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전공하는 학생이 아닌 경우 고고학은 어렵고 딱딱하며 아리송한 분야라고 느낄 수 있다. 고등학교시절 이과였던 학생이라면 아예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을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에게 말 그대로 ‘모르겠다’라고 느끼는 학문이다. 그렇다면 고고학은 정말로 어렵고 재미가 없는 분야인걸까?

고고학은 발굴된 유물과 유적을 통해 옛 인류의 문화와 생활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유적과 유물의 상관관계를 통해 그 당시를 그려볼 수 있다. 고고학이라고 하면 주먹도끼나 토기 등 유물 그 자체만을 떠올리지만, 사실은 그 유물들을 통해 과거를 그려 엿보는 것이다. 전문가에 따르면 고고학은 학자가 보는 시각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한다. 수학이나 과학처럼 명확한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학자들은 최대한 많은 자료를 통해 가장 근접한 가설을 내새우는데 심혈을 기울인다. 학자들이 고고학에 빠지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것이다. 알다가도 모르겠는, 그런 ‘궁금증’말이다.

그렇다면 우리 대학이 있는 춘천에는 어떤 유적이 있을까? 생각보다 춘천에는 좋은 유적지들이 있다. 우선 서면의 현암리에는 신석기시대부터 청동기시대까지 400여기의 주거지가 발견됐다. 청동기시대까지 해당하는 주거지가 밀집 분포된 것이다.

신매리에서는 청동기 유적이 발견됐다. 신매리에서는 네모꼴 주거지와 돌무지 고인돌이 조사됐는데, 주거지 내부에서 화덕자리가 확인됐다. 이곳에서는 숯과 구멍무늬토기, 대형의 골아가리토기편 등이 출토됐다. 또한 신매리에서는 톱니날도끼와 바퀴날토기가 출토됐다.

춘천시 신북읍 천전리에서는 고인돌과 적석총이 발굴됐다. 천전리 고인돌은 일제강점기에도 조사됐지만 매우 간략한 보고 내용만이 남아있다. 1966년에서 1967년 동안 국립중앙박물관에서의 조사 결과 원래는 11기의 고인돌이 있었으나 4기만이 남아있고 시도기념물 제 4호로 지정됐다. 당시 4기의 고인돌 중 2기는 탁자식, 2기는 기반식으로 알려졌지만, 2003년 강원문화재연구소의 재 발굴결과 1기의 고인돌이 추가로 조사되면서 5기 모두 탁자식 것으로 확인됐다.

춘천의 유적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중도를 빼놓을 수 없다. 중도는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곳에 있는 충적지대다. 사람이 살기 적합한 지역이었다. 현재는 소양강 수몰지역이 돼서 면적이 좁아지고 섬처럼 보이지만, 과거에는 사람이 많이 살던 곳으로 유추되고 있다. 우리대학 고고학 연구소 심재연 박사는 중도유적이 적어도 남한에서 확인된 여러 유적 중 대단위 마을과 매장공간이 확인되는 곳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심 박사는 이곳에 청동기시대부터 철기시대에 이르는 다양한 시대의 유적이라고 말했다. 즉 중도는 고대인들의 생활모습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곳이다.

중도는 대규모의 취락과 다양한 묘제들이 확인되고 환호(취락을 방어하기 위해 시설된 도랑)시설이 함께 확인된다. 중도에 살았던 주민들의 교류 흔적으로는 고구려식 무덤과 금동귀걸이 등이 확인된다. 자신들의 문화를 지키면서 다른 문화를 수용한 주요 거점지역으로 추측된다. 더불어 연해주식 석검도 주민들의 교류증거로 볼 수 있다. 고구려 금동귀걸이의 경우, 과거 고구려의 남진 길목인 다른 지역에서 발굴된 것과 유사하다. 또한 중도식토기를 비롯한 토제품과 석제품, 청동기 등이 출토되었다.

중도는 현재 레고랜드 건설 사업과 맞물려 고고학계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큰 이목을 끌고 있는 곳이다. 앞으로 강원도에서 레고랜드 건설과 중도유적보존에 대해 어떤 해결방안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 외 춘천에는 청동기시대의 거두리 유적지와 신석기시대의 교동 동굴, 서면 방동리의 돌방무덤 유적 등 있다. 교동 동굴의 경우 후평동 봉의산 기슭의 동굴로 무덤과 주거지가 발견됐다.