금의 존재를 강조해 온 기독교에서는 빛에 견줄 정도로 귀하게 인식해 온 대상이기도 하다.

인터넷을 통해 찾아보니 성경 속에 소금이 등장하는 구절은 총 다섯 군데.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대목은 마태복음 5장 13절이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 데 없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라는 구절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마가복음 9장 50절 역시, “소금은 좋은 것이로되 만일 소금이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이를 짜게 하리요, 너희 속에 소금을 두고 서로 화목하라 하시니라”라며 소금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는 유명 구절이다. 그런 소금은 또한 소돔과 고모라의 이야기에도 등장한다. 천사의 경고를 무시하고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 장면을 목격하기 위해 뒤를 돌아다본 롯의 아내가 종국에는 소금 기둥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비단 성경만 소금을 중시한 것은 아니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화폐로서, 또 국가 독점 상품으로서 중대한 역할을 수행한 것 또한 소금이었다. 실제로 인류 역사를 들여다보면 금화가 경제 화폐로 통용된 것처럼 소금 역시, 시기와 지역에 따라 화폐 단위로 광범위하게 통용된 바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역사적 사례가 군인들의 월급으로 소금을 지급한 로마의 경우. 소금을 의미하는 라틴어 ‘살’(sal)은 임금을 지급한다는 행위와 결합해 ‘살라룬둠’(salarundum)이라는 단어를 낳았고 이는 오늘날에 와서 봉급을 의미하는 ‘salary’로 바뀌었다.

해서 인류사에 있어 소금은 일찍부터 전매 상품으로 자리하며국가가 제조에서부터 유통, 판매에 이르기까지 직접 개입해 이윤을 챙겨왔던 효자 상품이었다. 이에 따라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은 소금을 국가에서만 판매하도록 하는 전매제를 실시했으며 진을 물리치고 등장한 한나라는 백성들의 원망이 자자했던 소금 전매제를 곧바로 폐지했다. 하지만 흉노족과 싸우면서 재정이 고갈되자 다시 전매제를 실시하고 만다. 사정이 그러했기에 국가가 전매를 시행할 경우, 소금을 몰래 생산하고 판매하는 행위는 엄벌에 처해졌다. 그리고 역사상 국가가 전매하는 소금을 허락 없이 생산(?)했다가 처벌을 받은 가장 유명한 인물은 인도 독립의 아버지 마하트마 간디였다.

20세기 초, 대영 제국은 인도 내에서 인도인들의 소금 생산과 판매를 금지시키고 영국이 생산한 소금만 세금을 붙여 판매하도록 하였다. 이에 마하트마 간디는 영국의 소금 악법에 대한 저항의 일환으로 바다를 향해 걸었다. 세금 없는 소금을 직접 채취하기 위해서였다. 24일 동안 약 400km를 걷는 대장정. 당시, 간디의 나이는 이미 이순(耳順)을 지난 61세였다. 처음 간디와 발걸음을 맞춘 이들은 78명에 불과했지만, 간디의 행진 소식이 알려지면서 도중에 참가자는 우후죽순 늘어나 간디가 바다에 당도했을 때에는 행진에 동참한 이들이 6만여 명에 달했다. 1930년 4월 6일, 바다에 당도한 간디는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염전 바닥에서 소금을 건졌고 영국 정부는 소금법을 위반한 그를 지체 없이 체포해 투옥하였다. 영국 정부의 이 같은 폭거는 결국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고 동시에 인도 국민들에게 민족혼을 불어 넣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소금법은 1년 정도 더 시행되었지만 국내외적으로 거센 반발에 밀려 폐지되는 운명을 겪는다.

역사적으로 좀 더 살펴보니, 소금을 둘러싼 전쟁은 유럽과 남북 아메리카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발발한 바 있다. 기원 전에는 로마의 시저가 갈리아 정복 전쟁을 수행할 당시, 이베리아(스페인)와의 사이에서 소금 분쟁이 발발했으며 근대에 와서는 유명한 소금 광산을 지닌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를 놓고 여러 강대국들이 자주 충돌하였다. 19세기 후반에는 칠레와 페루가 안데스 산맥의 소금산을 놓고 태평양 전쟁을 벌였으며 같은 시기 미국에서는 기병대와 인디언 간의 록키 산맥 암염 쟁탈 전쟁이 벌어졌다. 한반도에서도 통일 신라 시대에 신라와 당 사이에 서해안 염전 관할권 분쟁이 벌어져 장보고가 해결했다는 역사적 사실이 남겨져 있다.

소설 「은교」로 유명해진 박범신은 그런 소금을 소재로 2010년 한 권의 장편을 내 놓은 바 있다. 자본의 폭력성을 고발하는 그의 3부작 중 마지막에 해당한다는 「소금」에서는 자식의 성공을 위해 평생 염전에 매어 살다가 종국에는 소금 위로 쓰러지는 우리들의 아버지 모습이 안스럽게 그려지고 있다. 소금과 관련해 유명한 또 다른 이로는 황석영의 대하 소설 「장길산」을 꼽아볼 수 있다. 황해도 장연 출신의 강성홍은 일찍이 선원이었다가 소금장사로 변신한 인물. 힘이 장사인 그는 소금 가마니를 지고 전국을 돌아다니던 중 장길산과 인연을 맺고 그의 평생 아우가 된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우리 문단의 소금 개척자는 일제 치하의 소설가 강경애다. 그녀는 1934년에 「소금」이라는 단편 소설을 통해 경제적 궁핍을 면하고자 간도로 이주한 봉염이네의 피폐한 삶과 함께 봉염 어머니가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소금 밀수를 택한다는 플롯을 선보임으로써 이른바 간도 문학의 꽃을 활짝 피웠다. 간도 이민의 수난사가 소금 밀수라는 소재 위에서 발아한 것이다.

그렇다면 다방면에 걸쳐 숱한 이야기거리를 낳고 있는 소금은 도대체 인체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 것일까?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해보니 소금은 우리 몸의 신진 대사를 원활히 촉진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물질이란다. 우리의 혈액은 0.9%의 염분을 함유하고 있는데 이 염분의 농도가 옅어지면 신진 대사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몸에 독소가 쌓이면서 피로와 구토를 동반하게 된다. 소금은 평소에 음식을 통해 충분히 섭취할 수 있지만 격렬한 운동이나 장시간의 행군 등을 통해 땀을 많이 흘리게 될 경우, 수분과 함께 갑작스럽게 몸에서 빠져 나가며 몸에 이상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이토록 귀하고 중한 소금이 최근에는 너무 많이 섭취되면서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키는 원흉으로 지목받고 있다. 세계 보건 기구에서 정한 1일 최대 염분 섭취량은 2000mg인데 한국인들은 그 세 배에 달하는 6000mg을 넘고 있는 현실이 그것이다. 이에 국가적인 차원에서 덜 짜게 먹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21세기 한국 식탁의 현주소다. 실제로 소금을 과다 섭취하게 되면 고혈압과 골다공증에 취약해진다고 한다. 고혈압은 짠 음식을 먹을 경우, 물을 많이 마시게 되고 이는 곧 혈액량 증가로 이어지기에 혈관에 과하부가 걸리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며, 골다공증은 지나친 염분 섭치가 칼슘의 흡수를 방해하기에 나타나는 증상이란다. 과거에는 금처럼 귀하게 취급 받던 소금이 지금은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심훈(언론방송융합미디어 ·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